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31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 글렌 예페스(편)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 Taking The Red Pill 글렌 예페스 엮음, 이수영/민병직 옮김, 굿모닝미디어 이 책은 영화 에 대한 여러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1 편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으므로 2편이나 최근 개봉한 3편에 대한 분석은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 미흡한 점으로 지적될 수 있겠다. 최근 서점가에는 영화 에 대한, 이런 류의 책들이 많이 나와있다는 점에서 영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넘어서 여러 전문 분야에 있는 이들까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이 영화의 소재나 스토리는 흥미로운 것이며 이 책에 담긴 몇몇 편의 글 또한 흥미롭기도 하다. 그러나 에 대해, 2편까지 밖에 보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이렇게 책까지 낼 정도인가에 대해선 회의적..

뉴미디어 아트, 마이클 러시

뉴미디어 아트 (New Media In Late 20th-Century ART) 마이클 러시 지음, 심철웅 옮김. 시공사 "모든 예술은 실험적이며, 그렇지 않다면 예술이 아니다" 라는 진 영블러드라는 미국의 영화/비디오 평론가의 언급은 현대의 멀티미디어 아트에 대한 아젠다(Agenda)가 될 수 있으리라. 이 책은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비디오 설치, 사진적 조작, 가상 현실, 그 외 여러 인터랙티브 아트에 대한 연구서이다. 아마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주요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책이다. 또한 미디어 아트에 많은 영향을 준 초기 아방가르드 영화 감독들과 누벨 바그의 여러 감독들의 작품까지 언급하고 있어 현대 미디어 아트의 궤적을 쉽게 확인할 수..

인간은 얼마만큼의 진실을 필요로 하는가, 뤼디거 자프란스키

인간은 얼마만큼의 진실을 필요로 하는가 (삶과 사유에 대한 철학과 예술) Wieviel Wahrheit braucht der Mensch? 뤼디거 자프란스키 Rudiger Safranski 지음, 오석균 옮김, 출판사 지호 “분명히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삶에 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거짓, 맹목성, 열광, 낙천주의, 확신, 염세주의 또는 그 밖의 무언가로 도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전한 피난처로 도피한 적이 없습니다. 그 어떤 피난처로도요. … 그 사람은 마치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서만 발가벗고 있는 사람 같아요.” 카프카의 연인이었던 밀레나 예젠스카 Milena Jesenska는 카프카의 친구였던 막스 브로트 Max Brod에게 카프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이성의 한가운데에서 - 이성과 신앙, 알랭 퀴노

이성의 한가운데에서 - 이성과 신앙 au coeur de la raison - raison et foi 알랭 퀴노 Alain Cugno 최은영 옮김, 동문선 현대신서 47 편하게 읽을 만한 내용을 담은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번역이 좋은 편도 아니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한 번쯤은 이성과 신앙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게 되고 그러한 고민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 중의 한 권이라는 생각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알랭 퀴노는 철학을 전공한 이로서 다양한 철학 서적을 펴낸 학자이다. 그리고 신앙을 가지고 있는 자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철학(이성)과 신앙이라는 이 불편한 관계를 서로 연결시키기 위해 그는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성을 ‘밝고 명료한 이성’, 신앙을 ‘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신..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 클라우스 휘브너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 클라우스 휘브너 지음, 장혜경 옮김, 솔 요코의 삶과 여러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담긴 이 책은 요코를 이해하기 위한 적절한 시각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그녀가 한 권의 책으로 담길 정도로 뛰어난 예술가이거나 우리들의 삶에 많은 귀감을 주는 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녀의 예술을 평가절하하거나 그녀의 삶을 폄하하고 싶기 때문이 아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그녀를 위대한 예술가나 뮤지션으로, 또는 거칠지만 정직한 삶을 산 여자로 평가하려는 이 책의 시도 때문이다. 이 책은 다양한 도판과 여러 자료들의 인용은 그녀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기는 하지만, 그녀의 예술이 현대 미술에서 정확하게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전혀 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쪽만 알게 되는 셈..

