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97

르네상스, 월터 페이터

르네상스 - 월터 페이터 지음, 이시영 옮김/학고재 르네상스 Renaissance 월터 페이터 지음, 이시영 옮김, 학고재 모든 시대는 동등하다. 그러나 천재는 항상 그의 시대를 초월한다 - 월리엄 브레이크(William Blake) 월터 페이터의 르네상스는 르네상스 개론서라기 보다는 그의 관심을 끌었던 르네상스적 인물들에 대한 에세이집이다. 그러므로 르네상스의 배경이나 특징, 주요 사건들이나 인물 등과 같은 르네상스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구하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19세기 말의 뛰어난 비평가였던 페이터의 심미안이나 그의 비평언어에 대해선 찬사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책의 서문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비평가 지망생들에게는 꼭 읽으라고 하고 싶은 구절이 있다. "따라서..

비잔틴 세계의 미술, 데이빗 탈보트 라이스

비잔틴 세계의 미술 데이빗 탈보트 라이스 David Talbot Rice 지음, 김지의/김화자 옮김 미진사, 1989. 지금 1989년에 번역, 출판된 이 책을 보기 위해선 도서관이나 헌책방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류의 책들, 이미 국내에 번역되었지만 현재는 구할 수 없는 책들은 매우 많다. 가령 베르그송의 가 대표적인데, 오래 전에는 박영사 문고판으로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원서나 영어 번역본으로 밖엔 구할 수 없는 책이 되어버렸다. 이는 미술사뿐만 아니라 인문학 관련 출판 시장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면 미술 관련 프로그램이나 전시가 활성화되어 있는 듯 하지만, 돈벌이를 위한 요란함만 있을 뿐 인문학이나 문화예술을 위한 실속 있는 움직임은 미미하거나 있다 하더라도 대..

르네상스, 폴 존슨

르네상스 폴 존슨 지음, 한은경 옮김, 을유문화사 간결하면서 압축적이다. 단점이 있다면 도판이 없다는 것인데, 조금의 성의가 있다면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찾아볼 수 있겠다. 역사와 경제적 배경, 문학과 학문의 르네상스, 르네상스 조각의 분석, 르네상스의 건축, 르네상스 회화의 사도적인 계승, 르네상스의 확산과 쇠퇴로 구성된 이 책은 르네상스에 대한 짧은 요약서로 읽힌다. 더구나 르네상스의 확산과 쇠퇴는 최근의 연구 성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하지만 중세와 르네상스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13세기말은 아직 고딕 시대였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르네상스의 기운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고딕 자연주의와 르네상스는 서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설명이 없..

미술양식의 역사

미술양식의 역사 미술문화 얇고 간단하게 보이지만, 그렇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왜냐면 각 페이지마다 특정 시기의 미술 양식이 의미하는 바를 몇 문장으로 요약해 정리하였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을 굳이 사서 읽을 필요는 없다. 단지 학술적인 목적으로 구입해 둘 수 있겠다. 예술의 역사는 인생들의 역사이면서 이념의 역사이다. 그래서 예술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술사보다는 역사서나 지성사를 읽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를 했을 경우 대체로 그 요구를 따라오기 힘들어한다. 이런 이유로 대체로, 특히 우리 나라에서 예술사에 대한 이해나 그 학문적 깊이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미술 양식의 역사를 각 시기별로, 그 양..

피카소 - 성스러운 어릿광대

피카소 - 성스러운 어릿광대 Picasso, le sage et le fou 마리 로르 베르나다크 Marie-Laure Bernadac 폴 뒤 부셰 Paule du Bouchet 시공디스커버리 018 종종 내 스스로에게 묻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나는 예술향유자가 되었는가’라는 물음이다. 그리곤 ‘예술작품을 통해 난 진짜 감동을 받고 있는 건가’라고 묻는다. 이런 물음을 미술관에 온 모든 이들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억지스런 물음을 하고 싶은 까닭은 허위적인 냄새가 너무 많이 풍기기 때문이다. 어쩌겠는가. 내가 그런 곳에 살고 있음을 슬퍼할 수 밖에. 피카소만큼 대중적인 예술가도 없겠지만, 피카소만큼 대단하고 난감한 예술가도 없을 것이다. 그럼으로 이 작은 책은 피카소를 향..

