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 21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

한국에서 클래식음악을 듣는다는 건 참 드문 일이다. 더구나 클래식 연주회를 가게 되는 건 특별하다고 할까. 현대자동차의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엔 나에게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준다. 기업의 사회 환원은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될 수 있고, 현대차의 서울 시향 지원도 이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이런 지원은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재정적 기반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일반 대중에게 문화 예술 체험의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다. 이브 아벨Yves Abel의 지휘, 서울시향 연주, 니콜라스 안겔리치Nicholas Angelich의 피아노로 어우러진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은 나에게 서울 시향의 안정적이고 훌륭한 연주력을 알게 해준, 행복한 경험이었다. 참 오랜만에 방문한 예술의 전당 ..

슈베르트, 8번 미완성 교향곡

슈베르트 8번 미완성 교향곡의 시작은 우아하면서도 격조있는 애잔함으로 시작한다. 참 오래만에 듣는다. 잊고 있었던 선율을 다시 들었을 때의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구나. 바렌보임의 지휘 대신 첼리비다케의 지휘 음향을 공유한다. 바렌보임의 지휘보다 좀 더 긴장감이 더 있다고 할까. 그런데 슈베르트스럽지 못한 느낌이다. 낭만주의적이어야 하는데, 첼리비다케는 각이 잡혀 있는 고전적인 스타일이다. 다행히 바렌보임은 그렇지 않다. 어느새 책도 예전만큼 읽지 못하고 음악도 예전만큼 듣지 못하는 시절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것을 변화시키고 싶은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런 시절이 나에게 닥쳤고 그럴 만한 나이가 되었을 뿐이다. 오늘 오후와 저녁은 슈베르트와 함께 보내야겠다. 찾아보니, 이런 게..

모짜르트 레퀴엠 - 이스트반 케르테츠

듣기만 해도 온 몸에 전율이 일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인 음악이 종종 있다. 그것이 바로 이스트반 케르테츠의 1966년도 런던필과 함께 한 모짜르트 레퀴엠이다. LP로만 구할 수 있는 이 음반은 모짜르트 레퀴엠의 최고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로와 스트레스로 엉망이 되어가는 어느 목요일 오전, 사무실에 앉아 눈물 겨운 레퀴엠을 듣고 있다. 모짜르트.. 그는 살아있을 때나 죽고 난 후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같다. 유튜브 동영상에 이것이 올라와 있다니..

페르골레지 '슬픔의 성모'(Stabat Mater)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이 주위에 없네요. 바쁜 일상인지라, 교류할 틈이 없었던 탓이죠. 저의 경우에는 팝->아트락/프로그레시브락 -> 재즈 -> 클래식의 궤적을 밟아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듣지 않았다면 대부분 이런 식으로 옮겨 오던지,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클래식 음악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저는 재즈를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마일즈데이비스 & 캐논볼애덜리의 'Somethin' else의 'Autumn Leave'와 덱스터 고든의 'Appointment in Gana'(음반명이 기억나질 않네요)를 듣고는..) 클래식 음악은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가장 좋아합니다. 레퀴엠 음반만 7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음반은 지오나비 바티스타 페르골레지라는 이탈리아 작곡가의 음악입니다...

야니스 크세나키스 iannis xenakis

2005년 늦은 봄에 올린 포스팅을 새로 올린다. 야니스 크세나키스. 그리스가 자랑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다. 얼마 전 나이브에서 야니스 크세나키스 박스 세트를 구입했다. 놀라운 박스 세트였으며, 지금 듣고 있는 동안 흥분과 전율을 감출 수 없다. 그 박스 세트에 대한 리뷰는 다음에 올리기로 하고, 몇 년 전 글이긴 하지만, 다시 올린다. * * 현대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고작 해봐야 에릭 사티나 바르톡 정도. 뽈 발레리는 '회화만한 지적인 예술은 없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지적인 것들의 대변자라 할 수 있는 수(수학)로 바로 옮길 수 있는 예술은 회화가 아니라 음악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 중세 시대 내내 조형 예술이 철저하게 무시당한 것에 비해 음악은 신의 세계를 반영하고..

