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 1051

희나리

희나리 - 구창모 사랑함에 세심했던 나의 마음이 그렇게도 그대에겐 구속이었소 믿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헤어지는 이유가 됐소 내게 무슨 마음의 병있는 것처럼 느낄 만큼 알수 없는 사람이 되어 그대 왜려 나를 점점 믿지 못하고 웬지 나를 그런쪽에 가깝게 했소 나의 잘못이라면 그대를 위한 내 마음의 전부를 준 것뿐인데 죄인처럼 그대 곁에 가지 못하고 남이 아닌 남이 되어버린 지금에 기다릴 수밖에 없는 나의 마음은 퇴색하기 싫어하는 희나리 같소 ************************** 새벽 한 시, 어느 택시를 타고 젖은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릴 때, 심야의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온 노래 한 줄기, 내 볼 위를 타고 흐르며 느리고 자욱하게 흘러가는 새벽 공기를 울린다. 다시 나는 잠을 잘..

msn

MSN이 되지 않는다. Client 및 협력사와의 Communication을 MSN으로 하고 있는데, ... 오늘 꽤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누군가가 날 등록할 예정인데, 그 사람도 날 보지 못하겠군.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러고 보면 Techonology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인터넷이 되지 않으면 업무가 되지 않고 휴대폰이나 IM(instant messenger)가 되지 않으면 불안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 ... 우리는 삶의 편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편의를 위해 새로운 제약들을 개발하고 있었던 셈이다.

레퀴엠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듣는다. 종일 집 밖으로 두 번 나갔다. 어제는 한 번 나갔다. 다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먹는다는 것만큼 서글프고 고달픈 것도 없다. 이건 정기적으로 여자와 자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해서 후자의 경우처럼 어떤 애정이나 감미로움이 흐르는 것도 아니다. 모짜르트 음악의 최고는 '레퀴엠'이 아닐까 싶다. 이야말로 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이가 떠드는 것이긴 하지만. 위 앨범은 영화 의 O.S.T이다. LP Side 4에 레퀴엠이 실려있다. 그 외 모짜르트 레퀴엠 앨범만 두 장이 있는데, 다음 기회에 소개할까 한다. '장송곡'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하루키의 유쾌한 말은 듣는다면 당신도 장송곡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죽은 자를 칭송하는 건 기분좋은 일이다. 젊어서 죽은 사람은 더더..

misc.

새벽 4시가 넘어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 9시 경에 눈을 떴으나, 이후 잠을 계속 잘 수 밖에 없었다. 11시가 다 되어 눈을 떴지만, 아직 몽롱하다. 독한 커피를 마실 것을 후회하면서 밋밋한 모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잠이 부족하면 일어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다. 오래된 메모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 한 부류는 책을 쓰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한 부류는 책과 같은 인생을 살아감으로 해서,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야. 자네는 어디에 속할 것 같나?" 파드릭 모디아노의 에 나오는 문장이다.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옮겨적기를 잘못한 것인지, 책을 쓰는 사람과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구분하다니, 뭔가 어색하다. 차라리 책을 읽..

젊음이라는 이름의 병

기괴하면서 어쩐지 슬픈 기분에 나는 젖어 있었다. 인생은 나를 구름 속에 머물게 하는 일종의 대좌(臺座) 위에서 내 눈에 비치고 있었다. 대지에 닿고 싶다고 강력히 바라고 있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대지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젊었다 - 는 것은 결국 내가 자신의 착오를 사랑했으며, 그 주제에 남으로부터 그것을 지적당하는 것을 싫어하고 피했었다는 뜻이다.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그것을 바란다는 그 청춘기의 병(病), 그 병이 솔직히 말해서 나의 내부에서는 거의 미친 듯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을 피로하게 하고, 벌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며, 그리고 달아나고 있었다, 모든 것으로부터.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일찌기 없었던 나..

술. 일. 인생

1. 술 술 마시고 난 다음 전화질 하는 게 버릇이 된 것같다. 매번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고 있는데. 어제 여기저기 전화기를 돌렸다. 다음부터 그러지 말아야지. 2. 일 제안서 하나를 써야한다. 대강 써서 내일 오전 완성해야한다. 그리고 내일 비즈니스 수다를 떨어야한다. 3. 인생 인생이 뭔지 나도 모른다. 너도 모르지. 그런데 왜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일까? 생명이란 가치있다고 믿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죽는다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혹시 죽음에 대한 공포, 두려움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불면증, 혹은 리듬의 파괴

아침 7시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그리고 12시가 막 지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마디로 '폐인'처럼 지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생활 이면에 드리워진 경제적 공포가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역시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새벽에 서준식 선생의 편지들을 읽었다. 감동적이었다.

1월 3일 스터디

간단하게 공부한 바를 정리하였습니다. 틀린 부분을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정신현상학 부분은 설명할 자신이 없어 헤겔과 장 이뽈리트를 인용하였습니다.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Vorlesungen uber die Philosophie der Geschichte, Suhrkamp 35쪽 강독 부분 한글로 옮김 : 우리는 저 결과를 웅변조의 과장 없이 민족 형태와 국가 형태 및 개인적 덕에 있어서 가장 화려한 것이 감당했던 불행의 적절한 총합을 가장 끔찍하고 가장 무서운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고 그 그림으로 인해 그 어떤 위로의 결과로부터 보상받을 수 없는 가장 심각하고 억누를 길 없는 극한 비탄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될 때에야 비로..

1월 1일

며칠 동안 술에 쩔어있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 나에게 새해 축하 메세지를 보내온 이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못했다. 새해라. 시간의 구분이 뭔지 모르겠지만, 다들 새해라서 계획도 세우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보기도 하지만, 어차피 또다른 꿀꿀한 해라는 실체(본질)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계획이나 마음 가짐도 다 부질없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겠다. ByTheWay, 오늘부터 신년연락이나 해볼까나.

가을 오후 햇살들의 침입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쓰러지는 그대의 그림자는 나는 보았다. 하지만 그대 쓰러지는 모습에 당황한 나머지, 나는 8차선 중앙선 위로 달려드는 나비떼에 쌓여, 끝내 질식사한다. 가을 오후 햇살들이 몰려다니며 서울 여기저기를 황폐하게 만들고 쓸쓸하게 만들고 외롭게 만들고 끝없는 젊음의 터널 가장자리로 우리들 인생을 몰아내고 나, 끝내 질식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