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26

세계사 속의 팔레스타인 문제, 우스키 아키라

세계사 속 팔레스타인 문제 우스키 아키라(지음), 김윤정(옮김), 글항아리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은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나, 그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어렸을 때, 탈무드라든가 랍비라든가 하는 책들을 통해 우리는 유대인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곧잘 듣고 읽지만, 나이가 들어보면 이런 XXX같은 민족도 없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저들은 저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도대체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우리가 이해하는 바 유대인은 어떤 이들인가. 몇 권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 중 한 권이 바로 이 책, >다. 읽으면서 노트를 하다보니, 상당히 많은 부분을 옮겨 적었다. 현재는 절판된 상태라,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읽을 수 밖에 없지만, 정말 좋은 책이다. 한..

스노볼 드라이브, 조예은

스노볼 드라이브조예은(지음), 민음사   대학 때의 소설창작수업이 떠올랐다. 한 번은 유명일간지의 신춘문예 등단 소설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때 국내 최고의 소설가였던 담당 교수는 그 당선작이 얼마나 많은 논리적 모순을 가지고 있는지 지적했다. 소설의 기본부터 새로 닦아야된다고 말했지만, 그 당선작의 작가는 지금은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다. (논리적 완결성 보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능력이 더 중요하니까.)  나는 요즘 국내 작가들이 누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너무 많다). 가끔 이렇게 손에 닿으면 읽게 된다. 스노볼 드라이브. 그렇게 이 소설을 읽었다. 나는 이 소설의 설정, 방부제와 비슷한 속성을 가진 하얀 괴설이 내리는 설정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과감한 설정이며,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제국의 몰락, 엠마뉘엘 토드

제국의 몰락 - 미국 체제의 해체와 세계의 재편엠마뉘엘 토드(지음), 주경철(옮김), 까치   2002년도에 출간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낯설지 않다. 저자의 견해대로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패권 국가로서의 역량을 상실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렇게 변해 왔으니까.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다중 패권 시대로 본격 진입하기 시작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듯하다. 엠마뉘엘 토드는 미국 중심의 세계가 해체되면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한다. 살짝 거친 도식화와 강한 의견 제시는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동시에 미국을 극도로 싫어하는 프랑스 지식인 특유의 시각도 느껴진다. 이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었을 때, 나는 왜 이 책을 몰랐을까. 그것도 흥미롭다. 신자유주의적..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강지나(지음), 돌베개  좋은 책이다. 가끔 한국 사회 내에서의 가난을 다루지만, 일회성으로 끝나고 만다. 일상 생활에서는 그런 모습을 피하고 마주할 기회가 없으며, 온전히 사회복지 관련 공무원나 활동가, 자원봉사자들에게 빈곤의 문제를 미루어 놓은 듯하다.  언론에서도 가난과 관련된 사건이 나왔을 때만 떠들 뿐, 사회적으로 어떤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언급하지 않는다(어제 기사를 보니, 일부 기자들이 자신들은 직장인이기 이전에 언론인이라고 했다는데, 그런 말을 하지 말고 먼저 몸으로, 기사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지속적으로 언론의 문제를 언급하는 이유는 몇몇 기사들은 사회 전반을 관통하며 주기적으로 환기시키며 실질적인 변화..

독서모임 -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결혼 전 하던 독서모임을 결혼 후 하지 못한 것이 십수년이 지났다. 그러다가 다시 시작한 지 이제 9개월 정도 된 듯하다. 그 동안 읽었던 책은 아래와 같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2050 거주불능지구 (데이비드 윌러스 웰즈)모두 거짓말을 한다 (다비도위츠)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극단의 시대 (에릭 홉스봄)존 메이너드 케인스 (재커리 D. 카터) 노예의 길 (하이에크)  이번 달에는 >를 읽을 예정이다. 다들 읽는 책들이 한결같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서 불만들도 있어, 책을 조정해야 되나 하는 고민이 있다. 실은 그만큼 인문학책을 읽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런 종류의 책을 읽는 것에 대한 훈련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 세대도 그러한데, 더 어린 세대..

