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사 54

매너리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고전주의란 나와 세계, 이상과 현실이 서로 어긋나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바, 내가 행동하는 바 모든 것이 인과율적 결과로 나타난다고 믿는 세계관이다. 이에 반해 낭만주의란 나와 세계, 이상과 현실이 서로 어긋나 분열되기 시작하고 내가 원하는 바, 내가 행동하는 바와 무관하게, 심지어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을 때, 그 앞에 서서 절망하는 세계관이다. 그러므로 낭만주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선 고전주의가 우리에게 무엇이며 어떤 것을 가져다 주었는가를 먼저 알아야만 한다. 고전주의적 세계관이 개인에게, 예술가에게 무엇을 던져주었는가를 알지 못한다면 낭만주의의 세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열적 세계 인식, 절망과 슬픔으로 뒤범벅이 된 표현, 종종 병적으로 보이는 도피적 양식을 이해하지 ..

로코코 예술

* 2004년에 작성하였던 글입니다. 로코로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크와 로코코 바로크 양식은 카톨릭과 귀족을 위한 양식이었다. 바로크의 웅장하고 거대한 양식은 카톨릭과 귀족을 위한 것이지 개신교와 시민계급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화가들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소박한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이도 자기 과시적이며 은근히 귀족과 경쟁하는 구도로 발전한 양식이라는 점에서 카톨릭적이며 궁정적 바로크와 동일한 예술 의욕(kunstwollen)을 가진다. 즉 바로크는 귀족과 돈 많은 시민계급을 위한 양식이었다. 그리고 17세기 네덜란드는 당시 유럽의 패권국가였다. 이런 점에서 로코코는 분명 바로크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 대체로 로코코는 귀족의 양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데카..

인상주의

* 2004년 책을 내기 전 정리한 노트입니다. 몇 년이 지났는데, 이 때 이후 열심히 공부하질 못했네요. 자본주의의 시대 예술 작품을 이야기하는 데, 뜬금없이 '자본주의의 시대'라는 소제목이 의아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시대'라는 문구만큼 적절한 것을 찾지 못했다. 19세기 초 낭만주의자들이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멀리 도망치길 원했다면, 그래서 어떤 환상이나 몽상적 세계를 꿈꾸었다면, 19세기 중반의 낭만주의자들은 현실과 싸워 세계의 진보를 이루려고 했다. 이것이 발자크의 세계관이다. 다시 세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 그것은 과학기술의 진보를 믿는 부르주아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산업혁명의 물결이 전 유럽을 휩쓸고 지나가던 시기의 부르주아의 세계관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고딕 예술

* 2004년에 작성된 글입니다. 지금 읽어보니, 내용이 다소 빈약하네요. 로마네스크 예술 양식 시기의 도시 Romanesque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고대 로마의 세계에 대한 염원을 밑바탕에 깔고 진행된 것이 로마네스크 예술이다. 카롤링조 르네상스의 기운이 지속되어 꽃을 피운 양식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식 상의 변화는 중세 장원 경제가 원숙해졌으며 중세 도시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생 세르냉 교회는 그 이전 시기에 서로마 지역에 건설된 어떤 중세 교회보다 크고 웅장하다. 그만큼 많은 건설자재에 대한 교역이 가능해졌으며 많은 인부들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점을 뜻한다. 이러한 물질적인 기반의 확충, 또는 세속적 삶의 윤택함은 중세 도시들의 발달을 가져온다. 이..

바로크 예술

* 를 쓰기 전에 적어놓은 노트입니다. 바로크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1. 바로크: 근대성Modernity의 시작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를 어떤 세계일까? 그러나 이 물음에 대한 명확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꼭 이 물음은 '나는 누구인가?'라든가 '살아가는 것이란 무엇인가?' 따위의 물음과 유사한 것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맞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특징을 부각시켜서 말하거나 아예 이 물음에 대한 답에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너무 거대한 질문이라 실제 우리의 삶과는 무관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본다면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지금 이 세계에 대해서 자주 듣게 되는 단어들, 신자유주의, 개인주의, 포스트모..

Maecenas Presenting the Liberal Arts to Emperor Augustus

Maecenas Presenting the Liberal Arts to Emperor Augustus Giovanni Battista Tiepolo 1696-1770 Oil on canvas, 69.5*89 cm http://www.hermitagemuseum.org/html_En/03/hm3_3_1h.html 이탈리아의 Francesco Algarotti 백작의 주문에 의해 그려진 이 작품은 Heinrich von Bruhl 백작을 기리기 위해 제작되었다. 이 작품 속에서 로마의 귀족이며 시인과 예술가를 보호하는데 앞장섰던 Maecenas가 Augustus 앞에서 자유학예(Liberal Arts)를 웅변하고 있다. 작품 가운데 있는 세 명의 여인은 각기 Painting, Sculpture, Archit..

바로크 정물화

병에 담긴 접시꽃들과 다른 꽃들(Hollyhocks and Other Flowers in a Vase), 1710 Oil on canvas, 62*62cm National Gallery, London Jan van Huysum의 작품이다. 18세기 초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했던 이 화가는 17세기부터 본격화된 정물화(Still-Life)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대체로 정물화는 Vanitas(생의 허무)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 시계, 불이 꺼진 양초, 시들어가는 꽃, 해골 등을 그림 속에 담아내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18세기 이후로 갈수록 진기하고 보기 드물며 값비싸고 아름다운 것을 표현하는 것으로 변해간다. 생의 허무에 대한 공포가 보이는 곳..

한겨레문화센터 열번째 강의 - 19세기 미술

19세기 - 라파엘전파, 사실주의, 인상주의. 19세기를 특징짓는 인물이 있다면 그건 '찰스 다윈'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19세기의 학문이나 예술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할 때 찰스 다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19세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존 파울즈의 속에서 주인공의 이름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다윈일 정도이니, 그가 19세기 후반를 지배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치즘도 다윈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세기는 여러모로 양 극단을 달리는 시대이다. 이러한 분열의 증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영국이다. 영국 런던의 뒷골목은 시골에서 올라온 가난한 사람들이 움막 같은 집에서 살며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이 만연하..

이집트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 벽화인지는 모르겠다. 우연찮게 이집트 미술 하고 검색해보았더니, 이 그림이 보였다. 혹시 서양미술사 시간에 이집트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떨어져서 저런 그림을 그렸다고 배운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은 정면성의 원리로 밖에 그리지 못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배웠다면 그건 잘못 배운 것이다. (* 정면성의 원리란 사람을 그릴 때 정면에서 보이는 대로만 그리는 데에서 따온 단어이다. 위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위 그림에서 위를 보면 새 그림이 나올 것이다. 이 도판에선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이집트 벽화에서는 사람을 그릴 땐 정면성를 지키지만, 새나 동물을 그릴 땐 지키지 않는다. 또한 사람의 지위에 따라서도 정면성이 확고하게 지켜지는 경우와 약간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