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31

주제, 강유원

주제 - 강유원 서평집강유원(지음), 뿌리와 이파리 이 책은 2005년 겨울에 나왔으니, 이 땐 나도 적절한 시간을 책 읽기와 글쓰기에 투자하고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행동이나 태도에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으나, 이를 깨닫지 못했다. 그저 빈둥거릴 생각만 가득했다. 그리고 내 모든 것이 끝났던 무렵니다. 사랑이랄까, 미래랄까, 꿈이랄까. 그리고 2020년에, 2005년, 혹은 2006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실은 다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는 기억 나지만,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 저 때가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4년이 지났다. 그 사이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나도 변했..

2018년, 책 읽기의 기억

2018년, 스트레스가 심했고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던 한 해였다(그렇지 않았던 해가 있기도 했던가!). 막상 돌이켜보니, 상당히 힘든 일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더라. 그렇다 하더라도 한 해 마무리 같은 건 하곤 했는데, 2018년에는 감히 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내년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인위적인 시간, 혹은 날짜 구분에 대해서도 회의감마저도 늘어나는 법. 근대(Modern) 이후 우리는 본격적으로 내일에 대한 기대로 하루하루를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반(anti)-모던, 혹은 포스트(post)-모던 이후 그 기대도 살짝 내려앉기 시작했고, 나도 지난 한 해 힘들다는 핑계로 불성실했던 건 아닐까 반성해본다.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은 굵게 표시하였다. 생각의 한계, 로버트 버튼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

책들의 우주 2019.04.08

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책이 되어버린 남자 Das Buch알폰스 슈바이거르트(지음), 남문희(옮김), 비채, 2001 원제는 '그 책'이고 내용은 번역본 제목 그대로 책이 되어버린 비블리 씨에 대한 것이다. 정말로 책이 된다. 책이 되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고 서가에 꽂히기도 하며 읽히기도 하고 땅 속에 파묻히기도 한다. 그러나 책이나 독서에 대한 깊은 사색이 묻어나오지 않으며 그저 책이 된 채 떠도는 이야기이다. 독특하기는 하나 깊이는 없다. 책은 짧고 금방 읽힌다. 그리고 왜 읽었을까 하고 반문하게 만든다. 그래서 책 앞에 인용된 독일 저널들의 찬사는 어색하고 난감하다. 왜냐면 내가 잘못 읽은 게 아닌가, 내 감식안이 형편없는 건 아닌가 하고. 제목은 사람의 시선을 끌지만, 시간 내어 이 책을 읽진 말자. (그래서 독일 아..

은유가 된 독자, 알베르토 망구엘

은유가 된 독자알베르토 망구엘(지음), 양병찬(옮김), 행성비, 2017년 독자란 무엇이고 독서란 무엇일까. 책과 독서에 대해서라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알베르토 망구엘은 이제 책 읽기와 여행, 은둔과 고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독서란 '텍스트를 독파하는 여행'이다. 여행을 통해 탐구된 영역은 기억의 영역에 저장되고, 그 과정에서 미지의 영역은 점차 익숙한 영역으로 편입되면서 흐릿해진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은 계속된다. " 전체에 적용되는 원리는 각 문단과 구절에도 적용된다. 뿐만 아니다. 그 원리는 인간의 삶 전체에 적용되며, 인생의 각 부분에도 그러하다. 인류의 역사 전체에 그러하며, 개인의 인생사에도 또한 그러하다." '독서의 경험'과 '삶의 여정에서 겪는 경험'은 거울처럼 서로 ..

일요일의 인문학, 장석주

일요일의 인문학 장석주(지음), 호미 "책은 소년의 음식이 되고 노년을 즐겁게 하며, 번역과 장식과 위급한 때의 도피처가 되고 위로가 된다. 집에서는 쾌락의 종자가 되며 밖에서도 방해물이 되지 않고, 여행할 때는 야간의 반려가 된다." - 키케로 일종의 독서기이면서 에세이집이다. 서너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시인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의 서정적인 문장들로 시작해, 다채로운 책들과 저자들을 소개 받으며, 책과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에 빠질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이 책은 가벼울 것이고 어떤 이들에겐 다소 무거울 수도 있다. 깊이 있는 글들이라기 보다는 스치듯 책들을 소개하고 여러 글들을 인용하며 짧게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면서 끝내는 짧은 글들이 대부분이기..

