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66

Coldplay의 Trouble을 들으며

해야 할 일도 많고 정리해야 할 것도 많고 인터넷 강의도 들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 ... 그리고 술도 마셔야 하고 ... ... 사무실에서 회의가 끝나고 난 다음 Competitive Strategy와 Strategic Innovation에 대해 팀원들에게 설명하면서 매우 우울해져 버렸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 전략 실행과 조직 관리, 또는 리더십... 무수한 고민들이 장기판 위로 떨어져 내리는데, 그 어느 것 하나 뾰족하게 나에게 해답을 주지 못한다. 돌아돌아 다시 제 자리로 온 느낌이랄까. 그나마 조금 성장한 것같으니,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아본다. 요즘은 밤 10시만 되면 졸린다. 그리고 잠을 청한다. 내일은 좋은 일이, 다음 달에는 좋은 일이, 내년에는 좋..

슈베르트, 루빈스타인, 호로비츠

쇼팽과 루빈스타인, 차이코프스키와 에밀 길레스가 언급된 몇 개의 포스팅을 적고 수정했지만, 예약으로 걸어둔다. 오늘 너무 많은 포스팅을 올리게 되기에(이제 나도 그런 걸 신경써야 할 때가 왔다). 어느 새 일요일 오후이고 쓸쓸하다는 기분에 잠긴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연주를 듣는다. 20세기 피아노 연주의 낮을 지배했다는 루빈스타인과 밤을 지배했다는 호로비츠의 연주다. 흥미롭다.

삶의 비즈니스

2012년이 시작되었고 하루하루 지났다. 세상은 각자의 관점 속에서 완성될 것이고 라이프니츠가 말했듯 그것은 모나드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모나드는 동일하지 않아서 어떤 이들의 모나드는 덩치가 있거나 어떤 이의 모나드는 금이 가 있거나 하는 식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이를 '모나드'monad로 명명하면 안 되겠지. 흄의 문제(귀납법적 문제) 앞에서 경험되는 정보를 무한대로 쌓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론(진리, 혹은 이데아)의 근사치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1000일 동안의 우호적인 세상 속에서 우리는 결코 1001일 째 되는 날의 비우호적인 세상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IMF 이전과 IMF 이후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이 비극적인 블랙 스완 앞에서 무수한 ..

벨라 바르톡의 일요일 아침

지난 일요일 오전에 적다가 ... 이런저런 일상들로 인해 이제서야 정리해 올리는 글. 어제(토요일) 읽다가 펼쳐놓은 책, 정확하게 378페이지를 가리키고 있다. 그 페이지의 한 구절은 이렇다. '여러 의사결정에 집단의 책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난 실패의 원인을 규정하는 것에도 집단적인 거리낌이 있다. 조직들은 지난 일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회피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제프리 페퍼Jeffrery Pfeffer의 1992년도 저서, Managing with Power: Politics and Influence in Organizations를 번역한 이 책의 제목은 '권력의 경영', 내가 이번 주 내내 들고 있는 책이다. 어제 내려 놓은 이디오피아 모카하라 드립커피는 식은 채 책상 한 모서리에 위치..

어느 저녁

야근 전 잠시 일 층으로 내려가, 일 층 한 모서리를 삼백 육십 오 일 이십사 시간 내내, 이 세상에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그 초라한 뿌연 빛깔을 내는 형광등 불을 켜두고 있을 듯한 편의점에서, 따뜻하게 데운, 조각난 치킨들과 캔맥주를 마시고 올라왔다. 편의점 창 밖으로 어느 새 겨울 어둠이 내렸고, 눈발이 날렸고, 헤트라이트를 켠 검정색 차가 지나고, 이름 모를 여인이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추린 채 길을 걸어갔다. 검고 흰 젖은 길을. 그 순간 내 입술은 닫혔고 내 혀는 금방 스쳐지나간 맥주향에 대한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잠시 지나간 이천십일년과 결혼과 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편의점 치킨과 캔맥주의 경쟁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무실 책상은 쌓인 실패들과 꿈들과 계획들로 어수선했고,..

마이클 래빈 Michael Rabin Legacy Unissued Recordings 1950-1960

마이클 래빈의 CD가 어떤 이유로 나에게 있는지 알 턱이 없지만, 어제 오늘 나는 마이클 래빈의 음악만 들었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오디오 탓에, 노트북에 시디를 올려놓고 작은 스피커로 들었지만... 마이클 래빈의 연주는 1950년대 후반의 실황 녹음이었고 ... 음질이나 음향을 떠나, 그의 연주는 로맨틱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연주자로 알려져 있으나, 음반이 많지 않고 일찍 죽은 탓에 그를 기억하는 이들도 사라져가고 있지만 ... 그의 연주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1950년이면 그가 십대 중반이었을 무렵이니, 이 음반 속의 연주는 놀랍다고 할까. "Rabin was known to be a perfectionist in matters of pitch,bowing, and finger control, ..

뉴트롤즈New Trolls를 듣는 가을

1. 뉴트롤즈를 듣는 월요일 아침이다. 갑자기 쌀쌀해진 가을. 사람들은 두터운 옷을 입고 출근길을 재촉했다. 바람에 나뭇잎이 날렸다. 그들은 지난 여름의 폭우와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사, 그리고 위대한 현인들이 이야기했다는 의지력이나 이상(꿈)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2. 뉴트롤즈를 듣는 월요일 저녁이다. 갑자기 쌀쌀해진 가을. 사람들은 무거운 옷을 다시 입으며, 퇴근을 고민한다. 하지만 입 끝에는 쓸쓸한 알콜 향이 맵돈다. 작은 술잔 안으로 밀려드는 기세가 마치 8월의 소용돌이 구름 아래의 파도와 같은 ... 투명한 소주가 가을 저녁에, 뉴트롤즈를 듣는다. 이제 아무도 이십여년 전 그 때처럼 뉴트롤즈를 찾지 않고 그들의 전설은 이탈리아 반도 어딘가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질..

중세 속의 아르보 페르트

슬픈 중세주의는 현대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세기의 낭만적 중세는 거침없는 산업화 속에서 사라지고 20세기, 21세기의 중세주의는 학문 연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진지한 동경, 숙고, 찬미로 바뀌고 있다. 마치 12세기 르네상스론이 지속적으로 이야기되듯. 그 사이로 에스토니아 출신의 아르보 페르트가 있다. 미니멀리즘과 중세적 성스러움 속에서 그는 미사곡과 성가곡을 작곡한다. 그의 음악은 슬프고 그리운 중세를 닮아있다. 불가능함을 불가능함으로 받아들이고 자연과 신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며 살아가던 중세를... 오늘 아르보 페르트의 음악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