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187

“똥과 창자 그리고 자존과 해방” - 안창홍, 정복수 전, 갤러리아트사이드

안창홍 정복수 “똥과 창자 그리고 자존과 해방” 2007. 10. 17 – 10. 30 Gallery ARTSIDE 우리는 하루 24시간 동안 몇 마디의 욕을 할까. 욕을 하지 않는다면 욕을 하고 싶은 상황엔 몇 번 처하게 될까. 그리고 이를 내 인생 전반으로 확장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삶이란, 실은 고귀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애초 시작부터 수십억 마리의 정자들 속의 우연한 한 마리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어떤 필연성이나 목적성 없이 그저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허무주의는 이미 우리 현대인에겐 익숙한 삶의 양식이자, 정신적 태도이다. 하지만 누가 감히 그런 양식과 태도를 드러낼 수 있을까. 그러나 현대 예술에 있어서 이 허무주의의 유/무는 매우 중요하다. 대..

김아타의 '온 에어(On Air) 프로젝트:뉴욕 타임스 스퀘어'

* 회화가 단색회화(모노크롬)와 텅 빈 캔버스를 지나쳐서, 더 이상 사유하기(thinking & meditation)를 그만두었다면, 이제 사진과 비디오가 그 사유와 명상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회화는 계속 사유하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 빌 비올라의 비디오 아트가 비디오로 명상하는 경우를 보여준다면, 김아타의 저 사진은 사진의 명상을 보여준다. *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의 범위는 비주얼 콘텐츠 뿐만 아니라, 그 콘텐츠를 담고 있는 TV 브라운관이나 낡은 TV 외장까지도 포함시켜야 한다. 백남준 이후의 비디오 아티스트들은 비디오를 사유의 매체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으나, 백남준은 그와는 달리 비디오/TV 라는 그 매체 자체에 매료당했다. 그래서 정신없고 현란한 백남준의 비디오 콘..

예술의 우주 2007.11.15

미술시장의 유혹, 정윤아

미술시장의 유혹, 정윤아(지음), 아트북스, 2007 제법 묵직하고 비싼 가격에,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쉽고 재미있게(그림 가격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해) 읽힌다. 하지만 일반 독자에게 이 책 읽기를 선뜻 권하고 싶지는 않다. 미술품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권할 만한 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책을 먼저 읽는 건 좋지 않다. 그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이 책은 현대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 이후에 읽기 적당한 책이기 때문이다. 책은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 미술 시장의 동향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전 세계 미술 시장의 절반 가까운 금액이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세계 미술 시장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

오치균 - 진달래와 사북의 겨울

오치균 - 진달래와 사북의 겨울 Oh Chi Gyun - Azaleas and Winter in Sabuk 2007. 9. 6 - 9. 26 갤러리 현대 글을 쓰기 위해 억지로 생각에 잠겨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전시 도록을 펼쳐보면서 그 때의 느낌을 되새겨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참 어려운 일이다. 쉽지 않은, 어려운 일 앞에 서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포기하는 것이 낫다. 끊임없이 포기하다 보면, 더 이상 포기하지 못하는 지점에 이르게 되겠지. 여름이 오면 진달래가 우리 눈 앞에서 사라지듯이. 오치균의 두터운 색채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가까이서 보면 두텁게 칠해진 물감들만 보이고 멀리서 봐야만 형태가 보인다. 그는 보는 이에게 ‘적당한 거..

황혜선 - 기억의 창, 이화익갤러리

HAESUN HWANG 기억의 창 황혜선 2007.9.12 - 10.2 이화익갤러리 www.leehwaikgallery.com 시간은 흘러간다.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사랑하고 아파하고 숨을 쉬며 움직인다. 이러한 운동이 끊김 없이 흘러간다는 점에서 때로는 당혹스럽고 때로는 놀랍다. 황혜선의 비디오 아트는 시간과 운동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지만, 그 전에 그녀의 시선은 디테일한 일상의 무미건조함에 대한 반발로 구성된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비디오 아트를 넘어선 낯선 즐거움을 안겨준다. ‘기억의 창’이라는 제목에서 환기하듯이, 그녀의 이번 전시의 주된 테마는 일상의 기억들이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다양한 매체와 작업 속에서 우리에게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인해 그녀의..

