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20

늘 바쁜 업무 탓

연말이 되었지만, 신나는 일은 거의 없고 송년 모임도 나가지 않을 계획이다. 예전엔 송년 모임이 꽤 많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줄였고, 특히 올핸 바쁜 업무 탓에 개인적 네트워크의 손실도 있는 듯 싶다. 그런데 올핸 '늘 바쁜 업무 탓'이라는 상투어를 쓴 듯 싶다. 그래서 가족에게 소홀했고 직원들에게 소홀했던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 소중한 나 자신에게마저도 소홀했다. 젊었을 때는 반성이나 후회 같은 걸 아예 하지도 않았는데, 나이 들고 나니 걸핏하면 후회하고 반성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작은 회사의 임원 자리를 맡은 것도 후회하고 있다. 임원이 되면 아래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다가오지 않음을 질책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아래 문장은 이 점에서 나..

가벼운 나날이 되었으면.

점심을 먹지 않는다. 실은 아침도 먹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고 수동적으로 변한다. 시간이, 이 세상이, 타인이 끄는 대로 이끌려 다닌다. 이럴 땐 긴 숙고나 반성, 여유나 독서 따윈 아무 소용 없다. 이제서야 나는 이 세상의 공포를 깨닫는다. 실은 무시해왔다고 할 수 있다. 늦게, 조금은 더 늦지 않았음을 다행스러워하며, 공포 속에서 발을 담그며 슬퍼한다. 그렇게 월요일이 갔고 화요일을 보낸다. *** "완벽한 하루는 죽음 안에서, 죽음과 유사한 상태에서 시작한다. 완전한 굴복에서. 몸은 나른하고 영혼은 온 힘을 다해 앞서나간다. 숨조차 따라간다. 선이나 악을 생각할 기운은 없다. 다른 세계의 빛나는 표면이 가까이서 몸을 감싸고, 밖에선 나뭇가지들이 떨린다. 아침이고,..

긍정적 반성과 부정적 반성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진행하지만, 그 많은 일들 상당수가 뜻대로 안 된다. 얼마 전 읽은 컨설팅 회사의 리포트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시도하는 IT 프로젝트의 70%가 실패하거나 취소된다고 적고 있다. 현재 내가 몸담은 곳은 이런 IT 프로젝트를 수주해 납품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수행한다. 그런데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다.내가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수에는 한계가 있고 고객은 나에게 불만을 이야기하니, 결국 내 불만만 쌓여가고 있다. 이제는 관리자들까지도 믿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는 커뮤니케이션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과도 같다. 그리고 표지판을 뚫어지게 쳐다본 지도 한 두 달이 지나고...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포지션은 고객은 논리적..

8월의 어느 주말, 그리고 근황

마치 21세기의 새로운 목표를 40도로 잡은 듯, 서울 8월 기온은 연일 40도까지 올라가는 듯하다. 이런 더위, 낯설다.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현관을 나가면, 밖에 절정에 이른 아열대성 더위 속에 야자수들이 길게 뻗어 있고 빽빽한 녹색으로 우거진 숲이 펼쳐질 것같다고 이야기하자, 아내가 너무 낙천적이라며 웃었다. (진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에 온 기분이 든다.) 낙천적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난 주말에는 올해 처음으로, 한 페이지의 글도 읽지 않았다. 실은 서재가 너무 더운 탓이다. 무거워져 있는 머리 탓이기도 하다. 한 페이지라도 읽지 않으면 불안했는데, 책을 읽으려고 하면 8개월 된 아들 녀석의 소리가 들리는 탓에 읽지 못하고 거실에서 빈둥빈둥 거렸다. 최근 힘들게, 두 개의 글을 연기된 마감..

