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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 사회과 예술 실천 - 'noon'을 읽고

Noon 1호 - Noon 편집부 엮음/GB(월간지) 2009년에 창간호가 나온 후 소식이 없는 잡지 ‘noon -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and visual culutre’를 읽었다. 주제는 violence of the spectacle이다. 아마 몇 명은 바로 예상하겠지만, 이 주제는 기 드보르Guy Debord의 에서 언급된 그 스펙타클에 대한 것이다. 기 드보르는 이 놀라운 저작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스펙타클을 새롭게 정의 내린다. “스펙타클은 일련의 이미지들이 아니라 이미지들에 의해 매개되는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이다.” 기 드보르는 이미지들로 구성되는 스펙타클이 아니라 감각적 이미지들의 구성체로서의 스펙타클이 지배하는 사회의 스펙타클 환경(상황)에 주목하고..

어느 저녁

야근 전 잠시 일 층으로 내려가, 일 층 한 모서리를 삼백 육십 오 일 이십사 시간 내내,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그 초라한 뿌연 빛깔을 내는 형광등 불을 켜두고 있을 듯한 편의점에서, 따뜻하게 데운, 조각난 치킨들과 캔맥주를 마시고 올라왔다. 편의점 창 밖으로 어느 새 겨울 어둠이 내렸고, 눈발이 날렸고, 헤트라이트를 켠 검정색 차가 지나고, 이름 모를 여인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추린 채 길을 걸어갔다. 검고 흰 젖은 길을. 그 순간 내 입술은 닫혔고 내 혀는 금방 스쳐지나간 맥주향에 대한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잠시 지나간 이천십일년과 결혼과 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편의점 치킨과 캔맥주의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무실 책상은 쌓인 실패들과 꿈들과 계획들로 어수선했고,..

어느 일요일의 이야기

1. 쓸쓸한 하늘 가까이 말라 휘어진 잔 가지들이 재치기를 하였다. 죽음 가까이 버티고 서서 안간힘을 다해 푸른 빛을 받아내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허공 가운데, 내 마음이 나부꼈다. 2. 익숙한 여행길의 낯선 파란 색이 건조한 물기에 젖어 떠올랐다 검은 빛깔의 지친 아스팔트가 습기로 물들었고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실룩거리는 엉덩이 위로 한 다발 꽃들이 피어나 꽃가루를 뿌렸다 붉은 색에 멈춰선 도로 위의 자동차 속에서 사내들이 내려 소녀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소녀의 입가에 미소가 퍼졌고 아직 어린 나는 공포에 떨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울기 시작해 내 눈물은 강이 되어 내 육신을 싣고 아무도 없는 바다를 향해 떠났다. 3. 나에게 혼자냐고 물었다. 그녀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눈 내린 골목길 저 끝엔

밤 아홉시를 넘긴 시간에 집 밖으로 나가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운동을 끝내고 오는 시간에 문득 눈이 곱게 쌓인 골목길을 걸어가는 동영상을 찍기로 했다. 갑자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술을 줄였으며 1주일에 3-4회 이상 꼬박꼬박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 나가는 것을 이야기하자, 그 이유를 매우 궁금해 한다. 한 여자친구는 곧바로 이젠 소개팅을 시켜줘도 되겠다며, 시간을 잡으려고 했다. 어떤 이는 피트니스 센터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정말 황당할 정도다. 이제 6주째로 접어든 이 생활은 송년모임 약속이 몰려 있었던 지난 주말을 제외하곤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 이제 운동에도 어느 정도로 적응을 한 것인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불편할 정도다. 나는 매우 공상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