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298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지그문트 바우만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가진 것마저 빼앗기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지그문트 바우만(지음), 안규남(옮김), 동녘, 2013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뒤늦게 읽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2013년에 번역되었으니, 이 무렵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그 동안 나는 이 문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언제나 쫓기듯 살아왔다. 어쩌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럴 것이다. 저 거대한 외부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는가에 이해가 점차 옅어지고, 관심 마저도 둔해져 하루하루, 혹은 한주한주 벌어지는 회사 일에 치여 멍청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저 세계에서의 사소한 변화가 우리 개개인이 살아가는 이 작고 소중한 일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와 고통을 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이 책이 씌여..

불의(Injustice)와 경제적 불평등

모든 아동의 7분의 1은 오늘날 비행청소년과 마찬가지로 취급받고, 모든 가계의 6분의 1은 사회 기준에서 배제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5분의 1은 그럭저럭 살아가기도 버겁다. 약 25퍼센트 사람들이 생필품을 감추지 못하거나 어렵게 구한다. 이렇게 풍족한 시대에! 이제 3분의 1은 식구 중 누군가가 정신질환을 앓는 가정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대안적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능력과 그 선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알려준다. - 다니엘 돌링, , 21세기북스, 2012년, 405쪽 2011년 영국에서 나온 책을 2022년 한국 서울에서 읽는다. 불평등에 대한 책이다. 좀 뒤늦게 읽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도리어 그 불평등함은 더 심해졌다. 어쩌면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의는 신자유주의에..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피터 자이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The Accidental Superpower 피터 자이한 Peter Zeihan(지음), 홍지수, 정훈(옮김), 김앤김북스 세 네시간 정도면 다 읽을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두 세배는 걸린 것같다. 이것도 노트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 읽었는데도 저 정도가 걸렸으니, 의외로 빡빡한 책이었다. 그냥 전 세계를 아우르며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기본적인 소양도 상당해야 한다. 다만 피터 자이한의 말대로 세상이 돌아가게 될 것인지를 두고 볼 일이다 라고 적고 싶지만, 그가 예상한 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미국이 슬슬 중동지역에서 발을 빼고 있으며, 세계경찰국가로서의 역할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 그냥 미국 보수주류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

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The Last Intellectuals - American Culture in the Age of Arademe 러셀 저코비Russell Jacoby(지음), 유나영(옮김), 고유서가 지식인의 위기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느 순간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던 지식인들이 사라졌다. 어떤 이유로 사라진 것일까. 이 책은 미국 지식인 사회의 변화를 서술하고 있으나, 한국 뿐만 아니라 서유럽 국가나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도 해당될 것이다. 각국마다 사정을 다를 테지만, 예전과 달리 다양한 시사 문제에 대해 글을 써서 공적인 담론을 형성하며 비판적 여론을 불러일으키던 지식인들이 천천히 사라졌다. 저자는 이러한 '공적 문화의 빈곤화'를 이야기하며 아..

리추얼의 힘, 캐스퍼 터 카일

리추얼의 힘 The Power of Ritual 캐스퍼 터 카일(지음), 박선령(옮김), 마인드빌딩 우연히 집어 든 책에 금세 빨려 들었다. 리추얼Ritual, 음, '제의적인 것의 힘'이라고 옮겨야 할까. 하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폭넓은 의미로 해석되기에 그냥 리추얼의 힘으로 옮겼을 것이다. '제의'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제사를 떠올리는데, 교회 예배나 성당의 미사, 절의 법회 등도 일종의 제사다. 더 나아가 이 책에서는 신성한 것, 영적인 것을 떠올리고 이와 관련된, 정기적이고 반복되는 모든 활동을 리추얼로 해석한다. 따라서 혼자 영적인 것을 떠올리며 명상에 빠지는 것도 리추얼이 된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이러한 리추얼과 관련된 활동들이 사라지거나 공동체에서 많이 희석되어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는..

처음 읽는 터키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처음 읽는 터키사 전국역사교사모임(지음), 휴머니스트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군사력이므로,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한 때 같은 나라였으므로 정치적, 외교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짧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최근 세계사나 지리, 혹은 지정학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유튜브로 볼 수 있는 삼프로TV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 투자방송이나 투자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인문학적 배경이 강조하며 이와 관련된 방송들을 편성해 해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추천한다!) 삼십 대 후반 약 이 주 정도 이스탄불에 머물 기회가 있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 도시는 중세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한 쪽으로는 상당히 낙후되..

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예정된 전쟁 Destined for War -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지음), 정혜윤(옮김), 세종, 2018년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 투키디데스 인간사를 다루는 철학자, 법학자, 사회과학자들을 내내 괴롭혀온 주범은 바로 그 원인의 복잡성이다. (15쪽) 이 복잡성으로 인해 우리는 문제를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이를 분석하고 해결하고자 한다. 동시에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알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앞을 가로막는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성, 우연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몰락하고 말 것이다. 인류는 예측..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지음), 송태욱(옮김), 자음과모음 재미있게 읽었다. 의외로 금방 읽을 수 있다. 일본 학자의 책들은 의외로 쉽고 명쾌하게 읽힌다. 가라타니 고진도 마찬가지이고 사사키 아타루도 그렇다. 이와 반대로 한국 학자들의 책은 상당히 어렵고 난해하며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나조차 어렵다. 실은 쉽게 씌여진 책은 너무 뻔한 이야기만 적고 있어 시간이 아깝고 깊이를 가진 듯한 책은 이 학자는 자신도 알고 쓴 것일까, 그 스스로도 이 단어나 이 개념을 제대로 알고 쓴 것일까 되묻게 된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한국 학자가 쓴 책에는 손을 대지 않고 번역서에만 손이 갔다. 다만 이건 내가 한창 공부할 때이니, 지금 나오는 책은 어떤지 잘 모른다. 최근 읽은..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Entropy 제레미 리프킨(지음), 이창희(옮김), 세종연구원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제 1법칙), 엔트로피의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제 2법칙) - 50쪽 그리고 고전 경제학 이론대로 하다가는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165쪽 대학 때부터 이 책을 알고 있었으나, 이제서야 완독했다. 너무 뒤늦은 독서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그 시절엔 어떤 이유에선지 이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과학책도 아니고 철학책도 아니며 그렇다고 경제서적도 아니다. 그러나 물리학 법칙에서 시작해 고전물리학을 비난하고 근대 기계론자들-베이컨, 데카르트, 로크, 애덤 스미스 등-을 엄청 공격한다. 뉴턴 물리학을 부정하며(‘뉴턴 물리학은 운동하는 죽은 물질을 순수한 양으로 다..

돈의 정석, 찰스 월런

돈의 정석 Naked Money 찰스 월런(지음), 김희정(옮김), 부키, 2020년 이 책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자면, 화폐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경제 현상에 대한 교양 서적이다. 특히 2008년 미국 금융 위기(한국은 큰 영향이 없었으나, 미국은 1929년부터 1939년의 경제대공황에 버금가는 상황이었으며, 그 당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의장인 벤 버냉키(Ben S.Bernanke)가 경제대공황을 전공한 경제학자여서 다행이었다는 언급이 이 책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할 정도이니, 2008년 당시 미국의 경제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통해 중앙은행과 통화정책의 중요성, 그리고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여러 나라의 경제 상황을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