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6

얼굴 없는 인간, 조르조 아감벤

얼굴 없는 인간 - 팬데믹에 대한 인문적 사유 조르조 아감벤(지음), 박문정(옮김), 효형출판 배가 침몰 중인데, 우리는 배에 실린 화물을 걱정하고 있다. - 히에로니무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때, 마스크를 둘러싼 논쟁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었다.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는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녔지만, 서구인들은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며, 각자 생각하는 것도 다를 듯 싶지만, 나는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애초에 모자도 잘 쓰지 않고 마스크도 잘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스크를 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마스크를 둘러싼 논의는 서구 사회에서, 그리고 아감벤에게 있어서 상당히 중요했으며 깊이 생각해볼 문제..

추석 연휴, 코로나 확진

지난 주 목요일에 걸렸으니, 이제 나흘이 흘렀다. 심하게 아프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무기력했고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으며, 두통과 인후통은 종종 견디기 어려워 약을 먹어야만 했다. 코로나 탓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니 책이나 실컷 읽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약을 먹으면 졸렸고 졸리지 않을 때는 머리가 아프거나 힘이 없었다.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체력이 되지 않았다. 남은 격리기간 이틀은 평일 재택 근무다. 아마 쉴 새 없이 전화가 울려댈 것이다. 좀 쉬고 싶긴 한데 말이다. 세상이 혼란스럽게 돌아간다. 이럴 때 기회가 생기는 법인데, ... 나에겐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뭔가 저질러야 되는 건가. 고향집 뒷산에 가서 아버지 계신 곳을 둘러보고 내려왔다. 잡..

misc. 0909

1.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뽑았다는 것부터 한국 보수적인 우파 정당의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여겼다. 뒤이어 이어진 일들을 보면서 황당해서 저 정당은 앞으로 백년간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2. 문재인과 이재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의 보수적인 중도 정당도 별반 달라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이재명은 그 정당으로부터 큰 지지를 못 받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래서 희망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3. 이번 대통령을 보면서도 나는 1에서 언급한 내 생각에 더 큰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 정당은 나라의 미래 따윈엔 관심 없고 어떻게 된 정권을 잡아서 한 탕 할 생각만 있다. (그렇다고 딱히 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덜 더럽다. 그리고 그 정당에 몇몇 소수는 아직까..

코로나가 만들어내는 풍경

며칠 재택 근무를 했다. 이제 원격 근무가 가능해진 상태라 업무를 수행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Zoom이나 구글 Meet으로 회의를 할 수 있으며, 크롬 원격데스크탑이나 대부분의 회사에서 사용한 그룹웨어에는 원격 접속이 가능한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사무실 PC에 원격으로 붙어서 작업하는데, 조금 속도가 느릴 뿐, 불편함은 없었다. 아이는 Zoom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고 아내는 코로나 확진으로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와 아이는 계속 음성이 나오다가 결국 아이까지 양성이 나왔다. 이제 내가 걸리는 건 시간 문제다. 그런데 나는 아직 걸리지 않았다. 오늘 내일 걸리겠지 한 게 벌써 1주일이 다 되어 간다. 결국 걸리지 않는 건가. 재택은 쉽지 않다. 의외로 시간이 없고 일을 많이 하게 된다. 사..

