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21

태풍 전야, 야근 중

요즘 너무 바쁘고 정신 없다. 8월 내내 책은 거의 읽지 못했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회의들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예상과 달리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모호성과 변동성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일정은 이미 어긋나기 시작했고 여기에 대해 내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까지 대비해놓고 이해관계자들에게 프로젝트 위험 상황임을 알려야 한다. 일처리라는 건 결국 모호성과 변동성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위기 순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는 걸까. 아니면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에 있는 걸까. 실은 이 상황이 되리라 예상하지 못한 게 크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되기 전에 협조가 필요한 파트에 강하게 어필해야 하는데, 이 어필을 약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실은 협조한 필요한 파트도 자신들의 업무에 허덕이고 있는..

비즈니스 단상

종종 페이스북에 비즈니스에 대한 내 생각들을 메모하곤 한다. 그간 올렸던 단상들을 모아보았다. 잘못 뽑은 한 명의 직원이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망하기 직전에 깨닫는다. 기업의 느린 죽음(Slow Death)은 그만큼 위험하다. (2.27)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얼굴을 마주 보고 의견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해야 한다. 애초에 대화란 그런 것이다. 대화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짓 눈짓 손짓으로 하는 것이기에. (2.20)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위험(Risk)에 취약하다. 왜냐하면 실제 손실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위험은 그저 잠재적인 것일 뿐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것으로 인해 실제 손실이나 피해가 발생하면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

휴식에의 염원

작은 회사의 임원이 되고 난 다음, 편안하게 잠든 적이 거의 없는 듯하다. 술에 취해 잠이 들던,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일을 하던, 메일을 보내던, 고민을 하던, ... 심지어 잠이 들지 못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리고 어제도. 최근에는 점심 거르기도 자주. 내 사업이었다면 어땠을까? 글쎄다. 올해의 실패는 인사(HR)다. 1명의 팀장을 제외하곤 모든 팀장들이 올해 채용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 10년 차가 넘거나 10년 가까이 되는 인력들이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이 한 번 이상의 고객 불평을 만들었고, 심지어 여러 번이거나, 기본적인 태도가 안 되어 있었고, 서비스 마인드 부재에 고객을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가 아예 없었다. 내가 맡은 부서가 아니라 그들을 인터뷰하거나 채용 과정에 의견을..

긍정적 반성과 부정적 반성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진행하지만, 그 많은 일들 상당수가 뜻대로 안 된다. 얼마 전 읽은 컨설팅 회사의 리포트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시도하는 IT 프로젝트의 70%가 실패하거나 취소된다고 적고 있다. 현재 내가 몸담은 곳은 이런 IT 프로젝트를 수주해 납품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수행한다. 그런데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다.내가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수에는 한계가 있고 고객은 나에게 불만을 이야기하니, 결국 내 불만만 쌓여가고 있다. 이제는 관리자들까지도 믿지 못하게 되었으니, 이는 커뮤니케이션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표지판과도 같다. 그리고 표지판을 뚫어지게 쳐다본 지도 한 두 달이 지나고...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 포지션은 고객은 논리적..

아비정전, 혹은 그 해의 슬픔

오전 회의를 끝내고 내 스타일, 즉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 듣고 난 다음 판단하려는 이들은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5월의, 낯선 여름 같은 대기 속에 느꼈다, 강남 차병원 사거리에서 교보생명 사거리로 걸어가면서. 하루 종일 전화 통화를 했고 읍소를 했다. 상대방이 잘못하지 않은 상황에서, 강압적으로 대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어떤 일은 급하게 처리되어야만 하고,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이니, 읍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수의 외주사를 끼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내가. 5시 반, 외주 업체 담당자, '내가 IT 개발자 출신인가'하고 묻는다. 차라리 '작업하는가'라는 물음이 나에게 더 어울린다고 여기는 터인데. (* 여기에서 '작업'이란 '예술 창작'을 의미함) 그리고 오늘 '멘탈붕괴'라는..

