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 날리는 날이면 기억 나는 시 한 편이 있다. 늘 생각날 뿐, 외우진 못한다. 이 시를 쓴 시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그가 사랑하던 춤과 그림, 음악은 그의 글 속에 남아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젠 서점에서 구할 수도 없을 시집을 서가에서 꺼내 헛기침 한 두 번 한 후, 소리 내어 읽어본다. 그러자 내리던 눈은 그치고 하늘은 어느 새 겨울 태양의 빛으로 가득 찬다. 내 희망은 보잘 것 없고 내 사랑은 늘 부주의하게 걷다, 길가 돌부리에 넘어져 상처를 입는다. 그럴 때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면, 모차르트와 오래된 시가 아닐까. 꽃 52 김영태 (1936~2007) 차의 시동을 걸면 성에 낀 유리가 맑아진다 마음은 반대로 어두워지고 희끗희끗 눈발이 날려 내 마음이 당신에게 가고 있다 못 견디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