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42

독서모임 -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결혼 전 하던 독서모임을 결혼 후 하지 못한 것이 십수년이 지났다. 그러다가 다시 시작한 지 이제 9개월 정도 된 듯하다. 그 동안 읽었던 책은 아래와 같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2050 거주불능지구 (데이비드 윌러스 웰즈)모두 거짓말을 한다 (다비도위츠)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극단의 시대 (에릭 홉스봄)존 메이너드 케인스 (재커리 D. 카터) 노예의 길 (하이에크)  이번 달에는 >를 읽을 예정이다. 다들 읽는 책들이 한결같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서 불만들도 있어, 책을 조정해야 되나 하는 고민이 있다. 실은 그만큼 인문학책을 읽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그런 종류의 책을 읽는 것에 대한 훈련이 부족한 것이다. 우리 세대도 그러한데, 더 어린 세대..

서사의 위기, 한병철

서사의 위기 한병철(지음), 최지수(옮김), 다산북스   정보, 이야기, 스토리텔링, 서사 등에 대해 논하는 이 책은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현대, 디지털 세계가 숨기고 있는 의미를 묻는다. 실제로는 자기 묘사에 다름이 없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스토리'도 사람들을 끊임없이 고립시키고 있다. 이야기와 달리 스토리는 친밀감도, 궁감도 불러내지 못한다. 이들은 결국 시각적으로 정식된 정보, 짧게 인식된 뒤에 다시 사라져 버리는 정보다. 이들은 이야기하지 않고 광고한다. 주목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한다. (121쪽)  물론 여기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동의하더라도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대체로 한병철의 책들 대부분은 어둡고 우울하다.  다행..

결혼 여름, 알베르 카뮈

결혼 - 여름알베르 카뮈(지음), 장소미(옮김), 녹색광선   카뮈의 산문집을 읽는다. 몇 해 전 >를 읽은 후 다시 카뮈를 손에 들었다. 몇몇 문장들은 처연하게 아름다워 슬펐다. 카뮈의 세계는 역동적이지만, 죽음을 향해 있다. 무의미 앞에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살아있음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태양과 죽음은 만난다. 잠시 후 압생트 풀밭에 몸을 던져 그 향이 몸에 배게 할 때, 나는 모든 편견에 맞서 진리를 실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리라. 그 진리는 태양의 진리이고, 또한 내 죽음의 진리일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내가 지금 내거는 건 다름 아닌 내 삶이다. 뜨거운 돌의 맛이 나는 삶, 바다의 숨결과 지금 울기 시작하는 매미들로 가득한 삶. 미풍은 상쾌하고 하늘은 푸르다. 나는 ..

<<존 메이너드 케인스>>, 재커리 D. 카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재커리 D. 카터(지음), 김성아(옮김), 홍춘욱(감수), 로크미디어  우리에게 참 익숙한 이름, 존 메이너드 케인스, 그러나 나는 그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책 초반에 나오는 블룸즈버리 멤버들 중 몇 명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케인스가 블룸즈버리 멤버들 속에서 특별한 위치였음을 알았다. 대부분의 문학, 예술 관련 책에서는 블룸즈버리를 언급할 때 케인스가 깊이 관여하지 않은 듯 흘려 서술하기 때문이었고, 케인스가 비트겐슈타인의 >를 가지고 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는 것도 새삼스러웠다. 또한 케인스의 부인 리디아과의 에피소드들도 흥미로웠다. 디아길레프도 잠시 언급되었지만, 20세기 초반 영국은 우리와는 참 멀리 있다. 메이너드와 리디아가 어제 이..

팔레스타인 비극사

1948년 3월 10일 쌀쌀한 수요일 오후에 이 건물(*화이트하우스)에서 베테랑 시온주의 지도자들과 젊은 유대인 군 장교들로 이루어진 11인 그룹이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ethnic cleansing를 위한 계획을 마지막으로 손질했다. 그 날 저녁, 팔레스타인인들을 이 나라의 광대한 지역에서 체계적으로 쫓아낼 준비를 하라는 군사명령이 현장에 있는 각급부대에 전해졌다. (7쪽) 홀로코스트 이후 대규모 반인도적 범죄를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특히 전자 매체가 급증한 이래로 통신 중심의 현대 세계에서는 인간이 저지른 어떤 재앙도 대중의 눈을 피해 숨기거나 잡아뗄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런 범죄 하나가 전 세계 대중의 기억에서 거의 완전히 지워졌다. 1948년 이스라엘이 저지른 팔레스타인 ..

