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151

올해 읽은 3권의 책

(이 글은 yes24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간단하게 소감을 적은 것이며, 조중걸 선생님의 '현대예술'은 읽은지 몇 달이 지나도록 서평을 쓰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긴 서평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해보기로 하자) 올해의 책을 여기저기서 발표하지만, 우리들은 올해 출판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출판된 책들도 읽는다. 심지어 기원전에 출판되어 수대에 걸쳐 읽혀져 온 책들을 이제서야 읽는 경우도 있다. 책은 이미 너무 많다. 결국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느냐가 아니라,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로 귀결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많은 책을 읽었지만, 비판적 사고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꽤 많이 봐았다. 그들은 책을 읽는다는 '반성적 행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그들이 읽은 책과는 유리되어, 그들의 책 목록이..

사카구치 교헤 Sakaguchi Kyhei -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예술, 혹은 건축

(출처: http://www.pop-group.net/blog/nishiumi/2012/08/zurich-30-hours.html) 되도록이면 여유를 가지고 방해 받지 않으며, 생각에 잠겨 있고자 하지만, 내 일상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원고 청탁이라도 받으면 청탁 받은 주제에 대해 몰두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가족의 허락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선 집, 회사, 집, 회사, 또는 술자리나 저녁 약속이 무한 반복으로 내 앞에 버티고 서 있으니, 개인적 시간은 사치스러울 지경이다. 연극평론가 안치운 선생도 집 안에서의 자기 존재에 대해 적기도 했다. 가족의 일상과 무관하게 책 읽고 글 쓰는. 가족이 모두 잠 든 한밤 중 시간이 유일하게 나에게 주어지는 개인 시간인데, 요즘은 왜 그리 졸린 지, 잠..

예술을 이해하는 컴퓨터

미시간에 있는 로렌스 공과대학의 컴퓨터 과학자인 Lior Shamir와 Jane Tarakhovsky는 최근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컴퓨터는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가?(can machines understand art?) 그리고 연구 결과, 가능하다는 것. 마치 예술사가들이 예술 작품의 연관 관계를 찾고 분석하고 평가하듯이 컴퓨터도 특정 작품의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For instance, the computer automatically placed the High Renaissance artists Raphael, Leonardo Da Vinci, and Michelangelo very close to each other. The Baroque painters Vermeer, Rub..

토요일에 만난 아이 웨이웨이

토요일 외출을 했고 몇 개의 전시를 봤다. 아이 웨이웨이는 '감각적 미학으로 본 정치적 풍경'(이런 표현이 정확하진 않지만, 그냥 '감각적 정치 미학'이라고 하고 싶은데, 이건 더 모호한 것같아서..)을 잘 포착한다. 그래서 중국 내에서는 꽤 위험한 예술가이지만, 외부의 시각에서 본다면 그는 현대 중국 미술에서 가장 흥미로운 작가일 것이다.

팀 아이텔 Tim Eitel

Tim Eitel - Solo ExhibitionThe Placeholders2011. 9. 2 - 10. 23, 학고재 (이 철 지난 리뷰를 용서하시길... ) 현대는 본질적으로 외로운 시대다. 자신만만하던 데카르트적 자아가 그 본연의, 바로크적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사라진 의미 위로 부유한다. 마치 스스로의 결연한 의지로 대화하지도, 타인과의 의사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귀에는 이어폰을, 손에는 스마트폰을, 시선은 작은 액정 화면에 고정시킨 이들이 우리는 너무 자주 만나게 된다. 소니의 워크맨이 최초로 나왔을 때, 독일의 '슈피겔'(Der Spiegel) 지에선 "인간 상호 간에 의사소통도 사라질 수 있다"는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실었듯이, 그러한 이들이 현대 문명 속에서 소리없이 일어나고 이젠 걷..

