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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퀜틴 스키너(지음), 신현승(옮김), , 시공사, 2001 니콜로 마키아벨리(지음), 강정인(옮김), , 까치, 1994(1판), 2000(9쇄) 최근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서 르네상스에 대한 찬사가 19세기의 유산임을 알았다. 그간 공부를 하면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그 정도로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인가에 대해 매우 많은 의구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르네상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19세기의 지식인들이 만들어낸 편견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알게 된 셈이다. 이런 문예 부흥의 시기에 니콜로 마키아벨리 같은 인물은 다분히 이해하기 힘들고 받아들여지기도, 높게 평가하기에도 애매하다. 그는 공공연하게 '비열한 권모술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지음, 지정숙 옮김/문예출판사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지음), 지정숙(옮김), 문예출판사 로맹 가리, 필명인 에밀 아자르로 발표한 짧은 프랑스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잠시 눈가를 붉혔다. 오랫만에 소설을 읽었다. '모하메드'라는 이름이 좋아졌다. 그리고 늙는다는 것, 추해진다는 것, 그리고 육체가 썩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이 소설가는 자살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로맹 가리는 1980년 권총 자살로 죽는다. 아마 로맹 가리는 모하메드가 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고통 받았지만, 그 고통을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는 어떤 사람을 사랑했고 그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워했지만, 결국에는 생의 안락함을 구하게 되는 어떤 소년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왜냐면 그 소년..

고고학자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역사 기행, 요시무라 사쿠지

고고학자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역사 기행 요시무라 사쿠지 지음, 김이경 옮김, 서해문집 이집트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피라미드에 대해서, 투탕카멘에 대해서, 스핑크스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 예술에서 최초로 ‘카논’이 등장했고(그리스가 아니라) 여성에게 왕위계승권이 있었으며 피라미드를 만들었던 이집트 사람들이 행복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너무 자주 들었기 때문에 자세히 알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종류의 지식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집트와 관련된 것들이 아닐까 싶다. 가령 지금 세계 지도 속에 이집트라는 나라가 있기 때문에 이 나라가 기원전부터 계속 있어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기원전 343년에 이집트인들이 다스리는 이집트라는 나라는 세계..

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 최윤

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 최윤(지음), 문학과지성사 '저기 소리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를 대학 시절 읽고 난 이후 최윤은 성실한 한국문학 번역자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코는 없다'를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있으나, 그들의 하나코처럼, 나에게도 그 짧은 소설은 짙은 안개 속에 숨어 있었다. 힘을 내고 싶지만, 기운을 내고 싶지만, 다시 한 번 날아오르고 싶지만, 나 자신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말해, 힘을 내어본 적도, 기운을 내어 본 적도, 날아올라본 적도 없다는 걸 ... 하지만 안개 속에선 안전하지. 어떤 이유로 '하나코는 없다'가 이상문학상을 받았던 걸까. 문학상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걸까. 다시 읽고 난 다음, 문학상을 받을 만한가 고개를 가우뚱거렸다. 하긴 사람들은 기억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로 깔랭 - 내 생의 동반자 이야기, 에밀 아자르

그로 깔랭 - 내 생의 동반자 이야기. 에밀 아자르 지음. 지정숙 옮김. 동문선. 외롭지 않아? 그냥 고백하는 게 어때. 외롭고 쓸쓸하다고. 늘 누군가를 원하고 있다고. 실은 난 뱀을 키우고 있지 않았어. 그로 깔랭, 그건 내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야. 내 다른 모습. 길고 매끈하지만,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내 모습이었어. 드레퓌스양을 사랑하고 있지만, 드레퓌스양에겐 말하지 않았어. 말하지 못한 거지. 그렇지만 난 그녀의 눈빛만 봐도 그녀가 날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껴. 그래, 그녀와 난 엘리베이터에서만 이야기를 했을 뿐이지. 한 두 마디. 그 뿐이긴 하지만, 난 알 수 있어. 그리고 창녀로 만나긴 했지만, 우리는 서로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었지. 그로 깔랭을 동물원으로 보내긴 했지만..

