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 1051

봄 하늘 아래 워크샵

일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일까? 지난 주 주간 업무를 리뷰하면서, 팀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반성을 하였다. 즉 일이 많다는 건 좋지 않다. 그만큼 빨리 지치기 마련이고 할 수 있다는 의욕이나 열정과, 실제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거리는 상당하기 때문이다.그리고 회사 워크샵을 다녀왔다. 이번에는 내 낡은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 회사는 그 사이 직원 수가 늘어 이제 관광버스를 타고 움직일 수준이 되었다. 회사의 이런 성장 앞에서 내 모습은 그대로이니,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봄 하늘은 너무 좋았다. 그 하늘을 느낄 만한 여유가 없었지만. 이번에 간 곳은 문경 자연휴양림이었다. 꽤 좋았다. 나이가 들수록 사진 찍기가 겁난다. 이제 내 나이도 제법 되었으니, 저 귀에 낀 이어폰..

화요일을 견디기

명동의 어느 까페 2층에서 바라보는 외부 세계 속 남자들은 한결같이 봄과 어울리지 않는 딱딱하고 어둡고 건조한 색상의 자켓을 입고 있었고, 드물게 지나는 여자들은 지나온 과거처럼, 그렇게 다가올 내일도 힘들고 희망없을 지도 모른다는 어떤 두려움에 윗니로 아래 입술을 살짝 깨물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 날, 나는 하루 종일 회의를 했고 하루 종일 뭔가에 대해 떠들었다. 그 언어들은 낯설었지만, 아직 나는 낯선 세상을 즐기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직. 아직. 아직. 헤르타 뮐러의 '저지대'를 읽고 있는데,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준까진 아닌 듯하다. 이런 식으로 쓰는 뛰어난 소설가들은 그녀 말고도 여럿 되기 때문이다.

M.Chapoutier, La Ciboise Red 2009 (엠 샤푸티에, 라 시부아즈 레드)

M.Chapoutier, La Ciboise Red 2009 엠 샤푸티에, 라 시부아즈 레드 품종 : Grenache 60%, Syrah 30%, Carignan, Mourverdre 10% 꼬뜨 뒤 론 지역의 와인이다. 엠 샤푸티에는 1808년에 설립된 론 지역의 와인 명가이기도 하고, 여기서 나오는 와인에 대한 평판은 대체로 좋다. 이 와인은 첫 느낌은 밋밋하다. 까르베네 쇼비뇽를 즐겨 마셔온 탓에, 라 시부아즈 레드는 너무 심심했다. 와인 매장 점원은 몬테스 알파 까르베네 쇼비뇽보다 이 와인이 더 낫다고 했지만, 나는 몬테스 알파 까르베네 쇼비뇽을 샀어야 했다. 평판이 나쁘지 않으나, 첫 느낌이 밋밋하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그리고 오픈하고 난 뒤 두 세시간이 지나니, 은은한 맛이 입..

천국의 나날들

2002년 10월 15일에 온라인에 올렸던 글이다. 그 사이 무수한 웹사이트가 문을 닫았고, ... 당연히 '천국의 나날들' 스크립트도 사라졌을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다운로드가 된다. (아마 한국과 달라서 그렇겠지..) 이 영화, 테렌스 멜릭의 걸작이다. 강력하게 추천하지만, 글쎄다, 요즘은 어떨지. (그만큼 세상은 바쁘게 변한다) ---- 천국의 나날들. 테렌스 멜릭의 영화.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 내 사랑하는 영화들 중의 하나. 사무실에 갇혀 내 숨죽인 영혼이 찾아간 어느 피아노 음악 속에서 묻어난 넓은 평원 위의 애뜻한 눈길. Script "Days of Heaven" - Part 1 : http://www.movie-page.com/scripts/Days-of-Heaven_Pt.1.rtf ..

