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897

소로스 투자 특강, 조지 소로스

소로스 투자특강 The Soros Lectures 조지 소로스(지음), 이건(옮김), 에프엔미디어 “불안감이 나를 깨어 있게 하고 실수를 바로잡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틀리면 부끄러워하지만 나는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 조지 소로스(자서전)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이자 신화적인 인물이며 워렌 버핏과 자주 비교되는 인물. 헤지펀드의 대부격이며(지금은 은퇴했지만), 과격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악명이 높았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으로 칼 포퍼 밑에서 철학을 공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에서도 이 내용이 자주 언급된다. 이 책에 대한 윤지호(이베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추천사 일부를 옮긴다. 주식 투자의 긴 흐름에서 보면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계..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지음), 강방화(옮김), 소미미디어, 2021 이불에서 팔만 꺼내 시계를 얼굴 가까이 대어 보니 5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환갑 기념으로 아내 세쓰코와 딸 요코가 센다이에서 사다 준 세이코 손목시계였다. (154쪽) 최근 소설가 유미리의 근작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없었다. 마치 사라진 듯, 한국의 서점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헌책으론 구할 수 있지만, 그녀의 존재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에 다소 안타까웠다. 재일한국인 여류 소설가. 아쿠타가와상 수상 때부터 갖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소설가. 재일한국인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며 자신의 중간자적 존재를 무기 삼아 싸우던 소설가. 그녀의 소설들은 어느 순간 번역되지 않았고 그녀도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녀, 어..

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 조우성

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 조우성(지음), 인플루엔셜, 2019년 ‘정답이 없는 혼돈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한비자의 내공 수업’이라는 표지의 문구가 딱 맞아떨어진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한비자’를 읽겠다는 다짐과 함께 내 리더십은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하며 반성했으니, 어느 정도 맞다고 할 수 있다.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리더십을 익히기 위해서는 1)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며, 2)무수한 시행 착오와 함께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그런 다음 3)리더로서의 자세나 태도, 세세한 행동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켜야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을 갖추는 방법이다. 그러나 나는 1)항에 머물러 있다. 2)항으로 올라가는 것같기도 한데, 금방 다시 1)항으로 내..

이 땅에 태어나서, 정주영

이 땅에 태어나서 - 나의 살아온 이야기, 정주영 정주영(지음), 솔출판사, 2015년 개정판(1998년 초판) 평생을 살아오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체득한 한 것이 있다면, 인생이란 시련의 연속이며 연속되는 시련과 싸우면서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다. (191쪽) “모든 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해낼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의 조선공사나 다른 선박업자가 이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나보다 그들이 먼저 당신들에게 와서 돈을 빌리자고 했을 것이다. 그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온 것이고,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니까 온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가능, 불가능을 물었으니, 불가능이라는 대답이 온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가능하다. 반드시 ..

미래를 말하다,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The Conscience of a Liberal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지음), 예상한, 한상완, 유병규, 박태일(옮김), 현대경제연구원BOOKS, 2008년 ‘미래를 말하다’라는 번역서의 제목은 어울리지 않는다. 폴 크루그먼이 미래를 위해 이 책을 쓴 것 같지 않고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미래에 대한 어떤 조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대신 이 책을 통해 지난 약 백 년간의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와 이로 인해 심해진 경제적 불평등을 알 수 있다. 동시에 한국 사회도 미국 사회와 비슷해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고 할까.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08년도에 번역 초판이 나오고 2009년에 나온 32쇄본이다. 엄청 팔린 책인 셈이다. 폴 크루그먼의..

