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더위가 이어졌다. 검은 도로는 불타고, 그 열기 앞에서 나는, 너는, 우리는 끝없이 움츠려 들었다. 그 거칠었던 폭염 전에는 긴 장마, 비의 계절이 있었다. 이러한 급격한 기후 변화의 원인은, 어쩌면 사유하는 나의 세계관, 근대 기계론, 혹은 도구적 이성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젠 그것도 철지난 유행이랄까. 그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내 생각엔 예상치 못한 평화가, 큰 전쟁 없이 이어진 사오십년 동안 인간은 다시 오만해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평화 속에서도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고 고통받았는가 하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 없지만. 어느 책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얼마나 죽였는가를 보았더니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가 나왔다고 한다. 그냥 걸핏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