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31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짐 로저스

위기의 시대, 돈의 미래 짐 로저스(지음), 전경아(옮김), 리더스북 짐 로저스는 조지 소로스가 만든 퀀텀 펀드 출신의 투자가이다. 최근 몇 해전부터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투자 전망을 이야기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아마 이 책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나온 책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내용이 나쁜 건 아니다. 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이 책은 독서의 가치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다만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 책은 짐 로저스가 직접 쓴 책이 아니라 일본인 편집자들이 짐 로저스와 인터뷰를 하여 원고를 정리하기도 하고 짐 로저스가 쓴 칼럼들을 모으기도 하여 낸 편집본에 가깝다. 그렇다고 짐 로저스가 쓰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려운,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짐..

타타르인의 사막, 디노 부차티

타타르인의 사막 Il deserti dei Tartari 디노 부차티Dino Buzzati(지음), 한리나(옮김), 문학동네 "저야 알 도리가 없지요.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으리란 건 다들 압니다. 하지만 사령관이신 대령님이 배운 카드점에 따르면, 아직까지 타타르인들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옛 부대에서 잔류한 타타르 병사들이 여기저기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고 말이지요." (69쪽) 사막 너머 타타르인들이 살고 있으며, 언젠가 우리를 침략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있고 지키고 있는 이 요새는 그 예정된 전쟁을 막기 위한 최전선이다. 그 곳에 새로 부임한 신참 장교 조반니 드로고도 결국 그 전쟁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 요새를 지키다가 떠나간 많은 군인들이 그러했듯이. 그러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전쟁이 일어날..

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The Last Intellectuals - American Culture in the Age of Arademe 러셀 저코비Russell Jacoby(지음), 유나영(옮김), 고유서가 지식인의 위기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느 순간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던 지식인들이 사라졌다. 어떤 이유로 사라진 것일까. 이 책은 미국 지식인 사회의 변화를 서술하고 있으나, 한국 뿐만 아니라 서유럽 국가나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도 해당될 것이다. 각국마다 사정을 다를 테지만, 예전과 달리 다양한 시사 문제에 대해 글을 써서 공적인 담론을 형성하며 비판적 여론을 불러일으키던 지식인들이 천천히 사라졌다. 저자는 이러한 '공적 문화의 빈곤화'를 이야기하며 아..

리추얼의 힘, 캐스퍼 터 카일

리추얼의 힘 The Power of Ritual 캐스퍼 터 카일(지음), 박선령(옮김), 마인드빌딩 우연히 집어 든 책에 금세 빨려 들었다. 리추얼Ritual, 음, '제의적인 것의 힘'이라고 옮겨야 할까. 하지만 그것보다는 좀 더 폭넓은 의미로 해석되기에 그냥 리추얼의 힘으로 옮겼을 것이다. '제의'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제사를 떠올리는데, 교회 예배나 성당의 미사, 절의 법회 등도 일종의 제사다. 더 나아가 이 책에서는 신성한 것, 영적인 것을 떠올리고 이와 관련된, 정기적이고 반복되는 모든 활동을 리추얼로 해석한다. 따라서 혼자 영적인 것을 떠올리며 명상에 빠지는 것도 리추얼이 된다. 그리고 현대 사회는 이러한 리추얼과 관련된 활동들이 사라지거나 공동체에서 많이 희석되어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다는..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한유주

우리가 세계에 기입될 때 한유주(지음), 워크룸프레스 언제나 더 좋은 방법이 있다. 아직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눈이 내리고 있다. 재형은 집에 들어가기 전 - 몸을 흔들어 눈을 털어내고, 춥다고 생각할 것이고, 느낄 것이고, 심연을 자유자재로 건너뛰는 고양이들의 식사를 챙겨줄 더 좋은 방법을 떠올릴 것이다. 눈이 내리기 때문인지, 혹은 용감하게 페이지를 벗어나고, 또 다시 들어오는 존재들 때문인지, 경비원은, 혹은 경비워들은, 가스 점검원은, 택배기사는, 행인들은 그 순간, 자신이 살아있음을, 그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살아있음을 안다. 3층의 그는 불투명을 되찾은 손으로 고양이의 등을 쓸어내린다. 지킬 수 있다면 지켜야 해, 지킬 수 없더라도 지켜야 한다. (79쪽) 이 짧은 소설은 스틸 사진, 혹은 ..

