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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보이스

요즘 몸이 무척 좋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면 찌뿌둥하고 기분은 꽝이다. 종일 머리는 띵~하고 꼭 잠이 덜 깬 사람같다. 아무래도 육체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 심리적 불안 등이 한꺼번에 몰려와 괴롭히는 듯한 느낌이다. 뒤져보니 사간동 국제갤러리에서 '요셉 보이스'전을 하고 있었다. 토요일 여기에 가서 놀까.

나나를 만나는 꿈

오래된 노트를 꺼내 나만의 인생을 생각해본다. 그러나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나의 문학도, 나의 예술도, 나의 그녀도. 아예 있지도 않았다. 나나를 떠올린다. 한없이 슬프고 한없이 강한 그녀. 회사에 사표를 냈다. 이제 내 영혼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물결 위에 놓여졌다. 세찬 바람과 구름의 움직임 속에서 난 떠돌 것이다. 애초부터 내 것이란 없었기에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저 바람과 구름이 내 앞을 알 수 있으리라. 올 겨울, 나나를 만나는 꿈을 꾸다. 2003년 11월 12일

뉴미디어 아트, 마이클 러시

뉴미디어 아트 (New Media In Late 20th-Century ART) 마이클 러시 지음, 심철웅 옮김. 시공사 "모든 예술은 실험적이며, 그렇지 않다면 예술이 아니다" 라는 진 영블러드라는 미국의 영화/비디오 평론가의 언급은 현대의 멀티미디어 아트에 대한 아젠다(Agenda)가 될 수 있으리라. 이 책은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비디오 설치, 사진적 조작, 가상 현실, 그 외 여러 인터랙티브 아트에 대한 연구서이다. 아마도 현재 활동하고 있는 주요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책이다. 또한 미디어 아트에 많은 영향을 준 초기 아방가르드 영화 감독들과 누벨 바그의 여러 감독들의 작품까지 언급하고 있어 현대 미디어 아트의 궤적을 쉽게 확인할 수..

인간은 얼마만큼의 진실을 필요로 하는가, 뤼디거 자프란스키

인간은 얼마만큼의 진실을 필요로 하는가 (삶과 사유에 대한 철학과 예술) Wieviel Wahrheit braucht der Mensch? 뤼디거 자프란스키 Rudiger Safranski 지음, 오석균 옮김, 출판사 지호 “분명히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삶에 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거짓, 맹목성, 열광, 낙천주의, 확신, 염세주의 또는 그 밖의 무언가로 도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전한 피난처로 도피한 적이 없습니다. 그 어떤 피난처로도요. … 그 사람은 마치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서만 발가벗고 있는 사람 같아요.” 카프카의 연인이었던 밀레나 예젠스카 Milena Jesenska는 카프카의 친구였던 막스 브로트 Max Brod에게 카프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안 좋은 일

안 좋은 일을 당했다. 당황스러웠고 수습이 되지 않았다. 예상보다 빨리 회사를 그만두어야할 것같다. 내가 수습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 감정적으로 슬프고 육체적으로 고단한데, 내 옆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또다시 실감했다. 울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타인들 앞에서 운다는 건 구차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가치없는 일이기도 하다. 감정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그만큼 인간은 허약하다. 워홀 식의 '가면 가리기'에 익숙해져야 겠다. 상처입지 않기 위해 상처를 주지 않았고 받은 상처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때때로 보여주고 싶은 이가 생기긴 하지만, 지극히 계산적이면서 전략적이다. 이번 겨울, 사각의 방에서 갇혀 지내게 될 듯하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할 생각이고 불어 공부..

하루키, 또는 현대적 삶

하루키, 또는 현대적 삶 모든 것은 지나쳐간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을 붙잡을 수는 없다. 우리들은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다시 말해서, 개인주의의 어두운 면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로의 초점 이동에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은 [높낮이 없이] 덤덤하게 되고 협소해진다. 우리의 삶은 갈수록 의미를 상실하게 되고 우리는 타인의 삶이나 사회에 대해 점점 무관심해진다. - 찰스 테일러, 1. 하루키 신드롬 아직도 하루키 신드롬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지 하루키는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있으니 말이다. 꽤 오래 전엔 매우 시끄러웠다. 여기저기 저널에서, 문학잡지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루키를 표절했다느니, 패러디했다느니 하는 등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고 서로 ..

이성의 한가운데에서 - 이성과 신앙, 알랭 퀴노

이성의 한가운데에서 - 이성과 신앙 au coeur de la raison - raison et foi 알랭 퀴노 Alain Cugno 최은영 옮김, 동문선 현대신서 47 편하게 읽을 만한 내용을 담은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번역이 좋은 편도 아니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한 번쯤은 이성과 신앙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게 되고 그러한 고민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책들 중의 한 권이라는 생각에 이 글을 쓰고 있다. 알랭 퀴노는 철학을 전공한 이로서 다양한 철학 서적을 펴낸 학자이다. 그리고 신앙을 가지고 있는 자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철학(이성)과 신앙이라는 이 불편한 관계를 서로 연결시키기 위해 그는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성을 ‘밝고 명료한 이성’, 신앙을 ‘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신..

노르웨이의 숲

예전에 나는 한 여자를 소유했었지, 아니 그녀가 나를 소유했다고 할 수도 있고, 그녀는 내게 그녀의 방을 구경시켜 줬어. 멋지지 않아? 노르웨이의 숲에서 그녀는 나에게 머물다 가길 권했고 어디 좀 앉으라고 말했어.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의자 하나 없었지. 양탄자 위에 앉아 시계를 흘끔거리며 와인을 홀짝이며 우리는 밤 두 시까지 이야기했어. 이윽고 그녀가 이러는 거야. "잠잘 시간이잖아." 그녀는 아침이면 흥분한다고 말했어. 그리곤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지. 나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곤 목욕탕으로 기어들어가 잠을 잤어. 눈을 떴을 때 난 혼자였어. 그 새는 날아가 버린 거야. 난 벽난로 불을 지폈어. 멋지지 않아? 노르웨이의 숲에서. 하루키를 읽다 보면 맥주 생각이 나고 혼자 음악 들으며 맥주 마시다 ..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 클라우스 휘브너

오노 요코 - 마녀에서 예술가로 클라우스 휘브너 지음, 장혜경 옮김, 솔 요코의 삶과 여러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 담긴 이 책은 요코를 이해하기 위한 적절한 시각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그녀가 한 권의 책으로 담길 정도로 뛰어난 예술가이거나 우리들의 삶에 많은 귀감을 주는 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녀의 예술을 평가절하하거나 그녀의 삶을 폄하하고 싶기 때문이 아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그녀를 위대한 예술가나 뮤지션으로, 또는 거칠지만 정직한 삶을 산 여자로 평가하려는 이 책의 시도 때문이다. 이 책은 다양한 도판과 여러 자료들의 인용은 그녀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기는 하지만, 그녀의 예술이 현대 미술에서 정확하게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에 대한 이해를 전혀 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쪽만 알게 되는 셈..

또다시

백수가 될 예정이다.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을 굳혔다. 다른 회사에서 오퍼가 들어왔는데, 고민 중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난 세상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상은 저 멀리 날아가고 있으며 인생에는 그 어떤 비밀도 가치도 숨기고 있지 않다고 믿어버리는 순간(* 논리적으로는 이 결말에 다다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현대의 비극이다) 난 생의 강물이 흘러가는 대로 그저 휩쓸려 내려가고 있었다. 하루키에 대한 글을 길게 적을 생각이었나, 아주 짧게 적을 수 밖에 없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