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숲' 문명화된 숲 어렸을 때, 나는 언제나 마을 뒷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다. 채 열 살도 되지 않았을 무렵의, 내 호기심을 자극하던 뒷산 너머에 있을 그 무언가, 미지의 세계. 거대한 바다가 있거나 반짝이는 조명으로 찬란한 대도시이거나, 아니면 내가 세계 최초로 발견하게 되는 외계인 마을이거나. 그리고 결국 나는 뒷산에 오르고 만다. 오전 일찍 집을 나선 나는 마을 뒤로 나있는 오솔길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키에 적당한 길이로 나무 가지를 꺾어 지팡이로 사용하면서. 그렇게 몇 시간을 올라갔을까. 산 정상은 보이지 않고 좁은 길 흔적마저도 사라진 채, 이름을 알 수 없는 산새들 소리만 들리고, 눈앞에는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숲 속으로 가느다랗게 내려앉은 햇빛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