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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이었다. 당시 취재기자가 그에게 복기에 대해 물었다. 

"바둑 끝나면 이기든 지든 복기를 하잖아요. 그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나요? 진 것도 화나는데 졌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한다는 게 ..."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졌는지 모르는 게 더 답답하죠. 어떻게 이겼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떻게 졌는지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오답노트 정리와 비슷한 개념인가요?"

"그럴 수도 있지만 좀 다른 느낌이죠. 바둑이 스포츠가 됐지만, 저는 바둑이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도자기를 구울 때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야 다음에 좋은 것을 만들 듯, 바둑 기사는 더 훌륭한 예술 작품을 위해 복기를 하는 겁니다."

- '복기 또 복기, 승부사 이세돌',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6월 4일자 


바둑만 이럴까. 세상 모든 일을 이렇게 접근한다면, 안 될 일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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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바쁘고 정신 없다. 8월 내내 책은 거의 읽지 못했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회의들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예상과 달리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모호성과 변동성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일정은 이미 어긋나기 시작했고 여기에 대해 내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 대비해놓고 이해관계자들에게 프로젝트 위험 상황임을 알려야 한다. 


일처리라는 건 결국 모호성과 변동성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위기 순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는 걸까. 아니면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에 있는 걸까. 실은 이 상황이 되리라 예상하지 못한 게 크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되기 전에 협조가 필요한 파트에 강하게 어필해야 하는데, 이 어필을 약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실은 협조한 필요한 파트도 자신들의 업무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상황은 쉽지 않다. 





그리고 밤이 왔고 나는 퇴근을 했다. 지루한 일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린다. 세상이 불확실해지고 우리들 인생도 불확실해진다. 마음도 불확실해지고 존재하지 않는 꿈에 모든 걸 맡기게 된다. 로코코의 세계다. 여성들의 화장술이 발달하고 사랑의 미사어구가 넘쳐난다. 그리고 화장술이 타인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고 감미로운 언어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지 못할 때 세상은 어떻게 되고 나는 어떻게 될까. 


다행인 것은 나는 화장술을 모르고 감미로운 언어 구사엔 취약하다. 하지만 가끔 존재하지 않는 꿈에 모든 걸 맡기고 싶다. 그러고 보니, 편한 마음에 술 한 잔 한 것도 참 오래되었구나. 


두서 없이 블로그에 포스팅한다. 일이 어수선하니, 글도 마음도 어수선하다. 빨리 일이 마무리되고 이 시절도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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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엑달을 듣는다. 최근 블로그에 개인적인 근황을 적을 틈도 없다. 왜 그럴까. 바쁘기도 엄청 바쁘다. 이렇게 늙어간다는 생각에 약간(혹은 매우) 서글프기도 하다. 밤 10시를 향해 가는 시각, 나는 퇴근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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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잘 다니는 친구가 나이 마흔에 젊은 헤드헌터에게 이직을 이야기해놓았는데, 연락이 없다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서른 넷에 어느 헤드헌팅 회사에서, 지금은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나가는 벤처 기업의 마케팅팀장으로 제안이 들어왔는데, 보기 좋게 거절했다. 그것도 미술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그리고 아주 오래 동안 서서히 가라앉았다. 뭐, 좋은 경험을 쌓긴 했지만)


다시 이직을 고려 중인데, 쉽지 않다. 쉽지 않다는 건 '옳긴다는 사실'이 아니라 '옮기고 난 다음의 여러 권한과 책임' 탓이다.


나이가 마흔이 되고 보니, 일을 한다는 건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이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뢰를 얻으면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신뢰를 얻은 만큼 정성과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모르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실은 올해 초부터 헤드헌팅 회사에 이력서 등록을 해볼까 했는데, 의외로 고리타분한 나는 '나를 인력 시장에 내놓다는 행위'를 심정적으로 싫어했다. 마치 19세기부터 생긴 '가난하고 불행한 예술가'라는 전형은 귀족 패트런이 사라지고(토지 귀족의 몰락과 신흥 부르조아지의 등장과 시기를 같이 한다), 자신, 혹은 자신의 작품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만 생계를 유지하게 되는 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듯, ‘나를 마켓에 내놓다는 것’에 대한 심정적 거부는 의외로 복잡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다’라는 것부터 ‘가난하고 불행한 예술가의 탄생’까지, ‘나를 마켓에 내놓는 행위’가 가지는 중층적인 의미는 매우 복잡하고, 한편으로는 아주 불행한 현대 자본주의 문화의 단면인 셈이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몇 주가 흐르는 사이, 술자리가 많았고, 현재 맡은 프로젝트는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 지났고, 그 결과 원고 마감을 놓쳤다. 오늘, 내일 원고를 마무리하고 보낼 것이다. (그 전에 사과 메일을 보내야겠다.)


