예술의 우주 449

마크 곤잘레스Mark Gonzales - 스케이트보드 예술

파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야 늘상 술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길 즐기다니, 그 날도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 작가의 작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파리에 정착해 사는 선배가 작품이 좋지 않다고 했다(그 때 숙소에 그 작가의 작품이 있었다). 이유인 즉, '분명한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작품이 가지는 '유려하고 감미로운 형식, 어딘가 모르게 회상적 양식처럼 보이는 초상화'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이 작가에 대해서는 다음에 확실히 언급할 예정이다)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지만, 한동안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예술가 생활을 했던 전직 화가였던 선배의 견해를 나는 무시할 수 없었다. 적어도 내가 보는 미술보다 뛰어..

시간, 유한함, 혹은 너의 존재 - Eric Poitevin

대학에 입학했던 게 벌써 16년이 지났다. 대학 때에도 잘 모이지 않았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한동안 모이지 않다가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해마다 한 번 정도 모이게 되었다. 그것도 동기의 삼분의 일이나 사분의 일 정도만 모일 뿐, 다들 소문으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런데 문학을 전공하였지만, 문학에 속한 친구들은 몇 명 없었고 직장생활을 하거나 영화나 TV 쪽에 가있었다. 나의 경우에만 미술 쪽에 있었다. 어제 일 년에 한 번 있는 송년 동기모임이었다. 보통은 시간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가도 연말만 되면 '세월 참 빠르네'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시간은 참 빨리 흘러가고, 나이를 먹고 슬슬 지쳐가고 자조적인 웃음만을 가지게 된다. 시간에 대한 이런 생각은 언제서 부터 시작..

미술 시장과 자오 우키(Zao Wou-Ki)

Zao Wou-Ki Paysage, 65*100cm, 1950 소장: Musees de Metz, Metz www.fram-museesdelorraine.org 얼마 전 올린 "미술 작품의 가격"에서, 미술 가격을 정하는 데 한 가지 기준으로 '유행Fashion'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미술 투자를 처음 하는 사람들이 웃고 우는 이유도 바로 이 유행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장기 투자로 미술을 권하지만, 10년 전에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작가, 혹은 20년 전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작가를 떠올린다면 '장기투자'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왜냐면 상당수의 작가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 하는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오래 전에 고가로 구입한 작품이 지금은 거의 애물단지 수준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미술 작품의 가격

한국은 아직까지도 호당 가격제가 유지되고 있다. 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아직도 이것이 통용되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편의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가격제가 매우 비상식적이라는 사실을 알만한 젊은 작가들조차도 '내 작품은 호당 10만원이니까, 100호는 천만원이야'라고 생각하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이유는 미술 작품의 가격 책정에 대해 작가들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꼭 판도라의 상자 같다고나 할까. 예술 작품의 가치는 추상적이고 비계량적 가치다. 하지만 시장 가격(market price)는 수치로 나오는 계량적 가치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 관계도 없다. 예술 작품이 실용적인 가치를 가진 것도 아니고 오직 감각의 즐거움, 지적 향유의 대상일 뿐이기 ..

2008년 터너상 수상자 - Mark Leckey

올해 영국 터너상(Turner Prize) 수상자로 44세의 Mark Leckey가 선정되었다. 해마다 연말 영국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이 현대미술상은 25,000 파운드라는 놀라운 상금과 함께, 내가 알기론 공중파에 생중계되는 유일한 순수미술상이다. 그만큼 현대미술에 있어서 영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Art Review에서는 올해 Art Power 100에 데미안 허스트(Demian Hirst)를 1위로 선정한 것이, 런던에서 출판되는 미술잡지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수긍할 만한 일이다. 왜냐면 그가 올해 런던 소더비에서 했던 경매는, 미술 경매에 있어서 1명의 예술가 작품들로만 이루어지는 경매에서 최고 경매 액수를 갱신했기 때문이다(이전 기록은 피카소가 가지고 있었..

