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41

노예의 길,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노예의 길 The Road to Serfdom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지음), 김이석(옮김), 자유기업원   작년 말부터 재개한 독서모임에서 20세기 초반을 중심으로 책을 읽어나가고 있다. 에릭 홉스봄의 >를 읽은 후 케인즈 평전을 읽었고 케인즈와 대척점이라고 알려진 하이에크의 >까지 온 것이다. 대척점은 무슨 대척점. 솔직히 형편없는 책이다. 경제학자가 쓴 정치학 책이라면 차라리 앨버트 O. 허시먼의 책들이 훨씬 뛰어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책을 선정해서 읽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좌우대립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하이에크는 파시즘과 사회주의를 동일선상에서 파악하고 있으며, 사회주의가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1,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1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Marguerite Yourcenar (지음), 곽광수(옮김), 민음사 Trahit sua quemque voluptas. 우리들 각자는 자신의 욕망에 의해 드러난다. -  베르길리우스(232쪽) ‘친애하는 마르쿠스여’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병상에 누운 로마 황제의 회고록이다. 전체적으로 애잔하고 슬픈 분위기 속에서, 그 당시 세계 최고의 권력을 지녔던 어느 노년의  담담한 목소리로 채워지는 소설이다.  나에게 나의 삶이 너무나 범속하여 기록으로 남겨질만한 가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다소라도 오랫동안 관조될 만한 가치조차 없고, 심지어 나 자신의 눈에도 어느 누구의 삶보다 결코 더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보일 때가 있는가 하면, 그것이 유..

C레벨의 탄생, 데이비드 푸비니

C레벨의 탄생 (좋은 관리자에서 탁월한 경영자로) 데이비드 푸비니(지음), 안종희(옮김), 더퀘스트  새삼스럽게 이 책을 읽으면서 경영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뭐랄까. 좀 헤이해진 것같기도 하고, 회사 생활이 어수선한 것도 고민만 많고 해결 방향이나 지침 같은 걸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와 관련된 모임이 있지도 않고 가끔 만나는 멘토가 있지도 않다. 구성원이 백명을 넘는 조직이긴 하지만, 디지털 기업들이 그렇듯이 상당히 분권화, 전문화되어 있어 내 위치가 상당히 모호할 때가 자주 있는 탓이기도 하다.  >은 큰 조직의 CEO로 가는 경우를 상정하고 씌여진 탓에, 중소기업의 관리자나 임원에게 해당되는 바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변화되는 CEO의 위상이나 역할에 대해선 충분..

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야만적인 앨리스씨황정은(지음), 문학동네   나이가 들고 보니, 내가 했거나 겪었던 많은 일들이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매우 비합리적이고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것들임을 깨닫는다. 이런 깨달음으로 인해, 이 사회가 더 나아진 것인지 알 턱 없지만 말이다. 그 땐 몰랐다가 지금 알게 되었으니, 더 나아진 것일까. 도리어 겉으로 보이는 세상은 예전보다 좋아진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좋고 바람직한 변화가 있다면 그렇지 못한 변화가 있고, 그 바람직하지 못한 변화들로 인해 세상은 더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했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이 소설은 뭐랄까, 상당히 폭력적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우리 세대들이 공유하는 경험들이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것에 저항하지만, 언제나 중간에 그만두거나 ..

슬픔의 위안, 론 마라스코, 브라이언 셔프

슬픔의 위안론 마라스코, 브라이언 셔프(지음), 김설인 (옮김), 현암사 서문은 무척 좋았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집중되지 않았다. 결국 건성으로 읽게 되었다. 슬픔에 대한 것이지만, 대부분 누군가가 죽고 난 다음 몰아치게 되는 슬픔에 대한 글들이다. 나는 슬픔이라는 게 조금 더 추상적이면서 인생의 본질적인 어떤 부분을 건드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 책에선 곁의 누군가가 죽은 다음에 대한 위로, 위안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나에겐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는 것처럼 읽혀졌다. C.S.루이스는 반복적으로 인용되었다. 인용되는 글들 대부분 문학 작품으로 국한되었다. 가끔 음악이 등장하나,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슬픔에 빠진 이들에게 슬픔의 바퀴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글일지 몰라도,..

