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일상 사진 몇 장을 올린다. 역시 일 때문에 오는 건 재미없다. 갤러리에서 일찍 나와 잠시 길을 걸었다. 얇은 구두가 발을 아프게 했다. 일요일 파리 거리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퐁네프 표지판. 노트르담을 지나 샤틀레 역으로 향해 가던 중. 오데옹 극장 거리 앞 노천 까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 노트르담 성당 정면 왼쪽 부분. 마자랭 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프레드릭 모아상 내부. 현재 강창열 작가의 초대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08.10.13
파리에 왔다. 파리에 왔다. 몇 장의 사진을 올린다. 전시 준비를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고 비상식적으로 올라간 환율 때문에 계획했던 일 몇 가지를 못할 것같다. 그리고 예정에 있었던 이스탄불 방문은 다음 기회로. 파리의 여러 미술관과 FIAC를 방문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미래는 계속 유예되고 있는 느낌이다. 파리라는 도시의 모습보다 파리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파리의 매력을 이끄는 힘인 듯 싶다. 비좁은 카페에서 길을 지나는 행인들과 아래로 내리쬐는 햇살 아래에서 그들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음식을 먹으면서 담배를 피운다. 거리는 온통 담배 꽁초들로 가득하고 거리는 차로 밀린다. 오래 전에 파리로 유학 왔더라면, 후회하지 않았을 듯 싶다. 르 클레지오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고 한다. 조금 늦은 감이..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08.10.11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힘들 때마다 꺼내드는 책들이 있었다. 루이 알튀세르의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오래 전에 출판된 임화의 시집, 게오르그 루카치의 '영혼과 형식', 그러고 보니, 이 책들 모두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엔 이 책들을 읽지 않는다. '힘들다'는 다소 모호하지만, 여하튼 요즘엔 이 책들을 읽지 않는다. 어쩌면 힘들다고 할 때의 그 이유가 다소 달라진 탓일 게다.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를 보냈던 20대엔 대부분의 고초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것들이 있었다. 하지만 똑같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30대의 고초는 경제적이거나 업무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다음 주 수요일에 파리로 가서, 다다음 주 초엔 터키 이스탄불로, 다시 그 다음 주엔 파리로, 그리고 그 주말에야 비로소 서울로 돌아..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08.09.29
일요일 밤, 그리고 요요마의 탱고 드디어 책상 스탠드 불빛이 반가운 계절이 왔다. 스탠드 불빛의 독특한 열기는 서늘한 밤공기가 밀려드는 때야 비로소 나의 즐거움이 된다. 어둠 속에 반쯤 묻힌 서가의 책들, 어지러진 팜플렛과 도록들, 읽다만 신문들, 그리고 요요마의 탱고가 흐른다. 추석이 지나고 광주에 잠시 들려, 몇 분의 작가들을 만났고, '포플레이'라는 카페에서 맥주를 마셨다. 오랜만에 보는 린LP12 턴테이블. 아직까지 린LP12 턴테이블의 명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린LP12 턴테이블이 유명하게 된 것은 CD의 음질이 낫다고 사람들이 말할 때, 사람들이 이게 LP 소리가 맞느냐고 반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리가 탁월하고 안정적이다. 나는 이 곳에서 찰스 밍거스를 오랜만에 들었다. 하지만 아직 린LP12 턴테이블은 호사..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08.09.28
새벽 3시 40분 '까닭없이 공포가 밀려드는 시간이다'라고 적고 싶었다. 하지만 까닭없진 않다. 아직 절망으로 내 영혼이 물들진 않았지만, 아슬아슬한 두려움과의 싸움은 승패를 오가며 계속되고 있다. 새벽까지 책을 읽었고 로마 예술에 대한 강의 노트를 워드로 옮겨놓았다. 옮겨놓으면서 쓸데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집트 조각의 무뚝뚝한 표정이 로마 조각에서 다시 나타나고 약 천 년 후쯤 중세 조각에서, 다시 이 표정이 20세기 초중반, 소련의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집트보다도 로마에서 우리는 정치적 예술이 가지는 특징을 확실하게 간파할 수 있다. 하지만 로마 미술은 그 현대적 의의에 비해 대부분의 미술책에서는 너무 간략하게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로마 초기의 가부장적 체계가 로마 후기에서 어떻게..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08.09.16