링 지안Ling Jian이 바라본 중국 여성들

Ling Jian, Bad girl no. 2 Oil on canvas, 250 x 180 cm. 2006 - 2007 1963년 산둥성에서 태어난 링 지안Ling Jian은 1982년부터 칭화(Qinghua) 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86년에 칭화대학을 졸업한 그는 1987년에는 비엔나에서, 1989년에는 함부르그에서, 그리고 2000년까지 베를린에서 살며 작품활동을 했다. 그 이후에는 베를린과 베이징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피악(FIAC), 퀼른 아트페어(Art Cologne), 뉴욕의 펄스(PULSE Art Fair), 런던의 프리즈(Frieze Art Fair) 등에 소개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특..

마크 퀸 Marc Quinn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캠브리지 로빈슨 칼리지에서 역사와 미술사를 공부한 마크 퀸Marc Quinn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가이나, 그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대단한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다(도리어 현대 예술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의 질문 제기를 한 번 귀담아 들어보는 것도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크 퀸의 'Self'라는 작품이다.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색깔을 보고 무언가를 상상했다면, 그 상상했던 그 무엇이 맞다. 4.5 리터의, 약 5달 동안 모은 자신의 피를 얼려 만들었다(첫 작품 제작 기간임). 먼저 자신의 얼굴을 석고로 뜬 다음(casting), 자신의 피를 넣어 얼려서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크기는 어느 정도 될까? Marc Qu..

리네케 딕스트라 Rineke Dijkstra

리네케 딕스트라. 1959년 네덜란드 Sittard에서 출생한 사진 작가. Evgenya, Induction-Centre Tel Hashomer, Israel, March 6, 2002 Evgenya, North Court Base Pikud Tzafon, Israel, December 9, 2002 삶은 늘 변화하고 우리도 변한다. 성격이 변하기도 하고 외모도 변하고 사는 것도 바뀌고 심지어는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하는 이들마저 있다. 성형 수술을 하여 얼굴 뜯어 고치고 이민을 가, 모든 과거를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이들마저. ... ... 하지만 변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모더니티의 특징 중의 하나는 '변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존재(Being)의 세계에서 떨어져 나와 ..

전강옥 '중력(Gravity)' 전, 관훈갤러리

중력_Gravity 전강옥(Kang-Ok Jeon),관훈갤러리, 2008.8.6 - 8.12 - 2008년 서울시립미술관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 전시 전강옥_멈추어진 시간, 떠 있는 큐브_나무, 추, 케이블 선_74×69×110cm_2005 어쨌든 삶은 지속된다.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정신적으로 위태로운 상태에 놓이더라도, 자살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통계적으로는 자살 시도 후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어느 통계를 보니, 자살충동을 느낀 사람들 중에서 자살 성공한 사람은 0.087%,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중에서 자살에 이른 사람은 2.15%라고 한다). 즉, 어쨌든 삶은 지속된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이 견고한 세계는 그 위용을 잃어버리지 ..

요요마의 바흐, 비올라 다 감바와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1983년에 나온 LP를 가지고 있으니, 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LP를 구입한 건 90년대 중반쯤 되었을 테니, 창원의 어느 상가, 문 닫기 직전의 음반 가게에서 먼지를 먹고 있는 레코드였다. 하지만 이것이 내 바흐 순례의 시작이었으니, 어찌 그 감동을 잊을 수 있을까. 낮게 깔리는 첼로의 선율을 위로 얇게 올라가 물방울 흘러가듯 부딪히는 하프시코드는 아슬아슬하면서도 율동과 운동감을 전하는 바로크 음악의 열정을 숨기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본다. 어느 모바일 게임 회사에 입사 지원을 했고, 이력서를 다시 업데이트를 할 생각이다. 미술 쪽은 애호가나 개인적인 일로 돌려야 할 듯 싶다. 일자리가 쉽게 생기는 것도 아니고 ..

예술의 우주 2008.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