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

천 개의 아침 메리 올리버(지음), 민승남(옮김), 마음산책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는다. 번역도 나쁘지 않지만, 원문이 더 좋다. 시어는 확실히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정확하게 옮겨지지 않는다. 하나의 단어가 가지는 세계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익혀야 된다. 그 언어 속에서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 올리버는 확실히 생태주의적이다. 자연과 하나가 된다. 아름다운 장소들로의 여행에 대하여 나는 아직도 날마다 신을 찾아다니고 아직도 도처에서 신을 발견하지, 먼지 속에서, 꽃밭에서, 물론 바다에서, 저 멀리 누워있는 섬에서, 얼음의 대륙들, 모래의 나라들, 모두가 저마다의 청조물들과 신을 갖고 있지, 어떤 이름으로든 주머니에 아직 백 년쯤 넣고서 배..

처음 읽는 터키사, 전국역사교사모임

처음 읽는 터키사 전국역사교사모임(지음), 휴머니스트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군사력이므로, 러시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에, 한 때 같은 나라였으므로 정치적, 외교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짧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최근 세계사나 지리, 혹은 지정학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유튜브로 볼 수 있는 삼프로TV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 투자방송이나 투자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인문학적 배경이 강조하며 이와 관련된 방송들을 편성해 해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추천한다!) 삼십 대 후반 약 이 주 정도 이스탄불에 머물 기회가 있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 도시는 중세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한 쪽으로는 상당히 낙후되..

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앨리슨

예정된 전쟁 Destined for War -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지음), 정혜윤(옮김), 세종, 2018년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 투키디데스 인간사를 다루는 철학자, 법학자, 사회과학자들을 내내 괴롭혀온 주범은 바로 그 원인의 복잡성이다. (15쪽) 이 복잡성으로 인해 우리는 문제를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이를 분석하고 해결하고자 한다. 동시에 그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알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앞을 가로막는 불확실성, 예측 불가능성, 우연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몰락하고 말 것이다. 인류는 예측..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유제프 차프스키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 어느 포로수용소에서의 프루스트 강의 유제프 차프스키(지음), 류재화(옮김), 밤의책 프루스트에 관한 이 에세이는 1940~1941년 겨울 그랴조베츠 포로수용소에서, 우리가 식당으로 쓰던 어느 수도원의 차가운 방에서 구술된 것이다. (9쪽) 프루스트를 읽다만 사람에게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동경이자, 길 떠나기 전의 휴식이다. 이 달콤한 휴식으로 나는 먼 길의 여정에 쉽게 오를 수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는 너무 긴 분량 탓에 손을 대지 못했고, 손을 대는 순간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것같아 주저거렸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불과 십여년 전부터이지, 그 전, 지금보다 한창 젊을 때는, 제대로 된 번역서도 없었고 그 번역서를 막상 꺼내 읽어보면 재미도 없었다. 실은 번역이 제대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지음), 을유문화사 십수년전 나는 어느 통신기업의 사보를 만들고 있었다. 월간지라 매달 기업 경영이나 기술과 관련된 주제를 찾아 편집 방향을 정하고 관련된 전문가나 기고자들을 찾아 섭외하고 원고를 청탁하고 진행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일부는 내가 직접 쓰기도 하고 마감일에 온 원고를 다듬기도 하고 수정 요청을 하기도 했다. 수정했으나, 제대로 글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많이 뜯어고치기도 했다. 그 때 제대로 한국에 제대로 된 작가들이 많지 않음을 알았다. 특히 특정 분야에 제대로 된 통찰과 글쓰기 능력을 갖춘 이들이 없다는 것을. 당시 출판사에 근무하던 지인은 유명한 소설가들 중에도 그런 이가 있다며, 편집자들의 노고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 참 많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