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36

정의란 무엇인가, 혹은 낯설고 기묘한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김영사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지음), 이창신(옮김), 김영사 이 기묘하고 낯선 책은 무엇인가? 21세기형 출판 마케팅의 승리인가? 아니면 정의(justice)에 굶주린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상징인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그저 우연한 유행인가? 이 황당한 베스트셀러는 너무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이다. 일반인들이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파할 벤담, 칸트, 롤즈,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이 나오지만, 우스운 것은 그것에 대한 불만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세상에 한국에 이토록 많은 고급 독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니! 아니면 나는 그동안 이렇게 많았던 고급 독자들을 무시해왔던 것인가! 하버드 대학 교수 마이클 샌델은 실제의 다양한 사례(..

경영의 미래, 게리 해멀

경영의 미래 - 게리 해멀, 빌 브린 지음, 권영설 외 옮김/세종서적 경영의 미래 게리 해멀, 빌 브린(지음), 권영설 외 (옮김), 세종서적 익숙한 것에서 탈출하기, 관습과 싸워라, 고정관념 뒤집기, 핵심과 상반되는 가치, 새로운 원칙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원칙이 주는 힘, 경영 게놈을 밝히다, 경영 게놈의 재정립, 새로운 원칙의 실현, 변두리에서 배우기, 새로운 시각, 긍정적인 일탈자, 변두리를 주목하라, 주변부를 핵심으로 끌어들이다. ‘3장 경영의 미래를 상상하라’의 소제목들을 옮겨보았다. 나는 이 부분을 옮김으로, 이 책의 성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리 해멀은 기존 경영 전략이나 이론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현대의 경영방식은 왜 점점 더 시..

사탄의 태양 아래, 조르주 베르나노스

사탄의 태양 아래 -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윤진 옮김/문학과지성사 사탄의 태양 아래 Sous le soleil de Satan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음, 윤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폴 장 툴레가 좋아하던 저녁 시간이다. 이맘때면 지평선이 흐릿해진다. 상아색의 구름 한 떼가 지는 해를 감싸면서 하늘 꼭대기에서 땅 밑까지 노을이 가득 차고, 거대한 고독이 이미 식어버린 채 퍼져나가는 시간이다. 액체성의 침묵으로 가득 찬 지평선 … … 시인이 마음 속에서 삶을 증류하여 은밀한 비밀, 향기롭지만 독을 간직한 비밀을 추출해내던 시간이다. 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팔과 입을 가진 사람들이 어렴풋한 어둠 속에서 무리 지어 움직이고 있다. 큰 길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여기저기 불빛이 비친다. 시인은 대..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 이유선 지음/라티오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이유선 지음, 라티오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는 참 좋은 책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철학에 대한 아무런 깊이도 통찰도 가지지 못한 얼치기 문학평론가들이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를 사용하며 적어대는 문학 평론보다 백 배는 더 나은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과 문학을 서로 엇대어 구조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글들은 설득력을 가지면서 소개되는 문학작품의 맛을 살리고 있다. 서로가 모두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현실화될 때, 여기에서 관용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용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나오고, 관용은 같이 살기(공존)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관용이 이성에서 나왔다고..

현상돌파의 사고력, 피터 드러커, 테레사 아마빌 외

현상돌파의 사고력 - 피터 드러커 외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현상돌파의 사고력(Breakthrough Thinking) 피터 드러커 외 지음, 현대경제연구원 옮김, 21세기북스 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창의성(Creativity)’. 그만큼 기존 비즈니스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2000년에 번역 출판된 이 책은 요즘 번역되었다면, 번역서 제목에 ‘창의성’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들어가야 할 책이다. 그간 읽어온 창의성 경영과 관련된 많은 책들 중에서 그 진수만을 모은 듯한 인상을 주는 이 책은 기업 문화 담당자나 관리자나 경영진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실린 논문들 중, 창의성, 또는 ..