직장인의 하루

오랜만에 정장을 입었다. 타이를 매고 흰 색 셔츠를 입고도 어색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내 스스로가 낯설어졌다. 하긴 지하철에 빼곡히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절망감에 휩싸였던 20대를 보낸 나로선, 지금의 내가 이상하게 여겨질 것이다. 내 마음 속 또 다른 나 자신에게. 며칠 만에 제안서를 끝내고 프리젠테이션까지 했다. 작년 초에 한 번 하고 거의 1년 만이다. 누군가 앞에서 나서서 뭔가를 하는 것을 지독히 싫어했는데, 이제 내가 책임을 지고 뭔가를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 왔다. 며칠 전 TV를 보는데, 김기덕 감독의 거처가 나오고 김기덕 감독의 일상을 보여주었다. 그걸 보던 아내가 날 보더니, '당신도 저렇게 살고 싶지?'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앤서니 곰리 Anthony Gormley

밀린 신문들을 읽다가 앤서니 곰리(Anthony Gormley)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흥미롭게도 그는 고고학과 인류학 전공자이다. 성공한 CEO들 중에 경영학을 전공한 이들이 많지 않듯이, 뛰어난 예술가들 중에는 예술을 전공하지 않는 이들도 꽤 있다. 하지만 한국은 너무 '전공 편향주의'가 심한 듯하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고 순수 미술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이를 보기 드물고, 학연은 여전히 심하기만 하다. 이는 미술 뿐만 아닌 것같다. 솔직히 학부 시절 **전공을 이수했다고 해서 그 분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아도 해당 전공 분야 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반에 대해 무식한 경우를 너무 봐왔기 때문에 ... 사정이 이렇다보..

데이비드 호크니의 풍경화

올해 초 데이비드 호크니는 조수를 써서 작업을 하는 데미안 허스트를 비난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러나 며칠 뒤 데이비드 호크니는 그런 일은 없었다며, 부정하는 기사가 다시 나오긴 했지만, 작업을 예술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는 마치 영화 제작 현장의 감독 역할을 하고 많은 기술자들이 예술가의 지시에 따라 작업을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는 설치 미술이 주류가 된 현대 미술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작품의 스케일이나 제작 방식이 달라지다 보니, 예술가 혼자 작업하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데이비드 호크니는 여전히 그림을 그린다. 며칠 전 그의 생일이었고 영국의 사치 갤러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아래의 사진이 올라왔다. 그는 숲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가 이런 식으로 그린 작품은 ..

Inexistence - Leandro Erlich 레안드로 에를리치, 송은아트스페이스

Leandro Erlich: Inexistence레안드로 에를리치 개인전2012. 5. 4 - 7. 7 송은 아트스페이스 길게 전시 설명을 옮기는 것이, 어쩌면 이 생소한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레안드로 에를리치(1973 - )는 거울, 비디오 혹은 배경설치 등과 같은 장치들을 갖고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친숙한 공간들을 새로운 영역으로 전환시킨다. 에를리치가 작품에서 재현하는 일상의 건축 구조물과 공간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마치 미지의 경험을 하게되는 주인공으로 세워주는 무대가 된다. 관람객들은 이와 같이 현실을 다르게 지각하게 되는 경험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게 되고 작품 내에서 각자 맡은 역할들을 해석하게 된다. 이번 개인전 "Inexistence"는 현존(現存)과 ..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독일적 샤머니즘, 주술적 작업, 과감하고도 단호한 정치적 참여. ... 이 정도의 표현이 나오면 안젤름 키퍼가 요셉 보이스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1970년대 요셉 보이스와 함께 했다. 안젤름 키퍼. 그의 작업은 매우 정치적이고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만, ... 그의 작품이 가진 정치성은 한국 사회로 오면 꽤나 많이 희석되고 만다. 그의 작업은 상당히 충격적인 표현 작법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안젤름 키퍼와 함께 하는 비판적 현대사' 같은 글이라도 쓰야 하는 걸까. 실은 현실 정치나 과거 역사에 매우 비판적인 작가들은 너무 많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작품이 대형 갤러리에 전시되어 팔리는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