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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다.

01. 오후와 저녁 사이에 난 경부고속도로 위에 있었다. 그리고, 새벽과 아침 사이 난 중부고속도로 위에 있었다. 시간과 시간 사이를 난 달렸 다. 그러나 내가 달리지 않더라도 시간과 시간 사이는 물결처럼 흐른 다. 하지만 난 달렸다. 희망과 절망 사이를.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가를 알게 된 순간, 그것 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는 것을 동시에 알게 되었다. 그리 고, 이때까지 그 유일한 일을 난 희망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것은 그 림자일 뿐이다. 희망의 그림자. 난, 아니 프롤레타리아로서의 우리는 절대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이 세계의 본질은 '절망'이다. 그 절망을 만든 것은 우리들 옆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우리들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희망은 없다. 단 지 희망의 그..

현대사상의 모험, 타케다 세이지

* '나'로부터 세계가 있다. 그리고 난 그 세계를 본다. 그 세계는 그 자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내가 없어도 세계는 존재하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에 대해서 난 세계가 존재한다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면, 이미 지금 난 여기 있으며, 동시에 내가 바라보는 세계가 존재하고 있음으로(동시에 난 내자신이 부재하 는 상황을 인식할 수 없음으로). 그렇다면, 왜 난 세계 속에서 아파하 는 것일까? 나의 고통 때문에, 혹은 타인의 고통때문에. 정말로 타인 의 고통이라는, 보다 넓게 세계의 고통이라는 것은 내 고통이나 아픔 이 될 수 있는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경험상 세계의 아픔은 내 아 픔이 되고 있(었)다(* 이것을 소설가 박상륭은 예술가들의 '메시아컴 플렉스..

질투, 알랭 로브-그리예

질투 - 알랭 로브그리예 지음, 박이문·박희원 옮김/민음사 질투la jalousie. 알랭 로브-그리예. (현대의 세계문학 9권. 범한출판사. 1988) * Pour Le Vide * 01: 사라진 인물을 위하여 그가 사라졌다. 그가 '소설 속에서' 사라졌다. 그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었으며, 화자이며, 사건들의 중심에 있었지만, 지금 그는 소 설 속에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지점에서 라고 이름붙여진 이 소설의 모든 비평적인 글들은 시작된다. 그러나, 그가 사라진 마당 에, 비평적인 글들은 과연 소용있는 것일까? 02: '질투'의 화신인 '그' 그는 '질투'한다. 그의 아내에 대해. A는 그의 아내이다. 아니, 아 내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가 소설 속에서 사라졌음으로, 그는 A에 대 해 한 마디로 독자..

자유롭지 못한 영혼을 위해

자유롭지 못한 영혼 하나 또 이렇게 으로 날아와 보잘 것 없는 절망의 흔적을 남긴다 "누가 우리를 위해 증언해 줄 것인가? 우리의 작품인가, 아니면 대체 무엇인가, 단지 ......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 그러나 사랑은 침묵이다. 우리는 모두 남모르게 죽어간다." - 알베르 까뮈 몇 달만에 벗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모델이다. 그는 티브이에 나오기도 했으며, 곧잘 패션쇼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자유였다. 그는 그 자유를 위해 자신의 젊음을 망가뜨리기로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아래에서 망가짐이란, '자본으로 온 몸에 떡칠하기'다. 일 년 전쯤, 그와 함께 강남의 술집과 호텔 나이트를 전전했으며, 새벽이면 이태원으로 나갔다. 지금 그는 술과 여자로 젊음을 탕진하고 있다. 오늘..

근대를 보는 눈 (보충논의)

: Glimpse into Korean Modern Painting 『근대를 보는 눈』- 한국근대미술:유화 1. 이전에 윤범모의 (대원사. 1997)을 소개한 적 이 있었다. 앞에 올렸던 글에서 한국근대미술의 흐름에 대해 길게 설명 하지 않은 것은 윤범모의 을 읽거나, 전시도록을 읽으면 될 것같아 짧게 감상만 적어 올린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보니, 글의 모양새가 가히 좋지 않아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한국근대미 술의 흐름에 대해 글을 쓴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앞의 글에 서 했기 때문에, 이 글의 내용은 그저 도록의 요약 정도이리라. (* 전시 도록의 해설도 윤범모가 했다. 그러니, 을 읽은 사람이라면, 별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전시 도록의 도판이 더 정확한 색깔로 인..

