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피곤한 날들이 있었다. 마치 내 일상이 늦가을 낙엽처럼 사소한 바람에도 흔들려 떨어지는 것처럼, 떨어져 무심히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에 으깨지는 듯한 느낌의 날들이 있었다. 종일 사무실에서 이슈들이 난무하는 회의에, 까다로운 문서 작성에, 고객이나 대행사와의 전화에 시달리다가, 저녁에는 바짝 긴장해서 만나야만 하는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에, 도수가 높은 술 한 잔에, 이어지는 2차에, ... ... 이런 날이 하루 이틀 연속되면,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쳐 거실 불을 켜놓은 채,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곤 했다. 책들로 어지러진 서재는 이미 책들을 수용할 자신의 역량을 한참을 벗어나, 거실에까지 책들이 어지렇게 널린 어느 빌라 4층, 오랜 독신 생활의 사내가 그렇게 잠에 들었다. 프로이트의 견해대로라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