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평온함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내 마음의 무너짐은 거침없이, 일상을 불규칙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고, 자주 불투명한 인식과 판단, 혼란과 착오, 표현력의 빈곤과 부딪히게 만들었다. 생각이 사라지는 법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내 존재가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데카르트의 잘못은 아니다. 우리 삶이 한 번도 명증한 확실성 위에 있었던 적이 없었고 그저 그렇다고 여겼을(인식했을) 뿐이고, 데카르트도 그랬을 뿐이다. 플라톤의 번역서 한 권을 사러 나갔다. 광화문으로. 근처 흥국생명 빌딩으로 향했다. 망치질 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세계적인 설치 미술이자 공공미술(public art)이다. 이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유명세를 치를 만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