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벗어난 지도 벌써 9년이 지났다. 어느새 민방위이다. 넓은 영등포 구민 회관 입구 쓰레기통에다 민방위 관련 책자를 놔두고 왔다. 강당 앞쪽에 앉아 있는데, 몇 통의 전화가 왔고 몇 개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신기한 일이다. 각기 다른 곳에서 온 전화와 문자메시지. 보통 때라면 오지 않았을. 바람은 너울치듯이 나무가지 앉았다가 지붕에 앉았다가 전신주에 앉았다가, 그렇게 봄을 심어놓으면서 지나가고 도시의 퀘퀘한 매연 틈 속에서 햇살은 곧게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오후 두 시 반. 주머니 속의 핸드폰으로 문제 메시지 하나가 와있었다. "그대에게로 향하는 나의 마음이 멍에가 되어 당신을 힘들게 하는 거 같아 미안하구요." 낯선 전화번호. 누구일까. 누구였을까. 그리고 민방위 교육 사이 쉬는 시간, 누구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