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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 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 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 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 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사랑?, 훗~!

날씨가 너무 좋아 집 안에서 빈둥거리기로 마음 먹었다. 몇 달만에 Sidsel Endresen을 꺼내 듣는다. "So I write/about the world/and only rarely come close/to saying this/so we can share this/it's just black marks/on white paper/and me/wanting another blank page/and yet another/so I write/thinking I'm constructing a bridge/but I get lost/on the way across/and I stumble/on implications/ associations/ synonyms/combinations/of the perfe..

misc

추억하고자 하는 사람은 망각을 믿어야 한다. 절대적 망각 이라는 위험을 믿어야 하며, 그때 추억은 아름다운 우연이 된 다. 이 아름다운 우연을 믿어야 한다. - 모리스 블랑쇼 * * 새벽 공기에 묻은, 지난 하루의 흔적들을 물로, 비누거품으 로 씻어내고 난 다음, 낡은 턴테이블에 자정이 지난 시간에 어 울릴 만한 음반 하나를 올린다. 또 이렇게, 무참하게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오는 길에 술에 취해 계단에서 쓰러지는 한 여 대생을 보았다. 그녀를 보며, 언젠가 술에 취해 쓰러지는 여대 생을 안스럽게 바라보았던 날 기억해냈다. 그러나, 오늘은 그 녀가 부러웠다. 서가에서 가라타니 고진의 을 꺼내 "풍경의 발견"이라는 첫 장을 다시 읽었다. 김윤식교수가 '풍 경'이라는 단어를 비평에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실..

... ...

아는 이가 나에게 좋아하는 작가가 없냐고 물었다. 그대 는 좋아하는 작가가 없다고 말했다. 난 좋아하는 작가가 있 지만, 그들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 있다고 보 기 힘들다 말했다. 그리고 며칠 동안 고민에 잠겼다. 과연 나에게 그런 작가는 없었나 하고 말이다. 볼프강 보르헤르트. 그는 침울하고 지친 표정으로 앙상한 손을 내밀었다. 그 는 나에게 한 마디 인사도 하지 않고, 창백한 눈빛으로 "이 번 겨울엔 쓸쓸하게 술을 마시지 말게나"하고 말했다. 이미 죽은 자의 손을 마주 잡고 난 한참을 서있었다. "그래야 겠 지. 하지만 여자들은 날 좋아하지 않는다네. 그러니 어쩌겠 나." 보르헤르트는 꺼져가는 목소리로, "정 술을 마시고 싶 으면 날 부르게. 아마 별빛들 사이에서 내가 술잔을 내밀고 있..

계절과 계절 사이

01. 가을이 오면 그대 울게 되리, 가을이 오면 그대 옷자락 끝을 붙잡고 바람 속에 둥지를 틀리, 가을이 오면 그대 눈물 얼어 심장이 되고 그대 눈동자 갈색으로 늙어 빛바랜 훈장이 되리, 그대 향한 이 마음 주춤거리는 사이, 아, 가을은 무섭게 내 가슴 도려내리니, 손가락 자르고, 발가락 자르고, 그대 위해 글을 쓰지도, 그대 향해 걸어가지도 못하게 하여, 그대 향한 이 마음 식히리라. 02. 오랫만에 일어나자마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기억이 희미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런 순간들이 모여있는 곳이 계절과 계절 사이이다. 이틀 전엔 밤을 세워 공부를 했고, 어젠 새벽 한 시까지 도서관에 있었다. 보통 일어나는 시간이 오전 11시쯤이니, 그렇게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는 것은 ..

rain

아직 비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꼭 변심한 애인을 찾아나선 사내 의 발걸음같이 내리는 저 비는 무슨 사연이 저리도 깊어서 또 다시 내 리는 것일까? 아직 그는 변심한 애인을 찾지 못했나 보다. 여러번 기습적인 비로 인해, "비의 포옹"을 당했다. 오늘도 우산을 가지고 나가지 않았는데, 무거워지는 하늘을 보고선 다시 집으로 들어 왔다. 그리고, 이렇게 지금 비가 내린다. 번개와 천둥도 함께. 새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소설의 제목은 "매혹당한 자들의 죽음" 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난 소설의 반을 이미 끝낸 셈이다. 기 쁘다. 오늘 밤엔 기념으로 술이나 마셔야 겠다.

