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 1051

바빌로니아사람들의 "사랑의 병"

환자가 가벼운 기침을 계속하고 말문을 닫을 때가 많으며, 혼자 말을 자주 하고 이유도 없이 웃는다. ... 보통 때에도 풀이 죽고 목이 조이는 듯이 느끼며, 먹고 마시는 것에 아무런 즐거움도 발견하지 못하고 커다란 한숨을 쉬면서 줄곧 '아아, 불쌍한 내 마음이여!"만 읊조리는 경우, 이 환자는 사랑의 병을 얻은 것이다. - 기원전 3천년경, 메소포타미아 어느 석편에 정의된 사랑의 병. **** 몇 천년 전 고대인들이 정의한 사랑병 환자. 그 매력적인 풍경 속으로.

동사서독

그냥... 2001년 10월 가을비 내리는 한 밤 중, 동사서독의 한 모퉁이를 떠올리며 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죠. 난 그 단어를 듣고 싶었는데, 그는 끝내 그 말을 하지 않았어요. 너무 자신만만했던 거죠. 그와 결혼하리라 믿었는데, ... 난 그의 형과 결혼을 했어요. 결혼하던 날 나에게 같이 가자는 걸 거절했어요. 예전엔 '사랑'이라는 단어를 너무 중요하게 여겨 소리내어 말해야만 영원하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하든 하지 않든 별 차이가 없는 것이었더군요. 사랑 역시 변하니까. 난 이겼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고 내가 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다시 ...

바람 속의 네 사람

끊임없이 고개를 돌리는 사람과 가슴에 많은 구멍을 가지고 있는 사람, 손가락 하나 사랑하는 이 가슴에다 심어주고 온 사람, 그렇게 세 명이서 만났다. 원래 네 명이 만나기로 되어있었는데, 한 명은 며칠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손가락'이 '고개'에게 손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개'는 웃기 시작했고, '가슴 구멍'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손가락'도 웃었다. 웃으면서 '고개'는 계속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보았고 '가슴 구멍'은 등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가슴에 나 있는 구멍들을 통과해 나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손을 앞가슴 쪽에다 갖다대었다. 갑자기 돌풍이 몰아쳤고 '가슴구멍'의 몸에서 바람소리가 멜로디를 만들었다. '고개'는 너무 고개를 많이 돌려 목에서 이상한 소리..

1963년, 1982년의 이파네마 아가씨

사라 본Sarah Vaughan의 낡은 테잎을 선배가 하는 까페에 주고 난 다음, 난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그녀의 앨범을 샀다. 영화 때문에 나온 '2 for 1' 모 음집. 예전부터 들어왔던 음악이 영화나 광고 때문에 유명해지 면 기분이 나빠지기 일쑤다. 누군가에게 음악을 추천하면 대체 로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똑같은 음악이 영화나 광고에 서 유명해지면 내가 권했다는 사실을 잊고선 그 음반을 사선, 이 음악 좋지 않냐고 내게 말한다. 이건 소설이나 책 따위도 마찬가지다. 내가 말하면 잘 듣지도 않다가 교수나 유명한 작 가가 이 책 좋으니 읽어보라고 하면 바로 산다. * * '1963년에 이파네마 아가씨는 이런 식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1982년의 이파네마..

L'e'criture ou la mort

몇 개의 문장들: * 그렇다고 수용소가 이제 폐쇄되었다고 해서 계급사회가 끝 난 것은 아니었다. 도서관 사서인 안톤이 내게 그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 죽음은 삶의 사건의 아니다. 인간은 죽음을 체험하지 못한 다.(Der Tod ist Kein Ereign des Lebens. Den Tod erlebt man nicht ......)(-비트겐슈타인) * 결국, 내게는 죽음 이외의 아무 것도 없다 나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 ... (- 세자르 발레조. 페루 시인. 1893-1938) * 글쓰기란 어떤 방식으로든 삶을 거부하는 것이다. * 카프카는 마르크스가 죽은 1883년에 태어나, 레닌이 죽은 1924년에 죽었다. * * 일요일 오전 내내 블라디밀 아쉬케나지가 연주하는 라흐마니 노프를 들으며, 죠..

바타이유와 영국현대미술전

공작은 그녀를 따라갔다. 그는 그녀가 걷는 것을 바라보았 다. 그녀는 왼쪽으로 한 발짝, 오른쪽으로 한 발짝 걷더니, 고 개를 숙였다.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불안했던 것일까? 공자그 는 고개를 숙이고, 탐욕스럽게 빙긋이 웃었다. 그는 그녀를 꿈 꾸었다. 거인만이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딸의 눈 속에 이 유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욕망과 기다림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시간의 지배자』중에서,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 * 작년에 나온 몇 개의 뛰어난 소설들 중의 하나. 매혹적인 이름,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그와 술을 마신 선배의 평에 의하 면, "아직 어린 친구다"였다. 내 기억에 의하면 그는 나보다 어리거나, 같은 나이일 것이다. 오늘 국립현대미술관에 갔다 왔다.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기면발작증, 그리고 시인 박서원

기면 발작증. My Own Private Idaho 첫 몇 쇼트에 나오는 단어. 그리고 시인 박서원이 앓고 있는 병. 영화를 보고 난 다음 꽤나 멋있게 보였던 병(* 수전 손탁이 말한 병의 은유?). 하버드 대학 법대에 다니는 애인과 헤어지 고, 119 구급 대원과 결혼한 여자. 그리고 그 결혼의 실패. 문학 잡지에 실린 그녀의 시를 읽고, 손톱 만한 그녀의 사 진을 보고 난 다음 풍부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라는 감상과 함께 실제로 만나면 꽤나 매력적이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 나, 열음사에서 나온 그녀의 첫번째 시집은 그다지 좋지 못했 고, 그것이 끝이었다. 가끔 잡지에서 그녀의 시를 읽었고, 최 근에 나온, 문학평론가들에 의해 주목받았던 시집들을 보긴 했 지만 사서 읽진 않았다. 오늘 신문 기사들..

어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 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 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 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 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사랑?, 훗~!

날씨가 너무 좋아 집 안에서 빈둥거리기로 마음 먹었다. 몇 달만에 Sidsel Endresen을 꺼내 듣는다. "So I write/about the world/and only rarely come close/to saying this/so we can share this/it's just black marks/on white paper/and me/wanting another blank page/and yet another/so I write/thinking I'm constructing a bridge/but I get lost/on the way across/and I stumble/on implications/ associations/ synonyms/combinations/of the per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