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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느와르 - 빛과 색채의 조형화가, 안 디스텔

르누와르 - 빛과 색채의 조형화가 안 디스텔 Anne Distel 지음, 송은경 옮김, 시공디스커버리총서 052* 나는 모든 생존 화가들을 경멸하지만 모네와 르누와르는 예외이다. - 세잔, 1902년. 나는 언제나 운명 앞에 나 자신을 맡겨왔고 결코 투사적 기질이 없어서 내 좋은 친구 모네가 없었다면 수없이 포기했을 것이다. 그는 투사적 기질을 갖고 있어서 나를 밀어주었다. 오늘 내 인생을 돌아보면서 난 그것을 강물에 내던져진 코르크 조각에 비유한다. 빙빙 돌다가 물살에 실려가고 튀어오르고 잠겼다 떠오르기도 하다가 잡초에 걸리면 벗어나 보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다가 마침내는 사라지고 만다. 가는 곳이 어디인지 신만이 안다. - 말년의 르누와르 솔직히 르누와르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나에게 인상주의라면 모..

일어나 차이코프스키를 들으며

아침에 일어나 '비창'을 들었다. 차이코프스키. 레너드번스타인이 지휘하고 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LP다. 가을이 들어서는 무렵 근처 중고 가게에서 구입했다. 오래된 원판이라 보이지 않는 먼지들로 레코드의 골이 빽빽하게 채워진 모양이다. 아마 몇 번 듣다보면 그 먼지들이 사라지겠거니 생각해버리곤 그냥 들어버린다. 그러고 보니 집에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이 세 개나 있다. 하나는 번스타인, 하나는 카라얀, 하나는 마젤. 내가 듣기에는 마지막이 제일 좋다. 개인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사진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비창' 이미지다. 작은 레코드 판은 번스타인이 직접 곡을 설명한 판이다. '비창'의 각 부분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판은 거의 듣지 않았는지 매우 깨끗하다. 웹을 검색해 링크를 달아놓았다..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최병권/이정옥(편)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최병권/이정옥 엮음, 휴머니스트 "고통스럽지만 깊은 사고를 하지 않는 결과, 하나를 말하면 하나 밖에 모르는, 창조성을 기르지 못한 인간은 결코 높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라는 이 책 머리말의 한 문장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독자로 하여금 경멸감만을 가지게 할 뿐이다. 우습게도 이 책은 이 책이 만들어진 방향과는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책이다. 가령 예를 들어 "자유는 주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은 형편없었지만, 문제는 이 책에 제시되어있는 답안이 모범적인 것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 책에 실린 문제들에 대한 정답은 없다. 또한 각각의 문제들은 한결같이 까다롭고 어려운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트레이시 에민 Tracey Emin : "There's something wrong?"

Self-Portrait as a Small Bird, 2002 Appliqued blanket ⓒ Tracey Emin. Photo: Stephen White. Courtesy Jay Joplin/White Cube, London 그녀는 13살 때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걸까. 그녀는 기억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그녀의 첫 솔로 전시 제목도 "A Wall of Memorabillia"였다. 그러고 보면 예술가는 자신의 상처 속에서 헤매다 사라지는 모양이다. Everyone I Have Ever Slept With, 1963-95. Appliqued tent, mattress and light. 122 x 245 x 215 cm. ⓒ Tracey Emin. Photo: Stephen Whi..

꿈 속의 사막

하늘이 낮게 내려온 날, 더 낮게 헬리콥터가 대방로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어제 잠을 잘못 잔 탓일까. 목이 약간 아프다. 머리도 아프다. 거리에서 잠시 멈칫하다보니 손가락 끄트머리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시간은 소리없이 나무들의 옷을 벗겼고 내 영혼의 옷도 벗기려고 한다. 황급히 내 꿈 속으로 도망쳤지만... 몇 년간의 직장 생활 속에서, 아주 오래 전 내가 손수 지었던 꿈 속의 도시는 사라지고 꿈 속의 사랑도 사라지고 ... 황량한 사막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시간은 계속 날 쫓아오는데. 제프 버클리의 '라일락 와인'을 듣는다. 이 친구도 꽤나 세상 험하게 살다가 간 모양이다. 이렇게 처량한 노래를 부르다니.

