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한 해였다. 처음으로 내 인생이 그렇게 평탄한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날 아프게 했던 이들만큼 나도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그 순간 무디어진 내 얼굴을 떠올렸다. 먼 허공을 보면서 무덤덤한 표정을 짓는 것. 그것은 눈 앞에 있는 어떤 것도 응시하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이면서 회피이며 외면이다. 그것은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알기 때문이며 알면서 이미 절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용기의 반복, 혹은 행동의 반복이 끊임없는 절망의 반복으로 이어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크로드를 따라가다 보면 사막 한 가운데 폐허가 되어버린 오래된 성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그 성에 살던 사람들이 사막으로 변해가는 지역을 버리고 딴 곳으로 갔으리라 추측하겠지만,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