첼리비다케의 음반 두 장

[수입] 무소르그스키 : 전람회의 그림 & 라벨 : 볼레로 - Sergiu Celibidache/이엠아이(EMI) Sergiu Celibidache - Tchaikovsky Symphony No.5 - 세르게이 첼리비다케 (Sergiu Celibidache)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유니버설(Universal)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음악들은 한결같이 음표 하나 하나, 마디 하나 하나 꽉꽉 눌려, 소리가 만들어내는 공간에 빈틈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밀도감을 느끼게 한다. 소리는 낮게 깔리고 힘이 있으며 부드럽지만 절대로 뒤로 물러서지 않는 견고함을 가지고 있다. 푸르트벵글러가 죽고 난 후, 베를린 필의 후임으로 예상되었던 세르주 첼리비다케가 정말로 베를린 필을 이끌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유능한..

예술의 우주 2009.03.08

독일 하르모니아 문디 50주년 기념앨범 50CD

[수입] DHM 창사 50주년 기념앨범 (50CD) -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작곡/DHM 미친 짓이라는 걸 안다. 이 시디를 사기 전에 나는 이미 2월에만 도서 구입으로 15만원 이상을 지출한 상태였다. 하지만 선택에 그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바로크 이전 음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그리고 종종 이 시대 음악을 들을 때마다 설레는 기분을 어쩌지 못하는 나는, 이 박스 세트를 구하지 못했음을 최근 통탄해하고 있었다. 이 박스세트는 작년 초에 수입되었다. 하지만 나는 최근에야 이 박스세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해보니, 작년에는 광화문 교보 핫트렉에 자주 들리지 않았고, 주위에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없었던 탓에, 나는 이 박스세트를 알지 못하..

'슬픔의 성모'(Stabat Mater), 페르골레지

어느새 2008년의 마지막 날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 가는 게 빠르다는 생각을 곧잘 하게 된다. 올 한 해 안 좋았던 일도 많았고 좋았던 일도 여럿 있었다. 되새겨보면, 결국, 참 힘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만났던 어떤 이는, 나이가 들수록 클래식 음악이 좋아진다고 했다. 나도 그랬던 걸까. 그렇다고 해서 재즈를 듣지 않는 것도, 가요를 듣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이 가지는 미묘한 깊이가 날 감동시키곤 한다. 최근 들어 더욱 더 그렇다. 그 중에서도 페르골레지는 언제나 날 울린다. 지오바니 바티스타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는 26살에 죽은 비운의 작곡가였다. 대중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그도 그럴..

음악은 사회적이다, 에드워드 사이드

에드워드 사이드의 음악은 사회적이다 -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최유준 옮김/이다미디어 음악은 사회적이다 에드워드 사이드(지음), 박홍규, 최유준(옮김), 이다미디어 클래식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것이 채 몇 년 되지 않았다. 짧은 기간이니,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이라고 해봤자 몇 명 되지 않는 작곡가와 연주가들 뿐이다. 다룰 줄 아는 악기도 없으니, 음악에 대한 내 지식은 보잘 것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귀라는 존재가 흥미로운 것인지, 좋은 연주을 곧잘 인지하는 것이다. 심지어 남들은 잠 오는 음악, 혹은 소음이라고 평가하는 음악(현대 음악)을 곧잘 듣고 심지어 감동까지 받는 지경이니,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를 지경이다. 좋은 말로 하자면, 음악에 대해서..

예르벤퍼 숲 속 나무들의 낮은 속삭임

예르벤퍼 숲 속 나무들의 낮은 속삭임 - 시벨리우스, 작품 75번 - 다섯 개의 피아노곡 조금의 미동(微動)도 없이 투명한 유리창 너머 우두커니 서, 사각의 방 안을 매섭게 노려보기를 몇 주째, 여름날의 대기는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 같다. 어디에서 저런 열기를 가지고 오는 것인지, 쉴 새 없이 내 육체를, 내 영혼을 끝없이 높은 여름 하늘의 노예로 만들며, 날 곤혹스럽게 하고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 끄트머리에 어색하게 튀어나온 동아시아의, 온대성 기후에서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는 작은 반도 가운데 위치한 거대 도시의 여름을 견디게 하는 것은 대륙의 반대편, 대지의 대부분이 산과 숲, 호수로 이루어진 나라 사람의 100년 전, 작은 피아노 음악들이었다. 빵과 버터를 위한 음악 언제부터였을까. ‘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