서사의 위기, 한병철

서사의 위기 한병철(지음), 최지수(옮김), 다산북스   정보, 이야기, 스토리텔링, 서사 등에 대해 논하는 이 책은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현대, 디지털 세계가 숨기고 있는 의미를 묻는다. 실제로는 자기 묘사에 다름이 없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스토리'도 사람들을 끊임없이 고립시키고 있다. 이야기와 달리 스토리는 친밀감도, 궁감도 불러내지 못한다. 이들은 결국 시각적으로 정식된 정보, 짧게 인식된 뒤에 다시 사라져 버리는 정보다. 이들은 이야기하지 않고 광고한다. 주목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한다. (121쪽)  물론 여기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동의하더라도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대체로 한병철의 책들 대부분은 어둡고 우울하다.  다행..

결혼 여름, 알베르 카뮈

결혼 - 여름알베르 카뮈(지음), 장소미(옮김), 녹색광선   카뮈의 산문집을 읽는다. 몇 해 전 >를 읽은 후 다시 카뮈를 손에 들었다. 몇몇 문장들은 처연하게 아름다워 슬펐다. 카뮈의 세계는 역동적이지만, 죽음을 향해 있다. 무의미 앞에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살아있음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태양과 죽음은 만난다. 잠시 후 압생트 풀밭에 몸을 던져 그 향이 몸에 배게 할 때, 나는 모든 편견에 맞서 진리를 실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리라. 그 진리는 태양의 진리이고, 또한 내 죽음의 진리일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내가 지금 내거는 건 다름 아닌 내 삶이다. 뜨거운 돌의 맛이 나는 삶, 바다의 숨결과 지금 울기 시작하는 매미들로 가득한 삶. 미풍은 상쾌하고 하늘은 푸르다. 나는 ..

<<존 메이너드 케인스>>, 재커리 D. 카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재커리 D. 카터(지음), 김성아(옮김), 홍춘욱(감수), 로크미디어  우리에게 참 익숙한 이름, 존 메이너드 케인스, 그러나 나는 그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책 초반에 나오는 블룸즈버리 멤버들 중 몇 명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케인스가 블룸즈버리 멤버들 속에서 특별한 위치였음을 알았다. 대부분의 문학, 예술 관련 책에서는 블룸즈버리를 언급할 때 케인스가 깊이 관여하지 않은 듯 흘려 서술하기 때문이었고, 케인스가 비트겐슈타인의 >를 가지고 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는 것도 새삼스러웠다. 또한 케인스의 부인 리디아과의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웠다. 디아길레프도 잠시 언급되었지만, 20세기 초반 영국은 우리와는 참 멀리 있다. 메이너드와 리디아가 어제 이..

팔레스타인 비극사

1948년 3월 10일 쌀쌀한 수요일 오후에 이 건물(*화이트하우스)에서 베테랑 시온주의 지도자들과 젊은 유대인 군 장교들로 이루어진 11인 그룹이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ethnic cleansing를 위한 계획을 마지막으로 손질했다. 그 날 저녁, 팔레스타인인들을 이 나라의 광대한 지역에서 체계적으로 쫓아낼 준비를 하라는 군사명령이 현장에 있는 각급부대에 전해졌다. (7쪽) 홀로코스트 이후 대규모 반인도적 범죄를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특히 전자 매체가 급증한 이래로 통신 중심의 현대 세계에서는 인간이 저지른 어떤 재앙도 대중의 눈을 피해 숨기거나 잡아뗄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범죄 하나가 전 세계 대중의 기억에서 거의 완전히 지워졌다. 1948년 이스라엘이 저지른 팔레스타인 ..

극단의 시대, 하권,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 하권에릭 홉스봄(지음), 이용우(옮김), 까치  얼마나 세상이 변했는가를 잊고 지내곤 한다. 터무니없는 질문이지만, 15세기 조선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서울 한 복판으로 온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들었던 여러 대답들 중에 '너무 시끄러워서 기절한다'는 의견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은 인류 역사 상 최초로 경험하는 것들이다. 가끔 제 정신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도리어 놀랍기까지 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류의 80퍼센트에게 중세는 1950년대 갑자기 끝났으며, 아마도 더욱 많은 경우, 1960년대에 중세가 끝났다고 느껴졌다. (400쪽)  위 말은,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인류의 상당수는 중세부터 살아오던 삶의 방식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