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 449

불멸의 화가 반 고흐 展, 서울시립미술관

불멸의 화가 반 고흐 07. 11. 24 - 08. 3. 16, 서울시립미술관 사람들의 눈에 나는 무엇이냐? 없는 사람이거나 특이하고 함께 살 수 없는 사람이다. 삶의 목표도 없고 이룰 수도 없는 사람, 한 마디로 형편없는 사람이지. 좋다, 그것이 사실이라 할 지라도 나는 그 특이하고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의 정신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내 작품을 통해 보여주겠다. - 반 고흐(1882년 7월 21일) * * 미술관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늘 ‘반가움’보다는 ‘신기함’을 먼저 느끼는 건 쓸데없는, 나의 과민한 반응일까. 혹은 반 고흐의 작품이 우리를 감동시킨다는 사실보다 2008년 우리 주변에 있을 또 다른 반 고흐를 떠올리게 되는 건 무슨 까닭일까. 보통의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을 가..

에드워드 호퍼 - "calm, silent, stoic, luminous, and classic"

밤낮이 거꾸로 되었다기 보다는, 매우 불규칙해졌다. 가령 어제는 밤 10시에 자서 새벽 3시에 깨어나지만, 오늘은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오전 늦게까지 잠자리에 못 일어난다는 식이다. 일이 밀렸고 스트레스는 쌓여간다. 운동을 꾸준히 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어떻게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왔다. 택배를 받을 것도 있고 출퇴근 시간을 아껴보자는 생각에서 였다. 하지만 의외로 집에서 시간 관리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북마크된 여러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에드워드 호퍼 전시 소개 페이지와 마주하게 된다. 미국적 경험(American Experience)의 재료와 구조(grain and texture, 적절한 번역어가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표현이 마음..

잔느 에뷔테른 작품 위작 소송에 휘말리다.

'위작'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꽤 골치 아픈 사건이다. 얼마 전 고양 아람누리 미술관에서 열린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전의 잔느 에뷔테른(Jeanne He’buterne)의 작품이 이번 사건의 주인공이다. 미술사가이면서 모딜리아니 전문가인 Christian Parisot는 잔느 에뷔테른의 작품을 위작했다는 혐의로 프랑스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잔느 에뷔테른은 생전에 작품을 팔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며, 현재 그녀의 작품 대부분은 조카의 아들인 Mr. Prunet에게 상속되었다. 2000년도에 그는 잔느 에뷔테른의 첫 대형 전시인 'Modigliani and His Circle'을 위해 60 점의 드로잉을 빌려주었다. 이 전시의 큐레이터가 바로 Christian Parisot였다...

잭 베트리아노(Jack Vettriano)

잭 베트리아노, 꽤 흥미로운 화가이다. 간단하게 잭 베트리아노를 정리해 보았다. * * * 한 남자가 있다. 1951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16살 무렵 더 이상 학업을 지속시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후 광산에 들어가 기술자로 일하게 된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그가 21살이 되던 날, 곱게 포장된 생일선물 하나를 여자친구로부터 받는다. 그것은 작은 수채물감 한 세트. 이후 혼자 그림 그리기에 열중했던 그는 마흔이 다 되었을 무렵, 폭발적인 인기로 영국 미술계에 등장한다. 현재 그는 살아있는 미술가들 중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몇 명 중의 한 명이 되었다. 그의 작품을 소장한 이들 중에는 잭 니콜슨(영화배우), 알렉스 퍼거슨(축구감독), 마돈나(가수) 등이 있으며, 그의 대표작인 ‘T..

화사한 색채들의 모험 - 김보선의 ‘꽃’에 대하여

화사한 색채들의 모험 - 김보선의 ‘꽃’에 대하여 김용섭(yongsup.kim@yahoo.com) A&B Gallery - 한불문화교류협회 ‘내-안에’ 전시 기획 현대 예술가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추상화에 대한 자연스런 욕구는 눈에 보이는 세계 이면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본질이나 실체에 대한 깊은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눈에 비친 세계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 모더니스트들이 눈이라는 감각기관에 비친 외부 세계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시도들이 감각지각에 비친 구체적인 외부 세계의 추상적이고 반-감각적인 본질을 향해갔다는 점은 모더니즘이 가지는 여러 아이러니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후 현대 미술을 수놓고 있는 추상 미술들은 우리가 보고 만지고 경험하는 외부 세계의 보이지 ..