지나간 미래,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나간 미래 - 라인하르트 코젤렉 지음, 한철 옮김/문학동네 지나간 미래 Vergangene Zukunft 라인하르트 코젤렉 Reinhart Koselleck 지음, 한철 옮김, 문학동네 겨우 이 책을 다 읽었다. 대중 교양서라고 하기엔 너무 전문적이고 그렇다고 손을 놓기에는 너무 흥미진진했다. 라인하르트 코젤렉은 이라는 방대한 사전의 편집자로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인문학 연구자들에게 라인하르트 코젤렉은 그리 유명해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몇 달 동안 이 책을 잡고 있었는데, 읽고 난 다음 느낀 바를 크게 아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1. 역사 서술에 대한 새로운 인식: 실제 경험한 사실, 목격자의 증언, 또는 사료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역사 서술은 ‘서사’와 ‘..

오노 요코의 이미지

오노 요코의 이미지. '오늘 뭘 할까' 생각보다 이 생활이 낯설다. 그동안 너무 치열하게 살았나. 이런 여유가 낯설고 부담스러우니 말이다. 아니면 너무 호사스럽게 산 것일까.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운동장 한 바퀴 뛰고 난 다음 종일 책 읽고 음악 듣고 외국어 공부 좀 하다가 잠을 청한다. 특별한 일은 없고 회사에서 하던 일로 관련된 전화가 오는 것 이외에 날 불편하게 하는 것도 없다. 12월이 되면 조금 재미있어지려나. 나이가 들면 시골로 내려가 텃밭이나 일구며 살 생각을 했는데, 혼자선 절대 못 살 것같다. 심심해서.

르느와르 - 로맹 라코 양의 초상

Mademoiselle Romain Lacaux 1864. Oil on canvas Cleveland Museum of Art, Cleveland, USA (* 로맹 라코 양의 초상) 르누와르의 초기 작품이다. 인터넷을 뒤져 어렵게 구한 이미지이다. 개인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르누와르의 작품들(* 빛들이 요동치는)보다 비교적 초기에 해당되는 작품들을 더 좋아하는데, 이 작품 속에서 르누와르가 존경하던 앵그르와 코로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가지런히 모은 두 손은 초상화 장르의 관례를 존중한 것으로 보여진다. 옷의 주름 처리나 소녀의 초상 뒤로 보이는 배경의 처리에서 르누와르의 그림임을 짐작할 수 있다. (* 참고로 르누와르는 인상주의에 속하는 예술가이며 젊은 시절 끌로드 모네와 같이 살기도 했다. ..

르느와르 - Young Boy with a Cat

Young Boy with a Cat 1868-69 Oil on canvas 43 3/4 x 26 1/4 in (124 x 67 cm) Musee d'Orsay, Paris 이 그림을 보면서 하루키의 를 떠올린 이유는 뭘까. 약간 신비스러워 보이는 이 작품은 르누와르의 초기 작품으로 고양이를 스다듬는 소년의 뒷모습을 담고 있다. 앞의 꽃무늬 천이나 고양이의 처리는 무척 마음에 든다. 그리고 소년의 누드는 무척 이국적이면서 애로틱하다.

에릭 사티

Erik Satie의 피아노곡을 듣는다. Reinbert De Leeuw의 연주다. 곡들은 아래와 같다. - sonneries de la rose + croix - pi’eces froides - pri’ere - 4 preludes 오래된 LP인데, 자켓 뒤에 실린 해설의 일부분은 이렇게 Erik Satie에 대해서 평하고 있다. “그의 음악성은 간결하고 순수하여 이내 친숙해진다. 정신적으로는 반골적이지만, 낭만적인 정감이나 철학적인 정신성을 철저히 배격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그런데 난 “그의 음악성은 간결하고 순수하여 처음 듣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현대 음악의 미니멀리즘이 에릭 사티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하는 비전문가적 견해을 피력해본다. (아마 이래저래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