조숙진 전, 아르코미술관

Sook Jin Jo A 20 Year Encounter with Abandoned Wood: Selected Artworks from New York 아르코미술관. 8.31 - 9.30 만남이란 가슴 떨리는 신비다. 그 신비가 소란스런 대학로 한 가운데로 왔다. 흐트러진 질서와 무표정한 낡은 빛깔들로 채워진 나무들이 우리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조숙진의 작업은 세월의 파편 하나하나를 안고 쓰러져 시간의 먼지를 먹고 있던 나무 조각조각들 꺼내어 다시 구조화한다. 그런데 그 구조화는 ‘공간’(컨텍스트) 속에서의 ‘설치와 해체’(텍스트화) 속에서 이루어져, 가변성과 우연성을 동반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열려있는 성격은 관객과의 참여 속에서 더욱 견고해지는 메타포를 지니게 된다. 나무의 상징은 복합적이다..

레베카 호른 Rebecca Horn 展

레베카 호른 Rebecca Horn 展 로댕갤러리 2007. 5. 18 - 8. 19 우리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모르는 ‘시간의 배’에 승선해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깨달은 것은 몇 세기가 채 되지 않는다. 사상의 영역에서 시간과 운동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 진리는 시간을 떠나 영원성에 속해 있는 것이며 변하지(운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하는 현실 세계 속에서 플라톤은 한시도 이데아에서 눈을 떼지 않았으며 고대를 지나 중세는 전지전능한 신을 내세웠고 이는 근대 초까지 계속 되었다. 시간과 운동은 하나의 짝이다. 이 둘은 사상의 영역에서처럼, 예술의 영역에서도 같이 등장하며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주제를 담당한다. 레베카 호른의 작업들은 시간과 운동 속에서..

거미

리움에서 루이즈 부르주아의 거미와 만났다. 매우 탁월했다(이 표현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얇은 봄바람이 거미 다리 사이를 지나치며 소곤거렸다. 자연과 공상 사이에서 자리잡은 채, 거친 황무지 같은 도시를 걸어다닐 듯한 느낌으로 위태로웠다. 장석남은 거미에서, 거미줄에서 그리움을 노래했는데, 부르주아는 생각이 많이 다른 듯했다. 그녀의 거미는 날아오르거나 걸어다니고 싶어했다.

예술의 우주 2007.06.15

William Wegman, 'Funney & Strange', 성곡미술관

토요일 오후의 성곡미술관 William Wegman (윌리엄 웨그만) '"Funney & Strange" 2007. 3. 30 - 7. 22 * 웨그만의 최근 사진으로 바로 가기 * 성곡미술관에 가면 흥미로운 작품들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 흥미의 정체는 무엇일까. 희극적인 연출의 사진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이라곤 무표정한 개의 멍한 시선이거나 그 개를 바라보는 우리들이다. 미술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온통 개들이다. 빙 둘러 개들만 있다. 아마 웨그만은 별 생각 없이 그의 애완견 '만 레이'를 출연시킨 일련의 사진들을 제작했을 것이고, 이 사진들을 본 이들의 별 생각 없는 열광적인 찬사 속에서 그의 예술 활동을 지속시켰을 것이다. 나도 별 생각없이 이 전시를 보았는데, 보고 난 뒤 계속 ..

로베르 콩바스 展

로베르 콩바스 展 Robert Combas : Savoir-Faire 2006.12.20 ~ 2007.2.11 서울시립미술관 과한 절제와 억누름이 성스러운 금욕이 되거나 자본주의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까. 과격한 색의 자유와 흐트러진 선들, 어린 아이와 같은 유치함 속에서 화려한 봄날같은 인생을 노래하기엔 우리는 너무 문명화되고 철이 든 것일까. 로베르 콩바스의 작품 앞에 선 우리들은 재미있어 하지만, 갈 수 없는 유치함의 세계 속으로 쉽게 동화되지는 못한다. 결국 작품 바깥만을 겉돌다 전시장 밖으로 나가고 로베르 콩바스의 유치함을, 자유롭고 과격한 선의 예술을, 심지어는 자신이 미술관에 갔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린 채 무모한 일상을 견뎌낸다. 이럴 바엔 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