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93

꽃 52

눈발 날리는 날이면 기억 나는 시 한 편이 있다. 늘 생각날 뿐, 외우진 못한다. 이 시를 쓴 시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그가 사랑하던 춤과 그림, 음악은 그의 글 속에 남아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젠 서점에서 구할 수도 없을 시집을 서가에서 꺼내 헛기침 한 두 번 한 후, 소리 내어 읽어본다. 그러자 내리던 눈은 그치고 하늘은 어느 새 겨울 태양의 빛으로 가득 찬다. 내 희망은 보잘 것 없고 내 사랑은 늘 부주의하게 걷다, 길가 돌부리에 넘어져 상처를 입는다. 그럴 때 위로가 되는 것이 있다면, 모차르트와 오래된 시가 아닐까. 꽃 52 김영태 (1936~2007) 차의 시동을 걸면 성에 낀 유리가 맑아진다 마음은 반대로 어두워지고 희끗희끗 눈발이 날려 내 마음이 당신에게 가고 있다 못 견디게 ..

수면

아직 완벽해지지 않은 탓일까. 아니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일까. 자정이 되기 한 시간 전에 잠에 들었으나, 새벽 2시에 잠을 한 번 깨고 결국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고 말았다. 턱없이 이른 일요일에 일어나 할 것이라곤 커피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밀린 신문을 읽는 것이 전부다. 어젠 무리할 정도로 운동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쓰지 않던 근육들이 아프다. 가령 뒤어깨 근육이나 앞장단지 근육. 오늘 아무런 일정도 없다. 이런 날 뭔가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보지만, 늘 그렇듯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밀린 일들이 많은 만큼, 나는 턱없이 많은 계획을 마음 속에 쌓아두고 있다. 그 계획들을 다 꺼내 처리하다 보면 지구 온난화 문제까지 해결하게 될 지도 모른다. 마음 한 켠의 슬픈 마음이 채..

6개의 발을 가진 로봇들의 댄스 경연대회

웹서핑을 하다가 재미있는 영상이 있어 여기 올린다. EBS에서도 로봇 관련 프로그램이 있는데, 아래 동영상과 같은 배틀도 있었으면 좋겠다. 오스트리아의 Hagenberg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올해 3회째라고 한다. (호주라고 표기된 기사도 있지만, 중부 유럽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대회이다.) Hexapod는 6개의 발을 가진 곤충을 뜻하는 단어인데, 아마 6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만 참여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심한 스트레스와 조절

약 3주 정도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냈다. 그리고 오늘 그 일을 끝냈다. 일은 많고 시간은 없었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고 일이 잘못 되기라도 하면, 내 책임이 될 상황이었다. 이래저래 일을 끝냈다. 일을 끝내는 그 날, 면접도 봤다. 이러는 동안에도 내 규칙적인 생활에는 변함이 없었다. 하루에 3시간을 잘 때조차 운동을 했다. 그 사이 나에게 예술의 역사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너무 반가웠다. 그 일로 인해 지쳤던 내 마음이 다소 상쾌해졌다. 그러고 보니, 나는 회사를 다닐 때 면접을 보고 들어갔던 적이 없다. 면접이라고 해 봐야, 사장, 혹은 담당 임원과의 약식 인사 정도였다. 한 번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원만했고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사람을 뽑아본 경험이 있는..

슬럼프

예기치 않게 슬럼프가 왔다. 일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루 반 나절 정도 못한 일을 오늘 새벽 3시간 동안 끝낼 수 있었다. 지난 금요일부터 심리적으로 불안했고 혼란스러웠으며 견디기 힘들 정도로 우울해졌다. 예전같으면 편한 마음에 술을 마시고 흐트러졌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새벽에 잠을 자기도 했으나,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7시 전후였다. 술을 과하게 마신 날도 있었으나, 취하지 않았고 실수도 없었다. 약간, 혹은 매우 쓸쓸해졌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주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는 일이 있었다.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째 척 맨지오니의 '산체스의 아이들' 더블 LP를 듣고 있다. 대학시절, 시를 쓰던 친구 자취방에서 듣던 그 느낌 그대로 였다. 교육..