파블로 카잘스, 바흐, 흐린 일요일 아침

Pablo Casals- The 6 Cello Suites - 바흐 (J. S. Bach) 작곡, 파블로 카잘스 (Pablo Casals) 연주/굿인터내셔널(* 현재 절판된 상태임) [수입] Pablo Casals - J.S.Bach / Cello Suites - 파블로 카잘스 (Pablo Casals) 연주/이엠아이(EMI)(* 현재 구할 수 있는 음반이나, 가지고 있지 않음) 파블로 카잘스, 바흐, 흐린 일요일 아침 거친 호흡을 연신 해대며, 겨우 담배 한 개피를 피웠을 뿐이었다. 잠시 나의 삶은 살아가면서 종종 마주하게 되는, 아주 현실적인 절망 한가운데 있었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창 틈으로 늦겨울의 한기가 아침 햇살 속으로 밀려들었다. 그 사이, 굵고 낮은 첼로 소리가 내 마음의 낮은 물가를 ..

수 코우(Sue Coe), 또는 정치적 예술(Political Arts)

Rape, Bedford (horizontal) Woman Walks Into Bar & Is Raped on Pooltable by 4 Men While 20 Watch, 1984. photo-etching / Rives 9 3/4 x 11" 우연찮게 수 코우(Sue Coe)의 작품을 보게 되었다. 영화 으로 잘 알려진 ‘베드포드(Bedford) 성폭행 사건’을 그린 작품이었다. 작은 이미지 만으로도 끔찍해서 보기 힘들 정도인데, 실제로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만 해도 오싹해졌다. (미주 1) 종종 우리는 끔찍한 성폭행 사건을 접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뉴스 기사로만 접했을 뿐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 사건은 ‘현실’이지만, 미디어를..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 展, 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열정, 천재를 그리다. -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행복하고 슬픈 사랑 展 아람누리 아람미술관 2007. 12. 27 - 3. 16 http://www.2008modi.com/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 - 1920)의 어린 시절은 평온했다. 집안은 가난했지만, 어머니는 모딜리아니의 미술 재능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미술선생인 Guglielmo Micheli은 그의 재능을 인정하였다. 그는 성실한 아들이자, 학생이었다. 하지만 파리에서의 모딜리아니에게서는 이 모습을 찾을 수 없다. 파리에서의 그는 압셍트와 마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방황하는 가난한 보헤미안에 가까웠다. 그의 내부에서는 끝 없는 예술혼이 불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개성적인 작품들..

Fairytales, Radka Toneff & Steve Dobrogosz

Fairytales Radka Toneff (vocal), Steve Dobrogosz (piano) Ales2 Music, Korea (Odin Records) 꽤 오래 전에 재즈가 크게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빌리 할러데이(Billie Holiday)의 노래가 광고 배경 음악으로 깔리고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가 광고 카피에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 당시 나는 그 유행이 못마땅했다. 사람들은 그런 유행이 어떤 문화의 저변을 공고히 할 것이라 믿지만, 대부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도리어 깊이 있는 애호가들은 덧없는 유행의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기고 유행에 빠진 사람들은 고작 사라 본(Sarah Vaughan)의 ‘A Lover’s Concerto’ 정도나 기억할 뿐이다. 어쩌면 나는..

마그나스코와 로코코 미술 Magnasco and Rococo Art

Alessandro Magnasco, Sacrilegious Robbery, 1731, Oil on canvas, Quadreria arcivescovile, Milan 이탈리아 로코코 화가인 Alessandro Magnasco의 작품은 어딘가 어둡고 무거우며 침울하고 그로테스크하다. 바로크적이거나 로코코적이기 보다는 매너리즘에 더 가깝다.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이런 느낌을 환기시키는 그림을 떠올린다면, 'Stil Life'류의 작품이 될 수 있다. Jean Simeon Chardin, Still Life (The Silver Tureen), 1728, Metropolitan Museum of Art 둘 다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목적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작품의 스타일은 판이하게 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