호모 파베르

"기다란 블론드 머리를 한 아가씨를 내가 처음 본 것은 배가 출항한 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우리는 식당 테이블 좌석을 정하기 위해서 식당에 모여야 했다." - 막스 프리쉬, 『호모 파베르』 중의 한 문장. 아버지와 딸의 첫 만남. 폴커 쉘렌도르프의 영화 『Voyager』(국내 번역 제목: 사랑과 슬픔의 여로)의 원작 소설. Stanley Myers의 영화 음악을 들으면서 지축을 울리며 추락하는 비 속의 감상에 빠지고 말았 다(* 참고로, 이 영화 속의 쥴리 델피는 정말로 이뻤다). * * 또다시 비가 내린다. 저 비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걸까? 혹시 사랑하는 이가 이 지상 어딘가에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그(혹은 그녀)를 찾기 위해서. * * 몸 밖의 그대 1 채호기 1. 그대와 마..

<드가, 춤, 데생>, 폴 발레리

, 폴 발레리(지음), 김현(옮김), 열화당 1. "나는 그림보다 더 지성적인 예술을 알지 못한다." - 90쪽 이 한 문장으로 발레리-그의 '드가'와 함께-는 '고전주의'를 그의 독자들에게 알린다. 그래서 자신의 지성을 연마한 이들에게만 (발레리의) 드가는 보이게 될 것이다. 이 '참혹스러운' 진실은 '현대 예술가들이 왜 자신의 지성을 버리고 감각에 의존하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지름길이다. "우리들의 사고는 순수하게 논리적인 형태를 취할 때, 생명의 참된 본성을, 진화 운동의 깊은 의미를 표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 이것을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부분은 전체와 비등하다든가, 결과는 원인을 자기 속에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든가, 해변에 버려진 자갈은 그것을 밀어올린 파도의 모습을 그려내고 ..

여름 이야기

검은 레코드판 위에 핀 푸른 곰팡이들 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덥고, 짜증나고, 사람을 지치게 하는 날씨 말이다. 안개에 휩싸인 도 시의 풍경이 꼭 폭격으로 인해 뿌연 연기로 뒤덮인 것같았다.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저주스런 생활을 견디게 하는 그 힘 말이다. 혹시 그건 죽음이 아닐까? 사랑이나 희망 같은 눈부시고 아름 답다고 칭송되는 것이 아니라, 어둡고 축축하며 무거운 죽음이 우리의 삶을 지탱시키는 건 아닐까? 이런 뜬금없는 생각을 하는 건,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행복하게 만 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지만, 정작 우리들 중 '정말로 행복하다' 고 느끼는 이는 극히 드물다는 데에 있다. 너무 변덕이 심해서 그런 것일까?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난 다음 의심할 수 없는 그것을..

98' 언더그라운드 만화 페스티벌

:『98 대한민국 언더그라운드 만화 페스티벌』. 금호 미술관. 98.7.1 - 8.9 분명 만화는 예술이 아니다. 만화를 예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설령 그 노력이 성공해 자신의 작품이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만화 때문이 아니 다. 그렇다면 무엇때문인가? 이 이유를 알기 위해선 우리는 흥미진진 하고 재미있으며, 동시에 괴기스런 한 전시를 보아야만 한다. 『98 대 한민국 언더그라운드 만화 페스티벌』말이다. 또한 우리는 현대 미술 Contemporary Art과 키치Kitch의 상관관계도 이해해야만 한다. 타타르키비츠는 이제 아방가르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냐면 이젠 온통 아방가르드밖에 없음으로.(1) 그런 의미에서 클레멘 트 그린버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