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298

예수, 역사인가 신화인가, 정승우

예수, 역사인가 신화인가 정승우(지음), 책세상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지만, 다니면 다닐수록 교회가 바람직한 신앙을 추구할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탓에 몇 번 나가다가 그만 두었다. 이러한 결정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기독교 교회가 보여주는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은 도리어 나로 하여금 무신앙으로 이끈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가끔, 매우 드문 경험이긴 하지만, 나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게서 어떤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그것은 소수의 현대 기독교인들이 가지는 배타성, 편협함, 그리고 맹목적인 전투성 때문이다. 신앙이 사라진 이 시대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신중함과 관용, 사려 깊음을 가진다는 얼마나 좋을까. 아래의 인용문은 교회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끔..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데이비드 하비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 데이비드 하비 지음/한울(한울아카데미) 서울에서 딱 일주일만 살면서 매일 아침 일간지를 챙겨 읽으며, 출근길 지하철, 퇴근길 버스를 타보자. 어떤 기분이 들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는, 고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세상이 왜 이렇게 변했는가에 대해선 숙고할 틈도 없이, 생각하는 것을 꼭 죄악이라는 듯 여기며, 현재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진 않을까. 하긴 그렇게 채찍질해서 현대 한국이 세계 자본주의 세계 속에서 승승장구하며 살아남았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으니(아니, 많으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렇게 살아야된다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다시 한 번 물어보자. '왜 이..

문화예술, 2007년 봄호

문화예술, 2007년 봄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문화예술’ 2007년 봄호를 다 읽었다. 어제 출근길에서 차례대로 읽기 시작해 오늘 아침에 다 읽었다. 하이라이트는 1954년 대학신문에 실린 황산덕의 글이었다. 정비석의 ‘자유부인’을 비판하는 글로써, 가상으로서의 소설과 현실로서의 사회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짤막한 인용문을 읽으면서 크게 웃었다. 어찌된 일인지 요사이 대학에 나가면 여기저기서 정비석 선생을 원망하고 비난하고 저주하는 목소리가 매일 들려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학교수가 불우한 족속들 중 하나라는 것을 정 선생도 모르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정 선생에 앞서 화제가 된 김모씨는 라는 작품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그 작품의 대상자는 당당한 고관이요, ..

미래, 살아있는 시스템

미래, 살아있는 시스템 - 피터 셍게 외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지식노마드 미래, 살아있는 시스템 피터 셍게, C.오토 샤머, 조셉 자와스키, 베티 수 플라워즈(지음), 현대경제연구원(옮김), 지식노마드 2006 읽는 이마다 그 반응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책이다. 결국은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책이지만, 책 내용은 신비주의적이며 범신론적이고, 유기체적 세계관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인들이 동양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형태이기도 하여, 스스로 동양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눈에는 이들의 노력이나 열정이 깊이가 없어 보이고 철부지 아이 같은 것이라 치부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좋았는데,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나 기업의 경쟁력 제고, 경영 혁신과 같은 것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MIT..

바로크, 신정아

바로크 신정아(지음), 살림지식총서143 이런 책에 대한 리뷰를 쓴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바로크’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을 때, 이 단어에 대한 정의와 해설을 해주는 책이 있다는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책이 있다는 것일 뿐, 이 책의 저자는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도 읽지 않은 듯 보인다. 그래서 바로크의 전 양식인 매너리즘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으며, 고전주의적 바로크와 낭만적 바로크에 대한 구분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바로크 음악에 대해선 잘못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전문 연구자가 아닌 필자의 전문 서적 집필이 매우 위험한 행위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책을 만들 생각을 할까? 정말 난감..

권력과 지식, 미셸 푸코

권력과 지식 - 미셸 푸코와의 대담 콜린 고든(편), 홍성민(옮김), 나남, 1991 권력과 지식 - 콜린 고든 지음/나남출판 기억을 더듬어보면, 미셸 푸코의 저서를 제대로 읽었던 적이 없다. 는 2권까지 읽었으나, 전혀 기억나지 않고, 를 읽었지만 재미없었다. 는 읽다가 그만두었고 은 이정우의 역자 서문만 읽었다. 미셸 푸코의 책을 읽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미셸 푸코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시절은 대학시절이었으니, 무모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미셸 푸코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무턱대고 읽기 적당한 것도 아니다. 은 1972년부터 1977년까지 미셸 푸코가 여러 저널들과 나눈 대담들을 모아 편집한 책이다. 직접 미셸 푸코의 대화를 통해 그의 사상을 엿볼..

완벽에의 충동, 정진홍

, 정진홍(지음), 21세기북스 성공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위기와 고난을 극복하고 끝내 성공하고 만 사람들의, 딱 그 때의 스토리만 모아서 묶은 책이다. 에센스만 모아 책으로 엮어내었으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드시 읽어야 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반드시, 결국에는 성공하고 마리라고 다짐, 다짐, 또 다짐해야만 된다. 하지만 비극적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어떤 길로 가야하는지도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 편의 비극이다. 도대체 세상이 너무, 무지막지하게, 비합리적으로 거대한 탓에 태어날 때부터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시대에 이 책은 한 편의 허무한 우스운 자작극이자, 코메디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무수한 성공가이드 책들 리스트로 이..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이지은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 이지은 지음/지안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이지은(지음), 지안, 2006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요즘 책을 읽고 간단하게 서평 쓰는 게 매우 어렵다. 실은 책 읽기마저 예전만큼 되지 못한다. 이 책,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도 서점에서 산 지 몇 달이 되어가는데, 이제서야 겨우겨우 완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억지로 서평을 적어보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총평하자면, 이 책은 근대 유럽 사회 속에서의 귀족의 일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책이다. 또한 ‘궁정사회’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 이후 로베르트 엘리아스의 ‘궁정사회’나 좀바르트의 ‘사랑와 사치의 역사’ 같은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고단한 왕의 일상 우리들은 가끔 조선 시대의 임금이나 프랑스의 국왕으로 태..

돈이 되는 미술, 김순응

돈이 되는 미술 김순응(지음), 학고재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해보게 되지만, 글쎄다. 아무래도 미술에 대한 사랑이 미술 작품 콜렉션으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콜렉터가 늘어날 수록 화가, 예술가들의 삶이 윤택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그것도 글쎄다. 장문의 리뷰를 쓰려다가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책이 많이 나와 미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지만, '미술 작품 = 투자 가치'로 이해하는 이 책의 기본적인 관점은 나와는 반대된다.

다이아몬드 딜레마

, 타릭 후세인(지음), 이세민(옮김), 랜덤하우스 중앙, 2006 이 책의 저자 타릭 후세인은 한국을 ‘다이아몬드’에 비유한다. 열강 사이에서 한국이 존재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문화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 높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으며 이 딜레마를 극복하고 나가기 위해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이 책의 요지이다. 그의 입장은 매우 자유주의적이며 시장 중심적이다. 이 점에서 보자면, 장하준/정승일의 와는 판이하게 다른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저자의 입장보다는 그가 진심으로 한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제 3자의 시각에서 한국의 현재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