르느와르 - 빛과 색채의 조형화가, 안 디스텔

르누와르 - 빛과 색채의 조형화가 안 디스텔 Anne Distel 지음, 송은경 옮김, 시공디스커버리총서 052* 나는 모든 생존 화가들을 경멸하지만 모네와 르누와르는 예외이다. - 세잔, 1902년. 나는 언제나 운명 앞에 나 자신을 맡겨왔고 결코 투사적 기질이 없어서 내 좋은 친구 모네가 없었다면 수없이 포기했을 것이다. 그는 투사적 기질을 갖고 있어서 나를 밀어주었다. 오늘 내 인생을 돌아보면서 난 그것을 강물에 내던져진 코르크 조각에 비유한다. 빙빙 돌다가 물살에 실려가고 튀어오르고 잠겼다 떠오르기도 하다가 잡초에 걸리면 벗어나 보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다가 마침내는 사라지고 만다. 가는 곳이 어디인지 신만이 안다. - 말년의 르누와르 솔직히 르누와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나에게 인상주의라면 모..

뉴미디어 아트, 마이클 러시

뉴미디어 아트 (New Media In Late 20th-Century ART) 마이클 러시 지음, 심철웅 옮김. 시공사 "모든 예술은 실험적이며, 그렇지 않다면 예술이 아니다" 라는 진 영블러드라는 미국의 영화/비디오 평론가의 언급은 현대의 멀티미디어 아트에 대한 아젠다(Agenda)가 될 수 있으리라. 이 책은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비디오 설치, 사진적 조작, 가상 현실, 그 외 여러 인터랙티브 아트에 대한 연구서이다. 아마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주요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책이다. 또한 미디어 아트에 많은 영향을 준 초기 아방가르드 영화 감독들과 누벨 바그의 여러 감독들의 작품까지 언급하고 있어 현대 미디어 아트의 궤적을 쉽게 확인할 수..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 클라우스 휘브너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 클라우스 휘브너 지음, 장혜경 옮김, 솔 요코의 삶과 여러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담긴 이 책은 요코를 이해하기 위한 적절한 시각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그녀가 한 권의 책으로 담길 정도로 뛰어난 예술가이거나 우리들의 삶에 많은 귀감을 주는 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녀의 예술을 평가절하하거나 그녀의 삶을 폄하하고 싶기 때문이 아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그녀를 위대한 예술가나 뮤지션으로, 또는 거칠지만 정직한 삶을 산 여자로 평가하려는 이 책의 시도 때문이다. 이 책은 다양한 도판과 여러 자료들의 인용은 그녀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기는 하지만, 그녀의 예술이 현대 미술에서 정확하게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전혀 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쪽만 알게 되는 셈..

세잔

세잔 Cezanne 창해ABC북 모더니즘을 새로운 형태의 고전주의라고 지칭하는 까닭에는 폴 세잔과 같은 예술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인상주의 사이에서 시작해 위대한 고전적 양식으로 귀결되는 그의 예술 세계는 20세기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미술은 자연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조화이다”라고 생각했고 ‘회화에서 추구하는 진실은 현실에 대한 일루젼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확신에 이르는 작업’이라고 믿었다. Table, Napkin, and Fruit (Un coin de table) 1895-1900 (150 Kb); Oil on canvas, 47 x 56 cm (18 1/4 x 22 in); The Barnes Foundation, Merion, Pennsy..

나의 서양미술순례, 서경식

나의 서양미술순례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창작과비평사 대학원 시험을 번번히 떨어지고 학업을 하기엔 좀 지난 나이인 서른하나가 되었지만, 이미 책읽기와 그림보기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려 어쩌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원래 창작과비평사의 문고판으로 나온 책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초에 도판도 칼라로 싣고 하드커버로 장정하여 깔끔하게 새롭게 출판되었다. 1. 화제를 바꾸려는 듯이 사내가 물었다. "일본 사람이오?" 언제나처럼 나는 대답했다. "아니, 한국인이오." 그러자 사내는 다시 수다스러워져서 지껄이는 것이었다. "오, 한국인이요? 요새 야단인가 보던데? 학생들이 매일같이 소란을 피운다던데, 어때요?" - 94쪽 그는 재일한국인이다. 한국말보다 일본말이 더 익숙한 사람이다. 미술책을 읽으면서 정체성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