봄의 정원, 시바사키 도모카

봄의 정원 시바사키 도모카(지음), 권영주(옮김), 은행나무 베란다와 창문이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었다. 형태가 똑같은 창으로 햇빛이 비쳐 들었다. 2층 집은 벽에, 1층 집은 바닥에도, 볕이 드는 곳과 그늘의 경계가 보였다. 변화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를 내는 것도 없었다. 해시계처럼 양달과 응달의 경계가 이동할 뿐이다. 도서관에서 그냥 집어들고 읽었다. '아쿠타카와 수상작'이라고 하나, 그냥 작은 소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동시대 일본을 알 수 있을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할까. 관음증적이면서도 쓸쓸한 봄날의 풍경화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가도 독자도 심지어 소설 속 인물들 마저도 풍경의 일부가 된다고나 할까. 결코 속마음을 들킬 필요 없이 그저 눈에 보이는 그 때 그 모습만을 묘사할 ..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 윌리스 파울리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 Rimbaud and Jim Morrison: The Rebel as Poet 월리스 파울리 Wallace Fowlie(지음), 이양준(옮김), 민미디어, 2001년 듀크대학의 불문학 교수인 윌리스 파울리는 랭보를 사랑했던 짐 모리슨을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 락스타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파리에서 시인을 꿈꾸었던 짐 모리슨을, 자신이 평생을 읽고 연구했던 프랑스의 시인 랭보와 비교하면서. 그래서 이 책은 랭보 소개서라기 보다는 짐 모리슨에 더 시선이 가지만, 나에게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파울리 교수가 랭보의 시편에 대해 설명하던 챕터였다. 솔직히 그 동안 랭보에 대한 많은 글들-한글로 된-을 읽었으나, 윌리스 파울리 교수가 이 책에서 들려주는 랭보가 가장 흥미진진했다..

다 좋은 세상, 전헌

다 좋은 세상 전헌(지음), 어떤책 1. ‘다 좋은 세상’이라니.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다 좋은 세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다 좋은 세상'이라고 주장하는 전헌 교수의 이야기가 설득력 없는 건 아니지만,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젊은 날의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고 난 다음 다 좋은 세상이라 이야기하고 하지만, 그러나 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 아마 최악의 조건에 놓은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안다면, 그는 이런 말을 쉽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약육강식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옛 철학자들의 문장들만 나온다. 이 책은 일종의 철학 교양서적으로, 동서양의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다 좋은 세상’과 저자가 생각하는 의견들로 이루어진 (흥미로운) 산문집으로..

최근에 구한 책 세 권

수전 손택의 책을 감동적으로 읽지 못했다. 이론가라기 보다는 비평가이기 때문일까. 재미있게 읽었으나, 꾸준한 독서를 나에게 요청하지 않았다. 수전 손택과 비교되는 이가 있다면, 가라타니 고진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비평가로 시작해 이론가(사상가)로 옮겨갔다. 고진의 은 대단한 저작이었다. 고진의 책은 몇 권을 더 읽었으나, 비슷한 느낌이라 더 이상 읽지 않았다. 후기 모던의 입장에서 정리정돈하는 듯한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한다고 할까. 리베카 긱스의 은 순전히 고래 때문이다. 그냥 죽어 다음 생엔 고래, 그것도 심해의 고독과 싸우는 향유고래로 태어나는 게 작은 소망이다 보니... 레이몽 루셀은, 음, 그냥, 읽어야 하는 작가니까, 구입했다. 그러니까, 로쿠스 솔루스Locus Solus랄까. 바닷가 인근의 L..

책들의 우주 2021.09.28

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빈곤의 종말 The End of Poverty 제프리 D. 삭스(지음), 김현구(옮김), 21세기북스, 2006 극단적 빈곤이 의미하는 기아와 질병, 그리고 생명의 낭비는 한마디로 전 인류에 대한 모욕이다. - U2의 보컬 보노의 ‘추천의 글’에서 (5쪽) 상당히 무거운 책이다. 진지한 프로퍼간다다. 제프리 삭스는 이 책 내내,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대놓고 기부하라고, 돈을 내놓으라고 주장한다. 올해 초에 읽은 앵거스 디턴은 (2015년)을 통해 ‘원조 환상’에 대해서 비판하지만, 그보다 약 10여년 전에 출간된 삭스의 (2005년)에서는 경제적 불평등, 즉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국, 부유층의 원조와 기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원조와 기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지만, 적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