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사 54

대중과 카라바지오

바로크 예술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되는 양식이다. 이는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천동설을 버리고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믿으며 무한한 우주에 보잘 것 없는 인간임을 인정하는 순간 시작되는 예술이다. 이 인정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에 대한 번민과 불안, 걱정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실존주의 이후의 현대 양식), 무한한 신이 만들었다는 이 지구와 우주에 대한 기하학적인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자랑과 자만으로 전환되었다. 그래서 이제 인간적인 것은 신적인 것으로 대체되었으며 인간적인 것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나타났다. 17세기 해부학이 인기 학문이 된 이유의 배경에는 이러한 태도의 변화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한순간 일어나는 것이 아..

고딕 성당

흔히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을 거의 비슷한 유형으로 정리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은 틀린 방식이다. 시기적으로나 시대적으로, 혹은 종교미술이라는 점에서 양식상 유사성을 가지지만, 그 예술의욕(Kunstwollen)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깊은 단절이 존재한다. 성 에티엔느 성당 (St. Etienne, Bourges. Begun mid 1190s) Ste. Chapelle, Paris, France. 1243-48 고딕 양식의 첫 번째 특징은 수직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는 신의 세계를, 그리고 신을 향한 그들의 열정적인 믿음을 표현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Ste. Chapelle, Paris 놀랍도록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는 고딕 양식의 특징이다. 아마 서양의 중세를 생각하면 이러한 스테인드 글라스..

그리스 후기 고전주의

Statue of Eirene (personification of peace), ca. 14–68 A.D.; Julio-Claudian Roman copy of a Greek bronze statue by Kephisodotos, ca. 375/374–360/359 B.C. Marble; H. without plinth 69 3/4 in. (177.17 cm) Rogers Fund, 1906 (06.311) 그리스 후기 고전주의 시대(4세기 중후반무렵)의 조각상이다. 하지만 실제 그 때 제작된 것은 아니고 로마 시대 때 복제된 것이라고 한다. 남아있는 그리스 시대 조각들의 대부분은 로마 시대 때에 복제된 것이다. 빙켈만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로마 시대에 초상 조각 이 외에 이렇다할..

후기 비잔틴

The prayer of Christ Wall-painting depicting Christ at prayer, by Michael Astrapas and Eutychios, 1295, Ochrid, Peribleptos church. Michael Astrapas와 Eutychios의 벽화이다. 성 클레멘트 교회라고도 불리는 St. Mary Peribleptos교회에 있는 것인데, 13세기 말에 그려진 것이다. 놀랍게도 이 벽화 속에 두 화가의 서명이 들어가있다고 한다. 연대를 비교해보니, 지오토와 거의 비슷한 연대이다. 이 벽화는 비잔틴 후기 양식이지만, 인물들의 포즈나 옷 주름의 처리에서 후기 고딕이나 초기 르네상스와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자연주의를 보여준다. 그런데 왜 이 작품은 비잔틴 양식..

그리스 아르카익 미술

Bell-krater (bowl for mixing wine and water) ,ca. 440 B.C.; Red-figure Attributed to the Persephone Painter Greek, Attic Terracotta; H. 16 1/8 in. (41 cm) Fletcher Fund, 1928 (28.57.23) (위 도판은 크라테르로 암포라와는 다른 것입니다. 이에 본 포스팅을 다시 업데이트해서 수정하겠습니다. ) 대체로 그리스 고전주의 시대를 기원전 5~4 세기 정도로 본다. 하지만 이는 대체로 그 정도라는 것일 뿐, 이 시기에 만들어진 모든 작품들이 그리스 고전주의로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위의 토기를 적생상 암포라라고 한다. 확실히 섬세해졌지만, 암포라는 아르카익(고졸 시대)에 ..

로마 예술

Philippus Arabus c244-249 AD (Vatican Museums)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저 두 눈에 가득담긴 두려움의 흔적을 발견하기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거친 턱에서 보여지는 그 동안의 삶의 고통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 실제 작품은 이 그림자진 이미지보다 약간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며 약간은 슬퍼보인다. 이 때 로마는 변방에 온 군인 황제들이 몇 년간 통치하다가 암살당하던 시기였다. 천천히 이민족의 침입이 늘어나고 있었고. 종종 역사학자들은 현대와 로마를 비교하곤 한다. 국가의 행정 시스템이 우수하였으며 사회 기반 시설은 그 당시에서 세계 최고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시민의 삶 속에서는 허무주의가 깊숙하게 물들고 있었다. 폼페이의 어느 집 벽에 그려진 그림이다. 매너..

그리스 조각에 대하여

-프락시텔레스, (기원전 4세기 경) 그리스의 남겨진 유적들을 보면 사람, 특히 벗은 육체를 표현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 대해 그리스 고전주의에 대한 최초의,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서술의 힘이 퇴색되지 않고 있는 요한 요하임 빈켈만의 설명을 들어보세요. 그러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아마 우리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가장 아름다운 그리스인의 육체와 비교해보면 아마도 이피클레스가 그의 이복형 헤라클레스를 닮은 것만큼도 닮지 않았을 것이다. 온화하고 청명한 기후는 그리스인의 최초의 인간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쳤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유년 시절부터 행하는 육체적 단련이 이 형성에 기품 있는 형태를 ..

슬픔의 아테나

BC 455∼450 아테네 출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미술관 (Acropolis Museum, Athens) Grand Collection of World Art 고전주의, 그러니까 인생에 있어 모든 것을 해명할 수 있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으며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원리, 원칙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믿었던 삶과 예술에 대한 태도는 결국에는 우울함을 띄게 되는 것같다. 그리스 고전기의 작품이지만, 다른 고전주의적 작품들과 달리 이 부조에서는 어떤 우울함이 묻어나온다. 그것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냄, 전투에서 벗의 죽음, 시간의 덧없음, 그러니깐 본질적으로 모든 것은 변하고 흔적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실은 그리스 문화의 이면에는 이런 것이 내재해 있었다. 헤라클레이토스의 세계관이 주류였으..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

예술의 시작에 대해선 많은 의견들이 있다. 하지만 이 의견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시작되었건 그것은 현대처럼 분화되어진 어떤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방'이면서 '마술'이고 '노동'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사용한 이 단어들, 모방, 마술, 노동은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다. 심지어는 그들에게 언어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니 예술의 시작에 대한 논의는 대부분 추측이며 그저 그랬을 것이다 정도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그리고 아래의 내용도 그러하다. 구석기 시대의 벽화들은 한결같이 어두운 동굴 속에, 요즘 사람들이 자세를 잡기도 힘든 공간 속에 그려져 있다. 구석기인들이 그렇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나 현재의 우리들은 그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저 추측만 ..

고전주의적 현대 양식 '모더니즘'에 대한 보충 설명

* 모더니즘을 고전주의라고 평가했는데, 어떤 분께서 낭만주의적 양식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어 그것에 대한 언급입니다. 모더니즘에 대한 평가 작업은 현재 진행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더니즘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보면서 낭만주의적 양식이라 판단내리기 쉬워보입니다. 그동안 저도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고전주의란 세상이 어떤 확고하고 고정불변된 원리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믿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이 태도를 바탕으로 예술 작품이 창조될 때 그 예술 작품들을 고전주의적이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고전주의 양식은 예술의 역사 속에서 그리 자주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시간적으로 따져도 그리 오래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바로크 고전주의'는, 지적하신대로 고전주의 속에 편입시키기 매우 애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