반성과 정리

오늘 커피를 많이 마신 탓에 잠이 잘 올련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나에게 글쓰기란 일종의 반성이자, 정리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행동의 지침과도 같은 역할을 하곤 한다. 오늘 쓴 글의 일부를 옮기면서 하루를 마무리 해볼까. '사람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 따위는 없다. 하지만 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외톨이는 드물다. 유능한 협상가는 협상 파트너를 친구로 만들 줄 알며, 그들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만든다. 그리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고 나아가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고 예상되었던 결과물 이상의 성과를 달성하게 만든다. 왜냐면 성공적인 협상이란 서로의 이기심을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가 모두 승자가 되는 협력의 장이기 때문이다.' 두 편의 글을 마무리 하면서 참 많..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강상구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 강상구 지음/흐름출판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강상구 (지음), 흐름출판 출판사 담당자에게 이 책을 받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난 다음, 바로 서평을 쓰지 못했다. 쓰지 못한 이유는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이제 내 나이도 마흔이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이라는 책 제목도, 마흔에 꺼낸 ‘손자병법’에 대한 저자의 머리말도,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다. 을 처음 읽은 건 20대를 마치고 30대를 준비할 때였다. 패기만만하고, 세상이 다 내 것처럼 보이던 그때, 내게 은 ‘싸움의 기술’이었고 '승리의 비법‘이었다. ‘싸움은 속임수다’(兵者詭道병자궤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진정 이기는 것이다’(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부전이굴이지병 선지선..

기업과 스토리 - 조니 워커 광고

아래 광고를 보고, 나는 광고 이야기를 하려고 몇 자 적었다. 하지만 글은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어제 일이다. 오늘 사무실에 앉아 어수선하게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면서, 문득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기업의 영속성에 대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하나의 기업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는 것, 그것도 감동적인 어떤 스토리가 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특이한 경우이다. 하지만 누구나 원하는 일이다. 실은 나도 그런 기업의 일원이 되고 싶고, 그런 기업을 만들고 싶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그것은 어떤 일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끔 해주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 출신들이 사업에서 실패하게 되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대해..

현재와 과거

역사 전체로 보자면, 안정적인 성공을 구가했던 시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전쟁과 정치적 갈등, 계급 갈등의 연속이었다. 요즘 한국을 보면, 나라와 국민의 미래에 대한 염려보다는 당장 선거에서 얼마나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인가에 정부와 정당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당장 눈 앞의 돈에 온 신경을 두고 가족이, 친척이, 이웃이 어떻게 소외당하고 망가지는가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현재란 우리가 지내온 세월의 결과물이다. 현재를 탓한다는 건 우리의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이며 우리의 반성을 부르는 행위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누구도 과거를 뒤돌아보지 않고 반성하지도 않는다. 실은 나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을 하는 것과 그것으로 현재를 변화..

올해의 몇 가지 계획

무질서에 대한 반성 내 서재의 모습이다. 몇 번이나 정리를 해 보았지만, 늘 이 모습 그대로. 더구나 읽지 못한 책들도 상당수다. 위에 보이는 사진이 전부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실은 책장이 보이는 것 이외에 여러 개가 더 있고 다른 방에도 책들이 꽤 더 있다. 그런데 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래 녀석들도 있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나에게 이사를 한다는 것은 거대한 모험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어떻게 살다 보니, 이 지경이 되었다. 조금 좋아했을 때는 연애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친 듯 하나, 지금은 도리어 부작용만 늘었다. 좀 이상한 사람이나 유별난 사람이 되었다고 할까. 요즘 들어 많이 반성하고 있다. 계획성 없이 산 탓이다. 짐은 늘어났고 삶은 꽤 거추장스러워졌다. 실은 나는 너무 많이 하려고 하고..

화요일 아침

오후로 예정되었던 고객사 미팅이 미루어질 것같다. 밀린 일들을 해야 하는데, 생각만 많고 몸은 움직여지질 않는다. 아웃룩에 잔뜩 쌓여있던 메일들을 읽으며 오전을 보낸다. 신영복 선생의 붓글씨 방법론이다. 감탄과 함께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붓글씨를 쓸 때 한 획의 실수는 그 다음 획으로 감싸고, 한 자의 실수는 그 다음 자 또는 다음다음 자로 보완합니다. 마찬가지로 한 행의 결함은 다음 행의 배려로 고칩니다. 이렇게 하여 얻은 한 폭의 서예 작품은 실수와 보상과 결함과 사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 (출처: 문화관광부 뉴스레터에 실린 김성수(성공회대 총장)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