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41

AI 2041, 리카이푸, 천 치우판

AI 2041 리카이푸, 천 치우판(지음), 이현(옮김), 한빛비즈   짧은 이야기와 이 이야기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 인공지능 관련 서적들 가운데서 가장 쉽고 빠르게, 그리고 현실성 있게 AI가 만들어갈 미래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떤 독자들은 과연 이런 세상이 될 것인가 의문을 표시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보다 더 진전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 진전이 우리 인류에게 도움이 될 지, 아니면 해악될 지 모르겠지만. 이미 많은 학자들과 지식인들은 AI로 인해 만들어질 디스토피아를 걱정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AI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최근 나도 집중적으로 AI 관련 서적과 논문들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과학자 로이 아마라..

인터랙션 디자인 특강, 도널드 노먼

도널드 노먼의 인터랙션 디자인 특강 The Design of Future Things 도널드 노먼(지음), 김주희(옮김), 유엑스리뷰   2009년에 출간된 책인데, 2022년에 번역되었다. 디자인 전문서적이라, 딱히 읽을 사람도 많지 않으니, 이제서라도 번역된 것이 다행이랄까. 이 책은 원서 제목처럼 미래의 사물들에 대한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확히는 인텔리전스 제품과 사람과의 인터랙션(interaction)에 집중한 책이다.  최근 나는 'AI 기반 프로덕트를 위한 UX'라는 제목으로 세미나 발표를 하였다. 최근 나는 AI 기반 제품/서비스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제품/서비스와 사람들 간의 인터페이스, 그리고 그 경험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꽂혀있는데, 의외로 여기에 대해 연..

빈방의 빛, 마크 스트랜드

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지음), 박상미(옮김), 한길사.  호퍼의 빈 공간 호퍼의 그림은 짧고 고립된 순간의 표현이다. 이 순간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한다. 내용보다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증거보다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호퍼의 그림은 암시로 가득 차 있다. 그림이 연극적일수록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지고, 그림이 연극적일수록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지고, 그림이 현실에 가까울수록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여행에 대한 생각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그림은 우리를 더욱 끌어들인다. 어차피 우리는 캔버스를 향해 다가가거나, 아니면 거기서 멀어지는 존재가 아닌가. 우리는 그의 그림을 볼 때 - 우리 자신을 자..

전략적 사고의 11가지 법칙, 김성준

전략적 사고의 11가지 법칙김성준(지음), 포르체   최근 국내 저자에 의해 나오는 경영 전략 관련 책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깊이도 있고 적절한 사례와 방안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이 책도 상당한 수준이다. 추천할 만하다. 나 또한 알고 있는 것이지만, 좀 간과하고 있었던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읽은지 꽤 되어, 읽으면서 적은 메모를 바탕으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다. 책은 상당히 좋으니까, 기회 닿는다면 읽기를 권한다.   1. 저자가 제시하는 11가지 법칙은 다음과 같다. 1. 전략적 사고에 시간을 투자하라2. 자신의 사고 스타일을 파악하라 3. 단어의 본질을 명확하게 정의하라 4. 이분법 틀에서 벗어나라 5. 메타 질문으로 생각의 함정에서 탈출하라 6. 고객에서부터 출발하라 7. 게임..

크랙업 캐피털리즘, 퀸 슬로보디언

크랙업 캐피털리즘 - 시장급진주의자가 꿈꾸는 민주주의 없는 세계퀸 슬로보디언(지음), 김승우(옮김), 아르테   2024년 읽은 최고의 책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관계를 흥미롭게 탐구하며 앞으로의 다소 어두운 전망을 쏟아낸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이야기할 때, 나는 민주주의 자체가 가지고 있는 허약함 같은 것이라 여겼다. 가령 대중의 지혜가 아닌 대중의 무능력함이 표현될 때라든가(대표적으로 지난 대선 때 2번을 찍어 한국을 퇴보시켰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계엄을 선포해 나라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힌 것이나 국민의 힘이라는 정당명을 내란의 힘이나 국민의 짐으로 변경해도 모자랄 지경인, 어리석한 행동을 아직도 보여주는 정당을 보면서 민주주의란 유지하기 어려운 정치 시스템이라는 생각..