코로나 19의 봄

사소한 것 하나 하나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그럴 나이가 되었고 그럴 위치에 올라왔으며 그럴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다. 디테일에 강해야 된다고 말하는 시대이니, 나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확실히 17세기 유럽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근대성Modernity이란 기본적으로 바로크Baroque적인데, 어떤 목적(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서 부딪히는 모든 것을 극복해내려고 한다. 상당히 전투적이다. 과감하다. 푸생도 그렇고 루벤스도 그렇고 렘브란트도 그렇다. 다만 표현하는 방식(양식)에서의 작은 차이들이 있을 뿐, 기본적인 태도는 근대적이다. 이 세계관에서는 목표를 향해 가면서 겪는 고통마저도 고귀하고 아름답게 표현한다. 그러나 그것은 ..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내일을 위한 디지털을 말하다 오드리 탕, 프레지던트 서적편집팀(편집), 안선주(옮김), 프리렉, 2021년 7월 오드리 탕이 궁금해서 읽었다. 중학교를 자퇴한 프로그래머이자,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기도 하였으며 여러 테크기업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대만의 최연소 장관인 오드리 탕. 그리고 트랜스젠더이기도 하다. 오드리 탕이 대만 정부의 정무위원이 되었다는 기사를 읽으며, 대만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원래 대만은 독립 국가였다. 중국 본토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던 곳이다. 어느 순간 본토 사람들이 들어와 살더니, 그냥 반강제적으로 중국이 되었다고 할까. 원래 살던 원주민이 있었으며, 그들 일부는 아직도 그들의 문화를 유지하며 살고 있다. 이 책은 오드리 탕이 일본의 프레지던..

김미경의 리부트, 김미경

김미경의 리부트 -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 김미경(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을 내가 샀다고 오해하지 말기를. 하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자 김미경이라는 저자가 궁금해졌고 책 내용대로라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이 책은 ‘능력주의’라든가 한병철의 에서 이야기했듯이 현대인들 스스로 능력이나 성과라는 틀에 자신을 스스로 몰아넣는 것이 옳다고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책이 될테니, 건강한 책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대부분의 자기개발서는 여기에 속한다). 또한 저자 스스로도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으며, 그 채찍질의 성과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냈으니, 비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저자도 요즘 비판적 인문학이 이야기하는 어떤 시스템의 피해자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디플레 전쟁, 홍춘욱

디플레 전쟁 홍춘욱(지음), 스마트북스 경제(학)에 대한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 중이나 쉽지 않다. 1년에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50권 내외. 그 중에 딱딱하고 어려운 인문학책이 끼어있으면 40권도 어렵다. 1권을 읽는데, 1달 이상 걸리는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책은 참 오래만에 읽는 경제서적인 셈이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선 다양한 이들(사람일수도 있고 저널일수도 있다. 한국 저널은 거의 없고 외국 저널이 대부분이긴 하지만)의 추천으로 구입하기도 하고 저자를 보기도 한다. 이 책은 저자에 대한 신뢰로 구입했다. 그냥 믿고 읽는 저자들 중의 한 명이며, 국내에서는 내노라하는 투자전문가이기도 하다(그의 블로그를 추천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구나). 이 ..

2021년 전망 - 포레스트 리서치

포레스트 리서치Forrester Research에서 나온 짧은 전망 보고서를 사무실에서 틈틈이 읽었다. 실제 업무와는 연관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몇 년 지나 보면 실제 예측된 기술이나 비즈니스 영역에 들어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또한 전체적인 큰 그림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실행 전략 혹은 기술이나 솔루션 도입/제안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전망 보고서를 읽은 게 몇 년 만인 듯 싶다. 최근 몇 년은 문제가 생긴 IT 프로젝트의 수습 PM 역할을 수행했던 터라, 정신 없었다. 실제 IT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뭔가 새로운 걸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을 쏟아붓고 나온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는다. 나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

아감벤과 코로나

코로나로 인해 각국 정부는 다양한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동을 막고 마스크를 의무화하며 대면 예배를 금지하기도 한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 대면 예배를 하는 목사를 체포하기까지 한다(왜 태극기부대 목사님들은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걸까?). 그런데 이러한 제한 조치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 일부에서는 강한 반발이 있기도 하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실은 누군가의 건강, 심지어 목숨까지 직결된 전염병 문제인데, '자유'를 들고 나오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그만큼 서구에서는 자유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인가 하고 다시 묻게 된다. 그리고 조르조 아감벤의 강한 반발을 알게 된 후, 우리가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며 국가 권력에 의한 자유의 제한을 심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