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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전 우주를 지배하는 원리가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위 문장은 우리가 흔히 낭만주의 과학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이루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아이슈타인이 가졌던 믿음이다. 과학은 새로운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물리학 말이다. 그러나 생물학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기란 무척 어렵다.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고 있다는 미국의 과학자가 있는가 하면 그것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 책 무척 좋은 책이다. 지금 열심히 읽고 있다.

Apprendre 'a finir

몸이 지치니, 마음도 따라 지친다. 떠남은 이토록 힘든 것이다. 회사는 폐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 때 MBA 출신들로 가득차 있기도 했지만, 지금은 썰렁하다. 이라는 소설을 다 읽었다. 무척 좋은 소설이다. 그러나 좋다는 의미는 작품의 완결성이 뛰어나다는 것이지, 읽고 난 다음 삶의 의미나 사랑의 가치를 찾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확히 말해, 그 반대이다. 자기 반영성이란, 끊임없는 자신만의 독백으로 완성된다. 슬프다.

면접

너무 많이 긴장하고 떨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고 어쩌지 못했다. 교수들은 나의 Study Plan을 읽어보지 않은 채 들어왔다. 선생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일들 중의 하나는 똑똑한 제자를 받는 것이다. 학생에 있어 행복한 일들 중의 하나가 휼륭한 선생을 만나는 일이고. 힘들게 적은 Study Plan을 읽는 것은 긴장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은데... 예상치 못한 날카로운 질문 하나 : "스스로를 감성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나, 지성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나?" 이건 무척 중요한 지적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만큼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았고 말도 잘 못했다. ㅡ_ㅡ; 답변은 "나는 감성적인 인간인데, 감성을 Control하는 게 지성이다. 지성을 연마하고자 왔다." ..

살아가기

텅빈 회사 사무실. 시계는 오후 2시를 지나 3시를 향해 뛰어가고 있다. 시간들이 뛰어가는 소리가 내 귓가를 맴돈다. 대학원 원서는 집어넣었지만, 걱정이 앞선다. 학교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탓에, 몇 년 동안 딴 짓을 하다가 갑자기, 나와서 글을 쓰고 살아가야하는 삶이, 그것보다 대학원 시험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더 크다. 이번에 되지 않으면 더이상 대학원 진학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할지도 모른다. ... ... 모든 것들이 날 둘러싸고 옥죄어 온다. 두렵다. 자신감을 잃어버린 탓이리라.

대학원 진학

긍정적인 태도. 하긴 이 태도는 무척 중요하다. 이건 낙천적인 태도와는 구별되는 것이다. 질 들뢰즈였나. 긍정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사람이. 뭐, 긍정성에 대해서 떠든다고 해서 생의 비관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래서 들뢰즈는 자살을 선택했으니깐. 이러한 아이러니는 많은 부분에서 존재하고 있다. 대학이라는 곳만큼 비합리적인 곳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면접이라는 게 목에 탁 걸린다. 생각해보니, 교수라는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같다. 대학원 면접 태도의 원칙은 아래와 같다. 1. '교수'라는 지위에 가지고 있는 권위에 대한 인정 - 겸손한 태도와 배움의 자세를 표현할 것. 2. 학문을 계속 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을 표현. 2의 경우에는 대학원 다니다 돈 벌러 나가기도 하니. 이해가 되기..

주말

주말 내내 누워있었다. 너무 누워있어서 그런지 허리가 아프다. 하지만 약국은 문을 닫았고 바람은 창 틈을 비집고 사각의 방을 휘젖고 비가 온 거리는 아직까지 축축하다. 자기 전에 책 몇 장 읽다 자야겠다. 회사를 그만 두려고 회사 이사님께 말했지만, 좀 더 고민해보란다. 고민할 필요없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척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건강 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기름진 음식과 술을 삼가하란다. 당분간 자중해야겠다. 요즘 술을 너무 마셨지. 건강이 예전같지 않다. 스트레스와 과로, 과음에, 내 나이 마흔이 된 듯하다. (쩝. 정신상태는 더 늙었나.)

알코올과 예술가

책을 읽다보면 제목에 혹해서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의 경우도 그러하다. 만천원이나 하는 이 책을 사다니. 지금 후회하고 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작가들과 많은 인용으로 가득 채우고도 형편없는 책이 될 수도 있다. 힘들게 내린 결론이 '술을 마시지 말자'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75년생인 글쓴이는 술을 취해서도 소설이나 시를 적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적당량의 음주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적당량이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느 경우에는 몇 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사불성이 되어선 곤란하다. 그러나 과장하기 좋아하는 작가들은 엄청 술을 마시면서 창작을 했네라고 말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긴장한 정신 아래에서 글을 썼을 것이다. 뭐, 초..

에라스무스, 슈테판 츠바이크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 평전 -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아롬미디어 에라스무스 - 위대한 인문주의자의 승리와 비극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민영 옮김 하나의 세계관이 여기 있다. 하지만 이 세계관은 사람을 유혹하지도 선동하지도 그렇다고 뜨거운 열정을 내뿜지도 않는다. 언제나 차갑고 건조하다. 늘 조용하고 방관자의 시선을 가진 듯하면서도 예리하게 문제를 지적해내어 보는 이를 찬탄케 만들지만 곧바로 어떤 행동을 강요하거나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그런 세계관이다. 그래서인지 이 세계관은 다른 편에 서서 보면 늘 우유부단하며 지나치게 신중하고 너무 이상주의적이다. 더구나 언제나 교육의 중요함을 설파하며 교양을 강조하고 문명화된 인간을 요구한다. “현재의 제 모습, 저를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든 것..

자폐아

자폐아처럼 종일 내 방에 갇혀 책들과 음반을 펼쳐놓고 그 사이에서 잠을 잤다. 발 끝과 머리 끝에 책이 걸렸고 내 몸 위로 음반들이 날아다녔다. 잠시 그 음반들을 따라 내 몸도 떠오르려고 했지만, 강하게 끌어당기는 뉴턴이 말한 중력은 내 몸뿐만 아니라 내 영혼까지도 끌어당겨 음반들이 수놓는 음악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술이라도 한 잔 할까 망설였지만, 술은 몸이나 영혼에 좋지 않다. 며칠 동안 슈베르트의 만 듣다, 오전에 설겆이를 하면서 U2를 들었는데 무척 좋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의 비극 위에 서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작년 세계의 문학에 실린, 이라는 논문을 읽고 있는데 읽을 만하다.

혼자 맥주 마시기

아는 분께서 자신은 두 개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세상 속을 살아가는 자아이고 하나는 세상 속을 살아가는 자아를 쳐다보면서 조소하는 자아. 나도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빛깔을 잃어버렸고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일까. 그리고 내가 빠진 이 나락 속에서 날 꺼집어낼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그런데 진짜 존재하는 것일까. 어제 퇴근 길에 '나는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걸까', '왜 살아가는 걸까'만 생각했다. 너무 심각해져서 혼자 KFC에 들어가 징거버거, 치킨 샐러드를 먹었다. 얼마 전 끔찍하게 술을 마시고 싶을 때 술을 마시지 않고 밥을 먹었는데, 그 때 술에 대한 욕구는 허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난 왜 살아가는 걸까. 무엇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