19세기와 20세기의 미학

11장 예술가와 사회 19세기의 특징 - 18세기에게 본격적으로 등장한 부르주아가 확고한 기반을 다짐 - 패트론 제도가 유명무실화됨: 19세기적 상황이라기 보다는 17세기부터 진전되어왔으나 18세기 후반부터 계급 갈등이 본격화되고 세속화가 첨예한 형태로 진행됨 - 이 상황 속에서 부르주아의 속된 취미에 봉사하는 예술 양식이 유행하게 됨 - 인상주의자들의 성장 배경을 형성함. 예술가의 자의식 - 현실과 이상의 갈등 속에서 자신의 예술 세계 속에서 예술적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현실 세계를 폄하하고 벽을 쌓아올림. - “가령 셸리의 ‘민감한 식물sensitivie plant’, 비니(vigny)의 요람Moise, 보들레르의 거대한 날개 때문에 땅 위를 걷지 못하는 신청옹albatross 등이 이러한 예술가의 ..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푸른역사 실제로 일어난 일이지만, 기록되지 않아 전해지지 않는 일들은 많다. 그런데 그런 일들은 대체로 기록으로 남기기에는 너무 사소한 일이거나 정치적이거나 도덕적인 이유에서 배제된 것들이다. 그래서 제한된 기록된 자료들을 가지고 재구성해야 하는 역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조작된 것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역사란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조선 시대에 일어났던 일이지만,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 책을 묶어낸 것이다. 그것은 중인, 기생들에 관한 것이며 조선 시대에 미천했던 부류들에 대한 기록들의 모음이다. 그래서 이 책은 흥미진진하며 수업 시간에는 배울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읽고 난 조선시대도 요즘 세상과..

새벽 4시 담배를 사러 골목 밖 편의점 가다

골목 안 세계와 골목 밖 세계를 나누는 힘의 정체를 나는 안다. 그건 생의 두려움. 사랑의 비난. 아모르의 속임수. 모험을 이겨낼 자신이 없는 자여. 죽음을 택하라. 죽음과도 같은. 그래서 죽음과 맞바꿀 수 있는 생을 택하라. 한 손엔 담배를 한 손엔 초초한 심장을 떨리는 다리는 쉬지 않고 회전하는 지구를 밟고 서있는데 날리는 언어들 날리는 음표들 날리는 연기들 그리고 날아가는 삶 그렇게 멀리 멀리 날아가는 내 영혼

비판이론

"네오마르크스주의를 대표하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학파(테오도르 아도르노, 막스 호르크하이머, 위르겐 하버마스, 헤르베르트 마르쿠제)는 시장 위주의 문화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음은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의 열거한 저자들은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하나의 학파로서 이들은 천박한 대중문화를 비판한다." - 타일러 코웬, (임재서, 이은주 옮김, 나우리), 354쪽. 공개적으로 프랑크푸르트학파가 싫다고 한 교수는 딱 한 명 있었다. 그 이유는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예술이 자율적 양식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정치/경제적 토대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유물론적 태도를 끝까지 고수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프랑크푸르트학파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그들은 고급문화주의자이며 엘리트주의자..

천천히 그림 읽기, 조이한/진중권

천천히 그림 읽기 조이한, 진중권 지음, 웅진닷컴 그림도 하나의 세계다. 그래서 우리가 각자의 인생, 각자가 처한 세계에 대해 각기 다른 느낌과 이해를 가지고 있듯이 그림의 세계 또한 그러하다. 그러므로 그림에 대한 해석은 시대마다 틀리고 개인마다 틀린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니 특정 그림에 대한 개인의 감상에 대해 ‘너의 견해는 틀렸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경우 우리는 ‘그림에 대한 정해진 해석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미술을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현대 미술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며 끊임없이 사회적 차별이나 금기를 허물어뜨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