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897

내가 사랑한 것들은 나를 울게 한다, 김경민

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김경민(지음), 포르체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을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는 이의 시선집이다. 아마 자신에게 인상깊었던, 그래서 누군가에게 소개하고 싶었던 시들을 모아, 시마다 짧은 에세이를 붙여 만든 책이다. 시를 읽고 싶은 이들에게, 그러나 시를 어떻게 읽어야할 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 책은 참 좋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도 상관없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으면 된다. 마음에 드는 시가 있으면 두 세 번 읽어도 된다. 이런 책은 참 부담없다. 아무렇게 읽어도 된다. 소리를 내어 읽으면 더 좋다. 나는 퇴근 후 집에서 혼자 술 한 잔을 마시고 난 다음 이 책을 꺼내 읽었다. 좋았다. 요즘 시인이 누가 있는지, 그들은 어떤 시를 쓰는지 궁금해 이 책을 읽었는데,..

잡스의 기준 Creative Selection, 켄 코시엔다

잡스의 기준 Creative Selection 켄 코시엔다(지음), 박세연(옮김), 청림출판 페이스북에서 누군가가 이 책에 실린 아래 문장을 옮겼고 나는 그걸 보곤 바로 이 책을 구입했다. 1. 영감 inspiration: 거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 가능성 상상하기 2. 협력 Collaboration: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보완적인 장점 결합하기 3. 기능Craft: 기술을 적용해 최고의 결과물을 얻고, 항상 더 좋은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기 4. 성실Diligence: 힘든 일도 마다 않고, 쉽고 빠른 길에 의존하지 않기 5. 결단력Decisiveness: 까다로운 결정을 내리고, 미루지 않기 6. 취향Taste: 선택을 위한 세련된 감각을 개발하고, 즐거움을 주는 통합된..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엔트로피Entropy 제레미 리프킨(지음), 이창희(옮김), 세종연구원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며(제 1법칙), 엔트로피의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제 2법칙) - 50쪽 그리고 고전 경제학 이론대로 하다가는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165쪽 대학 때부터 이 책을 알고 있었으나, 이제서야 완독했다. 너무 뒤늦은 독서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그 시절엔 어떤 이유에선지 이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과학책도 아니고 철학책도 아니며 그렇다고 경제서적도 아니다. 그러나 물리학 법칙에서 시작해 고전물리학을 비난하고 근대 기계론자들-베이컨, 데카르트, 로크, 애덤 스미스 등-을 엄청 공격한다. 뉴턴 물리학을 부정하며(‘뉴턴 물리학은 운동하는 죽은 물질을 순수한 양으로 다..

타이탄의 도구들,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Tools of Titans 팀 페리스(지음), 박선영, 정지현(옮김), 토네이도 나이가 든다고 해서 지혜로워지지도 않고 많이 알게 되지도 않고 도리어 체력이 약해지고 건강이 안 좋아지며 나이 든 위세만 챙기려 하면서도 눈치만 보게 된다. 나이 드신 부모님, 아내의 눈치나 아이의 눈치, 직장 동료나 부하직원의 눈치, 고객들의 눈치를 본다. 나이에 대한 오래된 비유는 지금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일찍 읽었다면 내 삶이, 내 일상이 조금 달라졌을까 생각했지만, 아마 달라지지 않았을 게다.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무렵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었지만, 재미없었고 감동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흔을 넘기고 읽었더니, 구구절절 나에게 필요한 문구들로 채워져 있었다. 조금 늦..

조직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인적자원관리 On Managing People

조직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인적자원관리 On Managing People 다이넬 골먼 외(지음), 정욱, 강혜영(옮김), 매일경제신문사 이 책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의 10 Must Reads 시리즈 중 한 권이다. 각 주제에 맞추어 잡지에 실렸던 글들 중 독자들의 반응이 좋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을 10개 선별해서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가끔씩 이 시리즈들 중 한 권씩 사서 읽곤 하는데, 이번 책은 나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한 번 읽는다고 해서 내 행동이나 사람 관리에 대한 역량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자주(반복적으로) 이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관련 글들을 읽는 동안 나를 고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오해하는 것들 중 한 가지가 나이가..