misc. 카메라를 가지고 나갈 때조차, 나는 거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 카메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아직 익숙치 않은 탓이다. 도리어 어떤 풍경을 보고 그것에 어울리는 문장을 고민하는 편이다. 최근 한 달간 내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이렇게 놓고 보니, 꽤 흥미롭다. 부암동 동사무소 옆 흰 벽과 거울이 인상적인 카페에서 더치 커피를 마셨다. 커피 향이 너무 좋았고 같이 있었던 이도 좋았다. 집 안에서 키울 수 있는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커피에 대해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의견을 주고 받았다. 그녀에게서 커피를 선물받았다. 그런데 아직 드립퍼를 구하지 못했다. 신촌에 있는 카페 향에서 있었던 재즈 연주 풍경이다. 최근 들었던 그 어느 재즈 밴드들보다 수준급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연주에 ..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08.08.26
9.11에 대한 현대 음악? 정치에 대한 많은 것들을 생각하지만, 술에 잔뜩 취해 들어가는 택시 안에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들어 한국에서 종교적 갈등이 야기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종교적 갈등은 논리적인 해법이 통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한 번 갈등이 발생하면서 그것을 봉합하는 데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대부분 정치적인 이유로 발생하지만, 근본주의적 투쟁으로 들어가면 정치적인 해법이 먹히지 않는다. 9.11은 많은 예술가들을 자극하였다. 이 음악도 마찬가지다. 어두워지는 슬픔이 가득한 음악이다. 어쩌면 이번 세기 중반 이후론 종교적 갈등이 본격화되지 않을까. 새로운 세계 종교 하나 정도 나올 수도 있을 테고.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이 더불어 가는 종교적 관용을 지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정치적으로..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08.08.26
우울한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울'을 창조적인 사람들의 특징으로 보았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멜랑꼴리아'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과 맞닿아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우울'은 병든 자의 몫이다. 사회적 질병이 되어버린 '우울증'은 약물 치료와 정기적인 정신과 방문을 요구한다. 요 며칠 우울하다. 내부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외부적인 영향도 크다. 도로 한 복판에서 길을 잃어버린 어린 강아지와 그 강아지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강아지 바로 앞에서 멈추는 마을버스며, 소형 트럭이며, 자동차들이 낸 키익키익 소리가 내 귀에서 점점 멀어지는 풍경이며, 6호선 공덕역에서 역 안으로 들어오는 전동차로 몸을 던지는 젊은 사내며, 다리 하나가 없는 슈나우저가 인사동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며, ... 나를 어둡게 했다. 하나의 이..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08.08.23
대화와 만남 행사가 끝나고 난 뒤, 많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술도 많이 마셨지만, 아직 행사 후유증이 계속 되고 있다. 나는 예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주위의 몇몇은 나를 매우 비즈니스적인 사람으로 이해한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종종 내 취향이 특별하다고 여기지만, 일을 하면서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제 갤러리에서 젊은 영국 작가들과 늘 가슴 설레게 하는 빌 비올라와 만났고 두아트서울에서는 정말 특별한 미술가인 온 카와라를 만났다. 성곡미술관에서는 색채를 활자처럼 읽어내는 척 클로즈를, 구 서울역사에서 진행되는 아시아프에는 거친 세상 앞에서 천천히 자신감을 잃어가는 젊은 작가들을 만났다. 그러다가 문득 내 이십 대를 떠올리자, 슬퍼졌다. 어느새 내 나이는 서른여섯이다..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08.08.14
행사 후기 Korea Art Summer Festival 2008을 무사히 끝냈다. 많은 준비를 했던 오프닝을 망친 것만 빼놓는다면. 이제 행사 뒷정리를 해야 한다.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한 것 같다. 자원 활동을 해준 분들이 너무 고맙다. 금전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전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다. 마음에 드는 작품들도 여럿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까다로운 내 눈에 들었던 작품이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젊은 작가들이다. 언젠가는 내 눈에 꽉 차는 작품들로만 전시회를 한 번 하고 싶다. 좋은 작품들은 좋은 향기를 내고 안목 있는 고객들을 불러 모은다. 돈이 많다고 예술 작품 컬렉터가 되는 것이 아니다. 트렌드와 무관하게, 뛰어난 작품을 고를 수 있고 그 .. 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08.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