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고향 집 근처 어느 거리의 오후 창을 열면 들판이 보이고 멀지 않은 곳에 나무와 풀들로 가득한 숲이 있으리라는 상상을 해본다. 만약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그러면 내 상상력은 좀더 풍성해지고 내 우울함도 가라앉으리라. 내 영혼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지고 내 언어는 진실하면서 감동적으로 변하리라. 시간이 흘러 서울로 올라온 지 벌써 12년이 되었다. 그 사이 내 나이는 서른을 넘겼고 부모님은 그만큼 늙으셨다. 고향집 내 작은 방은 가끔 집에 들르는 여동생 내외가 자다가 가는 방, 내가 명절 때 잠시 지내는 방으로 변해버렸다. 그 사이 부모님과 할머니와의 사이는 더욱 나빠져 아흔을 향해 가시는 할머니는 늙은이들이 사는 집의 외딴 섬같이 변해 버렸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꼭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