2014년의 독서 기록 - 책읽기의 어려움

2014년의 독서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줌파 라히리와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읽었다는 건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다. 또한 좋은 책들을 많이 읽었다. 2014년 12월에 읽었던 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아직 리뷰를 쓰지 않았지만. 비즈니스 분야의 책들은 많이 읽지 못했으나, 읽는 책마다 나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 주었다. , , , 등은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이 출판되지 않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에선 개정판이 나와 계속 읽히고 있는 것과 비교한다면, 한국은 좋은 책이 계속 읽히는 풍토가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의 원인은 출판계보다는 독자의 사정 탓인 듯 싶다. 그만큼 책을 읽어 구조화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 아니 습득하는 능력 자체마저 떨어지고 있다고 하면 너무 비약..

사진과 글쓰기 - 헤르베르트 바이어의 '자화상'

헤르베르트 바이어Herbert Bayer의 '자화상'이라는 작품(?)이다. 구글에서 찾아보았으나, 구한 것은 아래 책 표지뿐.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들고 다니며 조금조금씩 읽은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의 한 챕터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헤르바이트 바이어의 이 작품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사진 실천의 비약적 발전을 기념하고, 예증하고, 분석해보고자 사흘 동안 열렸던 학술 회의 의 프로그램 책자에 실렸다. 뭐랄까, '책 읽기 따위는 잊어라'는 식이랄까. 기이한 자기 반영성으로 사진 실천과 글쓰기, 혹은 텍스트와 사진 간의 기묘한 연관성을 표현한 사진인 셈이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이런 컨셉은 자주 있었다고 말하지만, 이 흑백사진이 주는 여운은 꽤 흥미로웠다. 제목이 자화상이라니. 초기 사진이 가지는 리얼..

크리스텐슨의 책을 덮으며

매년 40권에서 5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2012년 회사 이직 등의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 30권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독서모임을 했던 것이 그나마 일정한 독서 시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3년에는 운영하지 못했고 얼마 되지 않던 회원들은 소원해졌고 책 읽기의 강제적 조건 하나가 사라졌다. 그리고 어제 작년에 읽은 책 권수를 세어보았다. 아, 20권 수준이었다. 예전에 나는 '느린 독서와 빠른 독서'라는 글을 통해 책 권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적은 바 있다. 하지만 20권 남짓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그래서 올해는 정상적인 수준 - 1주에 한 권 - 으로 회복하자고 마음먹었다. 작년말부터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을 읽었는데, 왜 아무런 것이 떠오르지 않는 ..

책들의 우주 2014.01.17

우리 수명의 한계가 바로 우리 문명의 깊이

똑같은 책을 10대 읽을 때, 20대 읽을 때, 30대 읽을 때, 40대 읽을 때... 다르게 읽는다. 읽으면서 깨닫는 게 다르다. 이것 참 큰 일이다. 만약 그 책을 60대 읽을 때, 70대 읽을 때, ... 140대 읽을 때, 150대에 읽을 때 나는 어떤 걸 다시 알게 될까? 우리 문명은 딱 우리 수명만큼 그 깊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머리로 알지만 몸으로는 실천하지 못하고 지식은 쌓아가지만 지혜를 쌓지 못하는 것이다. 딱 우리 수명만큼이다. (너무 비관적인가) Let things age by Celeste

책 읽는 일상

책을 다 읽고 노트에 옮겨적었다. 선물받은 라미 만년필은, 사용한지 꽤 되었는데, 아직까지 필기감이 좋지 않다. 비슷한 유형의 로트링 만년필은 필기감이 매우 훌륭했는데 말이지. 당분간 라미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펜을 길들일 예정이다. 오늘에서야 수전 케인의 '콰어이트'를 다 읽었다.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으로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성격의 문화'가 가져다 준 영향, 그리고 아시아와 서구 사회를 비교하면서 자녀 양육으로 끝나는 책이었다. 그러나 명성에 비해 책은 얇다. 4시간이면 넉넉하게 다 읽을 수 있다.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책 읽는 재미는 무척 좋다. 내용도 훌륭하다. 깔끔한 정리는 아메리카 쪽 저자들의 특징이기도 한 듯 싶다. 하지만 책의 깊이는 유럽 쪽 저자보다 약하다고 여겨지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