세계사 속의 팔레스타인 문제, 우스키 아키라

세계사 속 팔레스타인 문제 우스키 아키라(지음), 김윤정(옮김), 글항아리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은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나, 그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어렸을 때, 탈무드라든가 랍비라든가 하는 책들을 통해 우리는 유대인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곧잘 듣고 읽지만, 나이가 들어보면 이런 XXX같은 민족도 없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저들은 저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도대체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우리가 이해하는 바 유대인은 어떤 이들인가. 몇 권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 중 한 권이 바로 이 책, >다. 읽으면서 노트를 하다보니, 상당히 많은 부분을 옮겨 적었다. 현재는 절판된 상태라,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읽을 수 밖에 없지만, 정말 좋은 책이다. 한..

스노볼 드라이브, 조예은

스노볼 드라이브조예은(지음), 민음사   대학 때의 소설창작수업이 떠올랐다. 한 번은 유명일간지의 신춘문예 등단 소설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때 국내 최고의 소설가였던 담당 교수는 그 당선작이 얼마나 많은 논리적 모순을 가지고 있는지 지적했다. 소설의 기본부터 새로 닦아야된다고 말했지만, 그 당선작의 작가는 지금은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다. (논리적 완결성 보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능력이 더 중요하니까.)  나는 요즘 국내 작가들이 누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너무 많다). 가끔 이렇게 손에 닿으면 읽게 된다. 스노볼 드라이브. 그렇게 이 소설을 읽었다. 나는 이 소설의 설정, 방부제와 비슷한 속성을 가진 하얀 괴설이 내리는 설정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과감한 설정이며,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제국의 몰락, 엠마뉘엘 토드

제국의 몰락 - 미국 체제의 해체와 세계의 재편엠마뉘엘 토드(지음), 주경철(옮김), 까치   2002년도에 출간된 책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낯설지 않다. 저자의 견해대로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패권 국가로서의 역량을 상실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렇게 변해 왔으니까.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다중 패권 시대로 본격 진입하기 시작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듯하다. 엠마뉘엘 토드는 미국 중심의 세계가 해체되면서 새로운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한다. 살짝 거친 도식화와 강한 의견 제시는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동시에 미국을 극도로 싫어하는 프랑스 지식인 특유의 시각도 느껴진다. 이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었을 때, 나는 왜 이 책을 몰랐을까. 그것도 흥미롭다. 신자유주의적..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강지나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강지나(지음), 돌베개  좋은 책이다. 가끔 한국 사회 내에서의 가난을 다루지만, 일회성으로 끝나고 만다. 일상 생활에서는 그런 모습을 피하고 마주할 기회가 없으며, 온전히 사회복지 관련 공무원나 활동가, 자원봉사자들에게 빈곤의 문제를 미루어 놓은 듯하다.  언론에서도 가난과 관련된 사건이 나왔을 때만 떠들 뿐, 사회적으로 어떤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언급하지 않는다(어제 기사를 보니, 일부 기자들이 자신들은 직장인이기 이전에 언론인이라고 했다는데, 그런 말을 하지 말고 먼저 몸으로, 기사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지속적으로 언론의 문제를 언급하는 이유는 몇몇 기사들은 사회 전반을 관통하며 주기적으로 환기시키며 실질적인 변화..

독서모임 -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결혼 전 하던 독서모임을 결혼 후 하지 못한 것이 십수년이 지났다. 그러다가 다시 시작한 지 이제 9개월 정도 된 듯하다. 그 동안 읽었던 책은 아래와 같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2050 거주불능지구 (데이비드 윌러스 웰즈)모두 거짓말을 한다 (다비도위츠)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극단의 시대 (에릭 홉스봄)존 메이너드 케인스 (재커리 D. 카터) 노예의 길 (하이에크)  이번 달에는 >를 읽을 예정이다. 다들 읽는 책들이 한결같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서 불만들도 있어, 책을 조정해야 되나 하는 고민이 있다. 실은 그만큼 인문학책을 읽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런 종류의 책을 읽는 것에 대한 훈련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 세대도 그러한데, 더 어린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