한국에서의 선거

"사전에 결과를 쉽게 알 수 있는 선거에, 무능력하다고 소문난 온갖 후보들이 출마한다고 상상해봐라. 모든 선거가 자칭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실은 광대극에 불과한 것이다." - 바츨라프 하벨 Vaclav Havel, 'A Table for Tyrants', NYTimes, 2009, 5,11. (체코 전 대통령) 한국에서의 선거란,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지만, 실은 광대극에 불과하며, 광대극으로 만든 이들은 예전엔 정치인들이었고 지금은 이상한 편견을 가진 대중들이 합류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래와 같은 발언이 가능한 것이다. 이번 두 당선자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그 사안을 알고도 당선시켰다는 점이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

4월 11일 수요일

다시 한 번 이 나라가 부끄럽다. 정부에 반대하는 이름 없는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사찰한 정부와 그것을 묵인한 정당에 대해 이토록 많은 이들이 지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반대로 그런 정부와 정당 앞에서 그 어떤 메시지도, 호소력도 가지지 못한 야당은 더 형편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독자의 태도

일년 반 정도 모 통신사의 사보 편집장 했는데, 유명하다는 몇몇 필자들의 형편없는 원고를 보고 혀를 내두른 적이 있었다. 결국엔 일반 독자에게 어필해야 된다는 것이니, 나에겐 요원한 일이다. 제대로 된 글을 읽으려면, 그만큼 독자도 준비해야 된다. 바둑판을 읽을 수 없으면서 바둑을 두겠다고 하는 것이나, 글의 품격을 알지도 못하면서 글을 읽으려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어느 토요일의 일상

적당한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는 기분을 좋게 한다. 음악은 종종 놀라운 경험을 우리에게 선사하다. 어제 미루던 오디오 구입을 감행했다. 하이탑에이브(www.hitopav.co.kr) 사무실까지 가서 선택했다. 하지만 내가 구입할 수 있는 예산은 한정되었던 터라, 살 만한 게 없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배달되어온 마란츠 인티 앰프, 데논 턴테이블, 그리고 와일퍼데일 북쉘프 스피커, 그리고 서재 바닥에서 먼지를 먹던 온쿄 시디 플레이어를 연결해 듣고 있다. 동네 가구점에서 급하게 사온 책장을 눕혀 레코드판을 넣고 사진에서 보듯, 오디오를 책상 아래에 배치했다. 낮엔 거의 한 달 반만에 독서모임을 했다. 칼 포퍼 탓이다.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1권'은 오직 플라톤을 공격하기 위해 씌여진 듯한 느낌..

블루베리 건강 식품 - 달인야생 블루베리진액

몇 해 전 블루베리를 방송에서 본 적이 있었다. 방송이나 주요 매체에 자주 실렸던 적이 있었다. 뉴욕 타임즈에서 10대 장수 식품으로 선정하기도 했으며, 항암효과가 뛰어나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안 그래도 건강 식품이라면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지역인지라, 그 즈음 블루베리 음료가 경쟁적으로 나왔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 이젠 대중적인 건강 음료로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블루베리는 미국, 유럽, 아시아에 걸쳐 자라는 나무 열매로,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블루베리는 미국 품종이라고 여기면 된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재배에 성공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위 지도는 전세계의 블루베리 산지를 표시하고 있는데, 미국에서의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

일상의 여행

 명동 하늘 위에서 오전 내내 고객사에서 회의를 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집에서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명동으로 ... 가는 내내, 산타나를 다운로드하여 들었다. 좋았다. 추억의 밴드가 되어버린 산타나였다. 맥주와 데킬라 생각이 자연스럽게 버스를 물들였다. 행인들의 얼굴로 레몬이 흘러갔다. 레몬이 담긴 코로나 병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산타나를 들었다. 회의를 끝내고 사무실로 오는 동안, IT Governance, IT Outsourcing, Service Strategy, SNS Marketing, Social Commerce 등 갖가지 단어들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활짝 개인 봄 하늘이다. 오늘, 암스테르담 스키풀 공항은 어떤 모습일까. 며칠 전 예전에 찍었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