룬샷, 사피 바칼

룬샷 Loonshot 사피 바칼(지음), 이지연(옮김), 흐름출판 “때로는 회사 자체가, 회사를 조직하는 방식이 바로 최고의 혁신이더군요.” - 스티브 잡스(264쪽) 이 책에 대한 찬사가 왜 이어졌는지는 책을 끝까지 다 읽은 후에야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좋은 책이고 찬사를 받을 만했다. 읽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말이다. 작년 이 책을 구입한 다음,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절반 정도 읽다가 그만 두었다. 안타깝게도 중간에 책의 흐름을 놓쳤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면 상당히 꼼꼼한 독서가 요구되었지만, 나는 흔한 비즈니스 서적이라는 생각에 좀 가볍게 읽다 흐름을 놓쳤다. 그리고 반 년 정도가 지난 후 다시 처음부터 꼼꼼히 읽었다. 모두가 쉽게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법칙으로 시..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김상균, 신병호

메타버스 - 새로운 기회 김상균, 신병호(지음), 베가북스, 2021년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되지 않는다.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 아서 C. 클라크 대부분 다 아는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메타버스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메타버스에 대한 저자들의 정의는 ‘나를 대변하는 아바타가 생산적인 활동을 영위하는 새로운 디지털지구’다. 좀, 너무 거창한 정의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3D 온라인게임과 같은 시각 공간과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 커머스 서비스’라고 메타버스를 정의하면 어떨까. 이게 좀더 현실적인 것같은데. 다만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듯 하지만. 실은 메타버스의 기..

2030 축의 전환, 마우로 기옌

2030 축의 전환 (2030: How Today's Biggest Trends Will Collide and Reshape the Future of Everything) 마우로 기옌(지음), 우진하(옮김), 리더스북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데 있다." - 마르셀 프루스트 (17쪽) “우리가 오늘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양조장, 빵집 주인들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에 신경을 쓴 덕분이다.” - 애덤 스미스 (300쪽) 책을 다 읽은 다음, 마우로 기옌(Mauro Guillen)라는 저자를 기억해두기로 하였다. 그는 상당히 오랫동안 2030년 즈음에 예상되는 세계의 변화상에 대해서 조사하고 연구하였으며, 이 ..

플로라 플로라, 시부사와 다쓰히코

플로라 플로라 - 꽃 사이를 거닐다 시부사와 다쓰히코(지음), 정수윤(옮김), 늦여름 이런 책을 좋아한다. 도판과 글이 함께 실린 책들. 그림을 보기도 하고 글도 읽기도 하고. 한 때는 그림도 실리고 글도 읽고 책을 펼치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책을 상상한 적도 있었다. 그림이 함께 실린 이야기책이 아니라 도판과 글이 서로 대응하면서 미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책을 선호한다. 미술사, 혹은 예술사 책들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그래서 내가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게 된 것일지도). 시부사와 다쓰히고(澁澤龍彦, 1928~1987). 처음 읽는 저자다. 책에 실린 간단한 소개 중 일부를 옮긴다. 사드의 을 번역했다는 이유로 1961년 외설문서출판으로 기소됐으며, 9년에 걸친 재판 끝에 유죄가 확정, 발행금지처..

시선들, 캐서린 제이미

시선들: 자연과 나눈 대화 Sightlines 캐서린 제이미(Kathleen Jamie), 장호연(옮김), 에이도스 스코틀랜드 시인 캐서린 제이미의 수필집이다. 책 뒷표지에 실린 여러 찬사들과 이 책이 받은 여러 상들로 인해 많은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어쩌면 번역된 탓일지도 모른다. 역자의 번역이 아니라 캐서린 제이미의 언어가 한글로 번역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자는 이미 에드워드 사이드의 를 탁월하게 옮긴 바 있으니, 도리어 믿을 만한 번역가이다. 이 수필집은 캐서린 제이미의 두 번째 모음집이며, 영어권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영어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자연사(自然史)와 연관된 경험들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