파이널 인벤션, 제임스 배럿

파이널 인벤션 Final Invention 제임스 배럿(지음), 정지훈(옮김), 동아시아    번역 출간된 지도 꽤 지난 책이며,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하여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다만 인공지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분적인 이해만 될 것이다. 또한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울 수 없다는 점에서도 한계가 분명한 책이기도 하다.  1. 자기인식, 자가 개선 시스템 인공신경망에 기반한 AI의 성능을 체감하고 있는 2024년의 우리로서는 이 책의 내용은 다소 식상하지만, 책의 서두부터 끝날 때까지 경고하는 메시지는 그 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과서, 서승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교과서서승완(지음), 애드앤미디어   작년 9월에 나왔고 지금도 나오고 있지만, 굳이 사서 읽을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 한 번 읽으면 그만인 책이 되었다. 기술의 발달은 너무 빨라서 1년만 지나고 책의 가치가 사라지는 시대다. 여러 프롬프트 방법들이 제시되지만, 결국은 이 책 초반에 언급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본 원칙에 부합해 질문을 얼마나 명확하게 하는냐에 달려 있다.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기본 원칙구체적 지시명확한 전달맥락 제공구조 형식화일관성 유지  기존에 기계적인 명령어 대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입력하게 그 문장이 얼마나 정확하고 구조화되어 있느냐다.  책에는 여러 프롬프트 방법들이 제시된다. Few Shot 기법, 역할지정기법, 마크다운 활용 기법, 형식지정기본, Q&..

한국어, 한국어 공부 - 로스킹 교수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로스킹 교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의 통찰이 놀라웠다. 정확한 한국어를 사용하며, 한국어 교육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하였다. 특히 정확한 한국어를 쓰기 위해 한국어 구사를 위한 한자공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우리는 몇 천년 동안 한자를 사용했지만, 그렇다고 중국어를 했던 건 아니다. 로스킹 교수의 의견을 조금 비약하자면, 한국어를 위한 한자가 있고 그 한자를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한자 공부를 한다고 해서 중국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또한 한국인을 위한 한국어 공부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공부는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어를 공부하는 동기가 중요한데, 한국 정부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

세상의 모든 시간, 토마스 기르스트

세상의 모든 시간 -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토마스 기르스트(지음), 이덕임(옮김), 을유문화사   우연히 방문한 서점에서 산 작은 책. 의외로 재미있고 유용했다. 독후감을 쓰려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의 저자이기도 했다. 글 스타일도 비슷하다. 이 책은 작은 칼럼들을 모아놓은 에세이집이다. 아무 페이지나 열어 읽어도 된다. 문화 칼럼 정도라고 할까. 다양한 작품들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읽을 만하다.  그러고 보니, 뭔가 하나로 모아지진 않는다. 현대 문화/예술에 대한 트렌디한 감각을 알 수 있지만, 거기서 멈춘다. 대단한 통찰을 얻기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카페에 혼자 앉아 바깥 풍경을 보면서 읽기 좋은 책이다. 책의 시작은 상당히 좋지만,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흠이..

마지막 외출, 조지수

마지막 외출 - 이미 없는 그와 아직 없는 그녀의조지수(지음), 지혜정원   액자 소설이지만, 그 액자는 단단하지 않고 그 안은 너무 진지했다. 사랑 이야기지만, 과연 사랑이야기일까. 늘 그렇듯 사랑은 기만적이다. 그건 일종의 허위인 탓에, 치명적으로 쾌락적이다. 그런데 진정으로 사랑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사랑에 빠진 남녀는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의 떨림과 흥분으로, 중반 이후부턴 기만적인 믿음과 소유욕으로 가득찬 육체의 쾌락으로 이어지다가 차갑게 식고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과 육체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생각, 식어버린 마음과 그 가라앉음을 견디지 못해 헤어진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아프고 슬픈 이별로 포장하는 탓에, 세상에는 사랑 노래로 흘러넘친다. 과연 사랑이라는 게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