옮기게 된다면 강남에서 구로로 옮기게 될 것이고, 하는 일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좀더 속도를 내어 회사를 성장시켜야 할 것이니. 하긴 지금 있는 회사도 내가 있는 3년 동안 사업 부문 매출이 2배로 뛰었고 인원도 2배로 늘었다. 내 혼자 한 건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나도 어느 정도 기여를 한 듯 싶어 기쁘고, 운도 좋았던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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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프로젝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든 해주면 무조건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일,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일, 딱 노력한 만큼만 대가를 받는 일, 노력해도 본전치기이거나 도리어 욕먹을 일 등등.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구분할 능력도, 구분할 생각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몸은 늘 피곤하고 마음은 항상 가난한 것인가.

어제는 종일 두통에 시달렸고,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 탓인지, 매우 우울하고 기운 빠지거나 기분만 상하던 날이라, 양재동 갤러리를 잠시 들른 후, 곧장 신촌으로 가 맥주 3병을 마셨다. 급하게 마신 탓인지 취기가 금세 올라, 카페에 들어간 지 한 시간 남짓 흐른 후 일어나 집으로 왔다.

그리고
자정이 되기 전 잠자리에 들었으며, 오전 6시에 잠자리에 일어났다. 진하게 내린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마시며, 아주 오래 전 사연을 지닌 쇼팽의 녹턴을 듣고 있다. 그 사이 새벽의 어둠은 사라지고 지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아침이 왔다. 잠시 티브이를 틀어 뉴스를 보았으나, 사건 사고로만 가득한 세상과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 뉴스뿐이었다. 내 삶이 다소 건조해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약간, 혹은 매우 슬퍼졌다.

북마크가 된 어느 일본 갤러리에 들렸더니, 베를린에서 귄터 워커(Gunther Uecker) 전시를 내년 초까지 하였다. 올해 만났던 작가들 중에서 나를 가장 슬프게 만들었던 작가였다. 그의 캔버스 위에 촘촘히 박힌 못은, (그의 생각이 어떤 것이었던 간에) 마치 내 가슴을 파고 드는 듯, 아팠다.

 
 
Gunther Uecker
Grosser Wald (Large Forest)
1988/1991
seven parts, wood and nailsheight
110-170 x diameter 80 cm
이미지 출처: http://www.akiraikedagallery.com/berlin.htm 


다행이다. 지치고 아프더라도 사람은 늘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거친 세상의 방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몇 통의 메일을 보내고 운동을 하고 종일 집에 있을 생각이다. 상처입지 않기 위해 무수한 노력과 주의를 기울이지만, 놀랍게도 상처 입는 건 나 혼자 뿐이더라.

요즘 글 한 편 쓰고 있는데, '눈 속에 갇힌 남자 이야기'다. 그런데 이 남자 이야기를 쓰지 못하고 이 남자 생각만 하면 안타깝고 화 나고 아플 뿐이다. 그래서 내가 픽션을 쓰지 못하는 것이리라.




Yundi Li plays Chopin Nocturne Op. 9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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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30 00:1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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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전 들렸던 북촌의 어느 까페. 너른 거실을 가진 집에 저런 스크린 달아놓고 흑백 영화들만 잔뜩 보는 시간들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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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나에게 일이 있다는 건, 글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아침에 일어나 티브이를 보는데,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소세지들이 나왔다. 뉘른베르크라고 하면 뒤러의 고향이었던 것같은데. 뒤러와 소세지라. 많은 소세지들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 오늘 저녁에는 집에서 소세지를 구워먹어야겠다.

12월, 올 1월,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있다. 뭐, 그렇게, 슬픈 일이 있다고, 뭐, 그렇게, 꿀꿀하다고, 술을 마셔대는 걸까. 술 마시고 노래하면 그렇게 우울해지면서 말이다, ... 술 마시고 날카로운 면도날 하나 가슴 주머니께에다 숨기고 거리를 걸으면서 ... 세상은 너무 끔찍해서 눈을 뜨고 볼 수 없다.

저녁, 소세지를 먹으면서 하나비를 빌려다 봐야 겠다. 요즘 통 옛날 영화만 보는 것이, 나도 나이가 꽤나 먹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에는 화양연화를 빌려다고 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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