2010 다보스 리포트 – 뉴 노멀 New Normal

2010 다보스 리포트 New Normal - 박봉권.신헌철 지음, 박재현 감수/매일경제신문사(매경출판주식회사) 2010 다보스 리포트 – New Normal 박봉권, 신헌철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2010년으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스위스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려, 다보스 포럼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해마다 열리는 다보스 포럼은 전 세계의 정치, 경제를 움직이는 정치인, 경제인, 학자들이 모여 발표와 토론을 나누는 작은 세미나와 무수한 회합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통해 한 해의 각 분야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공유하고 전망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인의 관심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2010년의 주제는 ‘더 좋은 세상 만들기: 재사고..

정성일 영화평론집

정성일 영화평론집 세트 - 전2권 - 정성일 외 지음/바다출판사 왜 영화를 보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글쎄. 그냥 보지 않을 뿐이다. 아직까지 장 뤽 고다르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를 사랑하며, 영화라는 이름을 우정을 믿고 싶어하지만, 이 거친 자본주의 앞에서 우정은 늘 그렇듯 믿을 수 없는 이정표와도 같다. 1년 동안 수 백 편의 영화를 기억했고 틈나는 대로 영화를 보던 시절이 있기도 했다. 유명하다는 영화를 어떻게든 챙겨서 보았고 습작 삼아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으며 영화 평을 기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땐 영화에 대한 신기루만 보았을 뿐, 진짜 영화를 만나지 못했다. 며칠 전 정성일의 영화 평론집이 나왔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책이었던가! 서점에서 바로 구입했다. 편집자의 기준에 의해 선정..

16세기 문화혁명 - 독서모임 '빡센'의 두 번째 책

16세기 문화혁명 -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남윤호 옮김/동아시아 이런 두꺼운 책을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한 것은 우연이었다. 읽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분량이었지만, 16세기는 나에게 무척 흥미로운 시기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16세기는 중세의 어둠이 유럽 전역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는 시대이며, 마지막 마녀사냥과 연금술의 시대였다. 절정기 르네상스에서 시작해 매너리즘을 지나 바로크 양식의 카라바지오가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끝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16세기 풍경 속에서 세르반테스의 근대 소설이 시작하고 세익스피어의 희곡들이 16세기에서 17세기로 향한다. 루터와 에라스무스가 있었던 시기였으며, 본격적 근대가 시작되지도, 그렇다고 중세도 아닌 시기였다. 종교혁명의 시기였으며, 교회 권력에서 세속 권력으로 정치적..

'책과 세계'(강유원) - 독서모임'빡센' 1차 모임.

틀에 박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딱딱하고 무거운 책을 끝까지 읽기도, 힘겹게 다 읽는다고 하더라도, 과연 제대로 읽었는지, 다른 이들은 혹시 다르게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아리송할 때가 많다. 이것이 독서 모임 ‘빡센’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첫 책으로 강유원의 ‘책과 세계’(살림)를 선정했다. 책은 얇다. 두 번째 책으로 선정된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16세기 문화혁명’(동아시아)가 무려 9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인데 비해, 첫 번째 책은 두 번째 책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얇고 가볍다고 하여 읽기 만만한 책은 절대 아니다. 도리어 무겁고 두 세 번에 걸쳐 완독해야 할 책에 가깝다. 모인 이들은 책을 즐겨 읽으나, 독서 모임에 경험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 나 또한 독서 모임에 익숙하..

회계와 재무전략의 중요성 - '숫자로 경영하라', 최종학

서울대 최종학 교수의 숫자로 경영하라 - 최종학 지음/원앤원북스 숫자로 경영하라 최종학 지음, 원앤원북스 솔직히 말해 회계에는 젬병이다. 대차대조표를 볼 수 있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경영의 관점에서의 해석이나 의사결정 자료로 활용할 수준까지 이르지 못했다. 기본적인 회계 강의는 여러 번 듣기는 했으나,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그러다 보니, 회계 관련 대중서에 먼저 손이 가게 된다. 이 책은 여러모로 쓰임이 많은 책이다. 회계 전문서라기 보다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 회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설명하는 대중서에 가까운 만큼 쉽게 읽힌다. 하지만 쉽게 읽힌다고 해서 이 책의 내용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책 서두에 등장하는 취영루의 사례는 기업 경영에서 회계정보와 재무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