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 34

마크 곤잘레스Mark Gonzales - 스케이트보드 예술

파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야 늘상 술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길 즐기다니, 그 날도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 작가의 작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파리에 정착해 사는 선배가 작품이 좋지 않다고 했다(그 때 숙소에 그 작가의 작품이 있었다). 이유인 즉, '분명한 메시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작품이 가지는 '유려하고 감미로운 형식, 어딘가 모르게 회상적 양식처럼 보이는 초상화'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했다.(이 작가에 대해서는 다음에 확실히 언급할 예정이다)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지만, 한동안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예술가 생활을 했던 전직 화가였던 선배의 견해를 나는 무시할 수 없었다. 적어도 내가 보는 미술보다 뛰어..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조중걸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 조중걸 지음/프로네시스(웅진) 키치, 우리들의 행복한 세계 조중걸(지음), 프로네시스 ‘키치’(Kitsch)를 바라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키치’를 ‘이발소 그림’으로 이해하는 것은 키치를 설명하기에 구체적인 스타일이 있는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어떤 인식론적 태도라고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카르스텐 해리스도 이러한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저자들은 키치를 이발소 그림으로 이야기한다). 인식론적 태도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키치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영국 경험론을 이야기하고 현대 물리학과 현대의 추상 미술의 기원을 탐구해야만 한다. 이를 다 설명해야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실은 이..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데이비드 하비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 데이비드 하비 지음/한울(한울아카데미) 서울에서 딱 일주일만 살면서 매일 아침 일간지를 챙겨 읽으며, 출근길 지하철, 퇴근길 버스를 타보자. 어떤 기분이 들까.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는, 고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세상이 왜 이렇게 변했는가에 대해선 숙고할 틈도 없이, 생각하는 것을 꼭 죄악이라는 듯 여기며, 현재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진 않을까. 하긴 그렇게 채찍질해서 현대 한국이 세계 자본주의 세계 속에서 승승장구하며 살아남았다고 자랑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으니(아니, 많으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렇게 살아야된다고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다시 한 번 물어보자. '왜 이..

토요일 오후, 모험을 떠나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자화상 그 때 푼크툼은 마치 영상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 바깥으로 욕망을 내던져 버리는 것처럼, 일종의 미묘한 장외의 것이 된다. 나체의 '나머지 부분'을 향해서뿐 아니라, 하나의 실천의 환각을 향해서 그것은 욕망을 내던진다. 팔을 곧게 뻗고 빛나는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청년은 - 그의 아름다움은 결코 현학적이 아니고, 화면의 한쪽으로 몰려서 사진으로부터 반쯤 튀어나와 있지만 - 일종의 경쾌한 성애를 구현한다. 이 사진은 나로 하여금 포르노 사진의 욕망인 무거운 욕망과 성애사진의 욕망인 가벼운 욕망을 구별하게 한다. 결국 아마도 이것은 '행운'의 문제일 것이다. 사진가는 이 청년(메이플소프 자신이라고 생각되는데)의 팔을 조리개 구멍의 알맞은 각도와 자연스러운 밀도 속에 고정시켰다. 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