일상의 여행

 명동 하늘 위에서 오전 내내 고객사에서 회의를 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집에서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명동으로 ... 가는 내내, 산타나를 다운로드하여 들었다. 좋았다. 추억의 밴드가 되어버린 산타나였다. 맥주와 데킬라 생각이 자연스럽게 버스를 물들였다. 행인들의 얼굴로 레몬이 흘러갔다. 레몬이 담긴 코로나 병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산타나를 들었다. 회의를 끝내고 사무실로 오는 동안, IT Governance, IT Outsourcing, Service Strategy, SNS Marketing, Social Commerce 등 갖가지 단어들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활짝 개인 봄 하늘이다. 오늘, 암스테르담 스키풀 공항은 어떤 모습일까. 며칠 전 예전에 찍었던 사진..

RFI, RFP가 필요한 이유

예전에 RFI와 RFP에 대한 글을 올렸다.( 2011/03/18 - [Business Thinking/전략경영] - RFI와 RFP )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 둘에 대해 궁금해 한다는 사실을 유입 검색어 목록을 통해 알게 되었고, 너무 대충 적은 탓에 그 글에 대한 부끄러움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한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글을 이제서야 써서 올린다. 1. RFI/RFP의 필요성 모든 업무를 자신이 속한 부서나 회사 내에서 처리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회사에서는 ‘아웃소싱’, 즉 외주를 하고 있다. 실은 이 외주도 만만치 않은 작업 중의 하나다. 외주 업체를 고르기도 어렵고 막상 외주 업체에게 일을 시켰는데, 결과물이 신통찮을 경우에는 난감하기 이루 말할..

정신없이 바쁘고 많은 업무에 스스로 죽지 않기 위한 방법

질서없이 밀려드는 업무 회사 내에서 자주 부딪히는 것이 일을 만드는 사람과 일을 수습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일을 만든 사람이 그 일을 수습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이는 단순하지 않다. 하나의 일에는 다양한 업무 능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 능력을 모두 가지기 어렵고, 특히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일은 여러 사람, 여러 부서의 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이런 일들은 곧잘 일어난다. 스스로 업무가 많아 시달리지만, 구성원들의 업무량까지도 내가 고려하고 조정해야 될 입장이다 보니, 내 일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까지 나에게 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는 내 조급증도 한 몫 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되지만, 이 경우 경험이 부족하거나 이..

프로젝트 관리, 간단하고 단순하게 접근하라.

PM을 위한 프로젝트 실전 로드맵 - 마이클 J. 커닝엄 지음, 박영민 옮김/쌤앤파커스 PM을 위한 프로젝트 실전 로드맵 마이클 J. 커니엄(지음), 박영민(옮김), 쌤앤파커스 그 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해왔다. 그리고 성공한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실패한 프로젝트도 있었다. 확실하게 나에게 도움을 준 프로젝트는 최선을 다해 실패한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같은 실패를 하지 않으리라고 했지만, 잘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던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의 핵심은 ‘사람’이다. 저자는 프로젝트의 5요소로 아래를 들고 있지만, 프로젝트 5요소 예산: 사용 가능한 돈 자원: 업무 수행에 필요한 도구와 물질 인력: 성과 도출을 도와줄 사람 시간: 업무 완성에 걸리는 시간 가이드라인: 프로젝트를 통해..

이제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의 시대다

시나리오 플래닝 - 유정식 지음/지형(이루) 꽤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몇 년 동안 비즈니스 컨설팅 업무를 맡아, 고객사의 문제들을 해결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학 전공자였지만, 벤처에서의 경험, 빠른 업무 습득 속도와 이해, 잡다한 지식 등을 높게 평가받아 근무하게 된 직장이었다. 하지만 높게 평가받았다는 요소들은 바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5개월 정도는 맨땅에 헤딩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이 때도 시나리오 플래닝을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 경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삼성의 극적인 방향 전환이 한 일본인의 '삼성이 망하는 시나리오'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떠돌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던 시나리오 플래닝은 빙산의 일각이거나, 잘못된 생각에 기반해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