현대성의 경험, 마샬 버먼

현대성의 경험 - 마샬 버먼 지음, 윤호병 옮김/현대미학사 마샬 버먼 (윤호병, 이만식 옮김). 현대미학사. 1994. 01. "현대적으로 된다는 것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생활을 소용돌이로서 경험하는 것이고, 영원한 해체와 재생, 고난과 고통, 애매성과 모순 대립 속에서 자신의 세계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며, 견고한 모든 것이 대기 속에 녹아버리는 세계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모더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든간에 자기자신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고, 현실, 아름다움, 자유, 정의 등 소용돌이의 도도하고 위험스러운 흐름이 허용하는 것들의 형태를 찾아서 그 흐름 속에 합류하는 것이다." ( 425쪽 ) 02.마샬 버먼은 강력한 모더니즘 옹호자이다. 그것은 그가 이 책을 기획했을 1970년..

변증법적 미학에 이르는 길 - 루카치와 하우저의 대화

(* 루카치와 하우저의 대화). 편역 반성완. 문학과비평. 1990 01. 새삼스럽게 '변증법'이라는 단어가 책 제목에 들어가는 걸 보니, 그 동안 운동권의 논리에 의해 '변증법'이라는 단어가 얼만큼 훼손되었나 를 실감하게 된다. 그러나, '변증법'이란 단어는 하우저에게 있어서는, "변증법은 내게 있어서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음을 의미하고, 또 그것은 나에게 매사를 두 가지 측면에서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절대적 자유를 보장해 주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현상은 양면적이고 주관적이며 제한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습니다. 모든 인간 행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모순에 봉착하게 되는 내적 자극이나 아니면 물질적인 것입 니다. 그리고 이 물질적인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지속적인 능력과 숙 련된 기술이 없으면 곧장..

문화이론입문, 그래엄 터너

문화연구입문 - 그래엄 터너 지음/한나래 문화 연구 입문그래엄 터너 지음(김연종 옮김) 한나래 이 책의 원제는 이다. 즉, 제목 그대 로 영국의 문화 연구 전통에 대한 입문서이다. 그러나, 입문서라고 해 서 그렇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한 마디로 요약서이기 때문에, 꼼 꼼히 읽을 필요가 있기도 하다. 이 책의 구성은 제 1부 기본 원칙들-, . 제 2 부 중심 범주-,,,. 으로 이루어져 있다. 요즘 문화연구(혹은 문화이론)에 대한 교양강좌가 각 대학교(원)나 사설 교육 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그 곳에 서 이루어지는 강의는 절대로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벗어난 다면, 그건 강의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견해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동안 '문화연구(문화이론)'에 ..

萬感이 교차하는 시간들.

해바라기의 碑銘 -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나의 무덤 앞에서는 그 차거운 碑ㅅ돌을 세우지 마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 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 날아 오르 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 함형수咸亨洙. 창간호. 1936. 길을 가다 해바라기로 둘러쳐진 무덤을 본다면, 그대의 무덤인 줄 알고 고개 숙여 그대를 그리워하겠나이다. 그리고, 파아란 허공 속을 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저는 아직 꺼지지 않은 그대 꿈을 쫓아 산으 로, 들로, 바다로 뛰어다니겠나이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길은 갈색 보도블록으로, 뚝뚝 부..

김영하.식민지지식인들.뒤샹.플라톤

파드릭 모디아노의 (김화영 역, 책세상)라는 소설을 읽다보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 한 부류는 책을 쓰는 사람들이고, 나머지 한 부류는 책과 같은 인생을 살아감으로 해서,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야. 자네는 어디에 속할 것같나?" 라는 문장을 만난다. 한때 이 둘을 혼동했었다. 책과 같은 인생을 살아야만 책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건 단지 책과 같은 인생일 뿐, 책은 아니다. 나도 김영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의 매력적인 단편 , 를 읽고 '제법이다'라고 생각했지만, 결정적으로 (문학동네)을 읽고 망가졌다. 송경아도 이 부류이다. 조경란은 그녀의 등단작 을 텍스트로 문장연습을 한 경험이 있어,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녀의 단편은 살아남지 못했다. 온통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