새 근원수필, 김용준

새 근원수필 (보급판) - 김용준 지음/열화당 새 근원수필(近園隨筆) (근원 김용준 전집 1권), 열화당 며칠이고 조용히 앉아 길게 읽을 책을 띄엄띄엄 산만하게 읽은 탓일까, 기억나는 것이라곤 오늘 읽은 술 이야기 밖에 없다. “예술가의 특성이란 대개 애주와 방만함과 세사(世事)에 등한한 것쯤인데, 이러한 애주와 방만함과 세사에 등한한 기질이 없고서는 흔히 그 작품이 또한 자유롭고 대담하게 방일(放逸)한 기개를 갖추기 어려운 것이다.” “술에 의하여 예술가의 감정이 정화되고, 창작심이 풍부해질 수 있다는 것은 예술가에 있어 한낱 지대(至大)의 기쁨이 아니 될 수 없을 것이다.” (199쪽) 내가 기억나는 문장이 이렇다 보니, 인상적이었던 단어 또한 매화음(梅花飮)이었다. 뜻은 매화가 핌을 기뻐하여 베푸는..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이덕일

이덕일 지음, 웅진닷컴 잊혀져버린 이들, 한국의 아나키스트. 이런 감상적인 문장은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의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서 언급되는 대부분의 이들이 우리에겐 낯설며, 그 이유가 그들이 아나키스트라는 데에 있다. 오직 단재 신채호만이 이름이 알려져 있을 뿐. 그도 그럴 것이 아나키스트들은 좌우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유형의 제목*을 가진 이 책을 무슨 이유로 구입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오전에 읽기 시작하며 단숨에 다 읽어버렸으니, 책 읽는 재미가 없다고 할 수 없으리라. 이 책은 명문가 출신의 이회영과 그들 가족이, 그를 둘러싼 여러 아나키스트들이 어떻게 독립운동을 했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나..

탁자 위의 세계, 리아 코헨

탁자 위의 세계 (Glass, Paper, Beans) 리아 코헨 지음, 하유진 옮김, 지호 잔뜩 달아오른 아스팔트 거리 위에 한바탕 빗줄기가 밀고 지나간다. 난 그 소리를 들으면서 이 책을 다 읽었다.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의 그 상쾌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거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잡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에 마지막 부분은 건성으로 책장만 넘기고 말았다. 이 책을 쓴 이에게나 옮긴이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일이지만. 이 책은 유리, 종이, 커피에 대한 책이며 유리를 만드는 사람, 종이를 만드는 사람, 커피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많은 이야기가 여러 층을 나누어 전개되어 있다. 가령 종이가 생산되는 방식에서부터 종이가 역사적으로 어떤 변천이 겪어왔으며 현재에는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가..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 막스 갈로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 - 막스 갈로 지음, 임헌 옮김/푸른숲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 막스 갈로 지음 임헌 옮김, 푸른숲 600페이지를 다 읽기 위해 독자가 부담해야할 몫은 적다. 그저 로자가 걸어갔던 길을 뒤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길이라 낯설지만, 진실 되고 신념에 가득찬 길이라 힘들지 않을 것이다. 그 옆에서 막스 갈로는 친절하게 설명해 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걸까. 세상은 변했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인데. 그러나 그러면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진실은 언제나 너무 늦게 대중들에게 도착하게 되고(때때로 영원히 도착하지 않게 되기도 하고. 그건 마치 진실을 적은 편지 한 통을 집어넣고 밀봉한 병을 대양의 한 가운데에 던져 누군가에게 발견되기 기다리는 것과 유사하게..

부끄러움, 아니 에르노

부끄러움 아니 에르노, 열림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내 부모의 직업, 그들의 궁핍한 생활, 노동자였던 그들의 과거, 우리의 존재 양식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6월 일요일 사건에서, 부끄러움은 내 삶의 방식이 되었다. 아니, 더 이상 인식하지 조차 못했다. 부끄러움이 몸에 배어버렸기 때문이다.’ - 98쪽 글쎄, 이 소설이 재미있고 감동적이라며 선뜻 누군가에게 권할 수 있을까. 한 여자의 독백으로 시작해 그것으로 끝나는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수필, 회고담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프랑스 어느 작은 지방 도시 이야기는 너무 낯선 것이어서 호기심을 자아내기 보다는 이질적인 느낌만을 더할 뿐이다. 하지만 아니 에르노의 문장은 산뜻하고 사뿐했다. 그러니 글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