일상

일(프로젝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든 해주면 무조건 감사를 받을 수 있는 일,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일, 딱 노력한 만큼만 대가를 받는 일, 노력해도 본전치기이거나 도리어 욕먹을 일 등등.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구분할 능력도, 구분할 생각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몸은 늘 피곤하고 마음은 항상 가난한 것인가. 어제는 종일 두통에 시달렸고, 을씨년스럽게 내리는 비 탓인지, 매우 우울하고 기운 빠지거나 기분만 상하던 날이라, 양재동 갤러리를 잠시 들른 후, 곧장 신촌으로 가 맥주 3병을 마셨다. 급하게 마신 탓인지 취기가 금세 올라, 카페에 들어간 지 한 시간 남짓 흐른 후 일어나 집으로 왔다. 그리고 자정이 되기 전 잠자리에 들었으며, 오전 6시에 잠자리..

'사랑은 장미빛 날개를 타고'

우울하고 슬픈 마음이 들어, 아침 일찍 프랑크푸르트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이름 모를 원두커피를 마시며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를 듣고 있다. 좋은 와인이 무수한 향과 맛을 지니고 있듯, 사랑도 그럴 지도 모르겠다. 하루 24시간 사이에도 마음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땅 끝까지 떨어지는 절망과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는 희망 사이를 오가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나는 이런 사랑을 언제 해본 것일까. 그리고 언제 해볼 수 있을까. 마리아 칼라스가 몇 분 동안 사랑에 빠진 당신에게 감미로운 위안이 될 것이다. Maria Callas sings "D'amor sull'ali rosee" from "Il trovatore" Giuseppe Verdi의 일트로바토레(II Trovatore) Act 4. D'amor..

몰락을 향해가는 타인들

집중해서 뭔가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집중은 되지 않고 마음만 어수선하다. 어제 아침 기사를 보니, "당신없인 살 자신없다"며 기러기 아빠인 중년 남성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혼자 아이와 아내를 그리워했던 아빠는, 물리적 거리만큼 마음까지도 이젠 멀어졌다고 생각한 아내와의 이혼을 거부하다가 끝내 이혼하고 자살을 택한 것일 지도 모른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가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한국에서 오래 있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어느 미국인은, 한국에 살면서 '행복하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살았던 수 십 년 간 한국은 높은 경제 성장과 물질적 부, 그리고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루어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람들은 도리어 더 불행해..

변화

오늘도 새벽 5시에 잠을 깼다. 무슨 이유에선지, 요즘 들어 새벽에 반드시 잠을 깬다. 생활을 바꾼 탓인가. 실은 지난 주부터 자정에서 새벽 한 시 사이에 반드시 잠자리에 들며, 오전 8시가 되기 전에 눈을 뜬다. 오늘 아침엔 7시가 약간 지난 시간에 일어나, 곧바로 동네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운동을 했다. 지난 주 월요일부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 운동을 했다. 이런 식으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최근 생활을 바꾸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가, 나에게 알람시계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난 정확하게 하루에 7시간을 잠을 잔다. 그래서 언제 잠을 잤는지 알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7시간 이후에 눈을 뜬다는 것이다. 지난주에 술을 두 번 마셨으나, ..

라디오의 잡음

사라져가는 가을의 향기를 못내 아쉬워하는 듯, 비가 내렸다. 올해의 연애도 실패였고 올해의 사업도 성공이라기 보다는 실패의 빛깔에 가까웠다. 독서의 계절은 오지 않았고 작품 감상은 우아해지지 못한 채, 돈에 걸려 넘어지며, 내 감식안을 시험했다. 종일 반쯤 잠에 취해, 술에 취해, 쓸쓸함에 취해 피곤했다. 겨우 밤 늦게 정신을 차리고 설겆이와 청소를 했으나, 나를 행복하게 해줄 어떤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스턴트커피에 오래된 우유를 잔뜩 넣고 죽는 시늉을 했다. 라디오를 틀었으나, 잔뜩 잡음이 끼인 채, 주파수 사이를 헤매며 겨우겨우 내 귀에 도달했다. 내일 약속은 한없이 뒤로 밀려가는 듯 하고 까닭없는 내 사랑도 한없이 뒤로 불안해하고 있었다. 얼마 전 만난 어떤 이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보여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