극단의 시대, 하권,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 하권에릭 홉스봄(지음), 이용우(옮김), 까치  얼마나 세상이 변했는가를 잊고 지내곤 한다. 터무니없는 질문이지만, 15세기 조선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서울 한 복판으로 온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들었던 여러 대답들 중에 '너무 시끄러워서 기절한다'는 의견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은 인류 역사 상 최초로 경험하는 것들이다. 가끔 제 정신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도리어 놀랍기까지 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류의 80퍼센트에게 중세는 1950년대 갑자기 끝났으며, 아마도 더욱 많은 경우, 1960년대에 중세가 끝났다고 느껴졌다. (400쪽)  위 말은,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인류의 상당수는 중세부터 살아오던 삶의 방식을 ..

극단의 시대, 상권,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 (상권) 에릭 홉스봄(지음), 이용우(옮김), 까치  20세기가 지난 지 벌써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20세기의 그늘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20세기 초반에도 19세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여겼을까.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평화란 일시적이고 지구 어딘가에선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음을 새삼 알았다. 한국(South Korea)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임을. 20세기 전반기는 총력전의 시대였고 20세기 후반은 냉전과 종교의 시대였음을.  그러나 책을 읽는 속도는 느리고 번역은 매우 불친절했다. 내가 이 책을 사두고 수십년이 지난 뒤에야 읽게 된 것은 에릭 홉스봄의 스타일도 있을 수 있으나, 번역의 문제도 한 몫 했을 듯 싶다. ..

24년 독서모임 세 번째 책, <<존 메이너드 케인스>>

올해 들어 독서모임은 2번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도 않고 예전처럼 모임이 끝난 후 술을 마시지도 않는다. 실은 모임을 하면 상당히 피곤해져서... 이번에 읽을 책은 제커리 D. 카터가 쓴 라는 평전이다. 아마 다들 케인스라는 이름을 들어봤겠지만, 그의 이론이나 생애에 대해선 잘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번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했다. 읽기 시작했는데, 상당히 재미있다. 기대해도 좋을 책이다. https://cafe.naver.com/spacewine/30261 (재커리 D. 카터)를 읽습니다. 재커리 D.카터의 를 이번 달 읽을 책으로 정할까 합니다. 에릭 홈스봄의 는 상권만 읽었지만, 하권을 마저 읽자고 하면 안 그래... cafe.naver.com

AI전쟁, 하정우, 한상기(지음)

AI전쟁 - 글로벌 인공지능 시대 한국의 미래 하정우, 한상기(지음), 한빛비즈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 배우는 방식, 여행하는 방식, 건강관리를 받는 방식, 서로 소통하는 방식을 바꿀 것이다. 산업 전체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차별화될 것" - 빌 게이츠 (17쪽) 매우 시의적절한 시기에 나온 책이다. 또한 대담이라는 형태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궁금증을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 한상기 박사님은 내가 주니어 시절 많은 것들을 알게 해주신 분이기도 하다. 한국 인공지능 연구 1세대이기도 하며, 현재에도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계시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특정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한 적은 최근에 거의 없었는데, 최근 인공지능과..

24년 독서모임의 두 번째 책,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

독서모임 빡센의 올해 두 번째 책은 에릭 홉스봄의 상, 하권이다. 4월 8일 오프라인 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모임 주최자인 나마저도 상권을 읽고 있으니, 참석자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 마저도 이 책을 읽는 속도가 상당히 느린데, 1) 역자가 번역한 문장이 유려하지 않아, 다시 읽게 하는 부분들이 자주 있고, 2) 동시대 사람으로서 저자 에릭 홉스봄은 짧은 분량 안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고 무리한 흔적이 눈에 띈다는 점. 가령 너무 많은 인명과 지명이 동시에 등장한다거나 또는 동일한 내용이 반복되면서 요점이 흐려지기도 했다. 그 결과 이 번역서는 초심자들에겐 상당히 어렵게 느껴져, 이 책을 선택한 독자에게 책읽기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하지만 내용이 나쁘다고 할 순 없다. 지금 읽고 있는 상권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