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92

일상

어제 낮부터 허리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기 시작했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주기적으로 생기는 일이다. 허리를 무리하게 움직이는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2-3번 씩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ㅡ_ㅡ; 아무래도 자세가 좋지 않은 것같다. 몸이 아프니까,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겠다. 어젠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들어가자마자 잠을 잤다. 하긴 집이 멀어, 도착하니 9시 가까이 되긴 했지만. 하지만 허리는 그대로 아프기만 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고통을 알 턱 없는 이들은 '저 사람 왜 저러나' 그럴 것이다. 역시 아프다는 건 좋지 않다. 아픈 이야기는 별로 좋지 않으니, 아래 사진 한 장 올린다. * * 오래된 건물이 주는 아늑함이 있다. 덕수궁 석조전 서관 2층 안이다. 늦겨울의 햇살이 찬란..

주말

주말에 강원도 홍천엘 다녀왔다. 지난 주에 눈이 40센치나 왔다고 한다. 서울에서 오후 4시에 출발했으나, 이래저래 초행길이다보니, 어두워져서야 도착했다. 몇 년 터프하게 산 탓인지, 술을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취해버렸다. 다음 날 내가 실린 몇 장의 사진을 찍었으나, 충혈된 눈, 피로해진 머리카락, 지친 볼 등으로 인해 여기 올리지 못하겠더라. 얼마 전에 간 나무로 된 근사한 실내공간을 가진 압구정 무이무이(1층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2층은 막걸리집)의 나무 가구들을 제작한 내촌 목공소엘 들렸다. 홍천 산골짜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근처 땅들은 거의 대부분 서울 사람들 소유라고 했다. 외진 산골짜기 조차 서울 사람들이 구입했다고 하니, 약간은 서글퍼졌다. 땅투기의 목적보다는 아..

이상한 나라가 되어가는 중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온라인와 오프라인은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진다. '좌파'라는 이름으로 네티즌들과 젊은이들을 궁지로 몰고 있다. 나는 남은 4년이 걱정스럽지 않다. 도리어 10년 후가 더 걱정스럽다.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주류가 되었을 때, 그들은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 나이 들었지만, 흑백으로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하기 그지없는 이 세상을 무조건 흑백으로 가르려고 하는 무식한 어른들 앞에서, 그들은 반대의 흑백논리로 가르려고 하지 않을까. '우파'도 아니면서 우파인 척하는 이들이 '좌파'도 아닌 사람들을 좌파로 몰면서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하는 것처럼, 똑같이 '좌파'도 아닌 어떤 사람들이 그 때 당한 경험을 밑천삼아 '우파'라고 말하는 이들을 소수로 만들어 더한 궁..

이스탄불의 바다

며칠 전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몇 달만에 처음, 평일 음주를 했다. 홍대에서 1차, 신촌에서 2차를 했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방화동 집까지 와서 3차를 했다.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너무 바빠서 그런 걸까. 실은 여행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일로 갔던 이스탄불, 다시 가고 싶다. 어젠 이스탄불에 사는 젊은 화가의 전시 소식을 메일을 통해 받았다. 이스탄불에 전시보러 가고 싶다. 올핸 조금 정갈하고 규칙적으로 살고 싶은데, 의외로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3월말이 되니, 내 일상의 긴장이 다소 떨어져 간다. 다시 추스려야 겠다. 이스탄불 곳곳에 이슬람 사원(모스크)가 있다. 그런데 이 모스크도 바탕에서는 로마의 바실리카가 숨겨져 있다면? 문..

계단 위의 봄

계단 위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어딘가 올라간다는 것은 언젠간 땅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바람이 불었다. 궁궐 건물 아치형 입구 옆으로 살짝 비켜 불어들어온 바람은 실내에 잠시 머물다가 사라졌다. 따가운 햇살에 푸석푸석해진 머리칼을 스다듬어 올렸다. 이마 살갗이 거친 손바닥에 밀렸다. 따끔거렸다. 환상은 쓸쓸함 사이에 깃들고 공상은 한 잔 술 속으로 사라졌다. 시간은 잡을 수 없는 파도였고 내 곁에 머무는 모든 것들의 존재는 느낄 순 있었으나, 소유할 순 없었다. 잠시 눈을 감고 먼 미래를 회상해본다. 앞으로 다가올 것이지만, 이미 경험했던 어떤 것들의 변형이거나 알레고리에 가까울 것이다. 어느 새 봄은 왔고 내 육체는 봄 향기에 지쳐 쉽게 피로해지고 있었다.

오디오와 음악

몇 번의 오디오 교체 끝에 4년 정도 오디오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JBL 스피커에 티악 시디, 오래된 A&R 캠브리지 인티앰프, 파이오니아 턴테이블. 캔우드 리시버 앰프와 작은 스피커 1조. 구입 금액으로만 따지자면, 다 합쳐 120만원 되려나. 하지만 여기에 잠시 쉴 수 있게까지 몇 백만원이 더 들어갔을 것이다. 늘 꿈꾸는 오디오 시스템이 있지만, 그럴 만한 경제적 여유가 되지 못하고 굳이 그렇게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중고로만 잘 따져 고른다면 수백만원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오디오 시스템을 구비할 수 있다. 단지 잘 모르고 시간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것만큼 좋은 여가활동도 없는 것같다. 한가한 주말 오후, 한 두 시간 음악을 듣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며칠 ..

나는 지금 세상이 무섭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초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초기, 모든 사람들이 대통령을 비난했다. 전방위적 비판이 이루어졌다. 경제 상황부터 정치 상황까지 비판했다. 그리고 여당과 야당은 대통령 탄핵까지 결의하게 된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어있는 상황이었고 국회의원들은 그런 상황 속에서 탄핵까지 몰고 가게 된 것이다. 그 때, 대통령은 완전 동네 북이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대통령을 비판하라고 하면, 조목조목, 한 두 시간은 쉽게 비판할 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가다 보면, 어김없이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노무현 대통령 집권 때보다 경제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쁜 상황이다. 소리 소문 없이 문 닫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

출근길 풍경

늘 안개가 낀다.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오고. 강서구 방화동의 집에서 삼릉공원 사거리에 위치한 사무실까지 보통 1시간 반이 걸린다. 이건 지하철의 경우이고, 그냥 시내버스를 타면 2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몸이 피곤하거나 지각을 했을 경우에는 김포공항으로 가서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간다. 옆에서 보는 김포공항은 꽤 커보이지만, 하늘에서 보면 너무 작기만 하다.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 바다 건너 온 사람들과 함께 공항 버스를 타고 가는 출근길은 피곤하고 쓸쓸하다. 며칠 전, 드립 포트를 하나를 장만했다.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사무실 책상은 언제나 깔끔하게 사용하려고 한다. 결국 내 생의 긴장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웃기 위해 노력한다. 낙천적인 성격이라 믿었는데,..

타인에게 귀 기울이기

얼마 전에 참가했던 컨퍼런스 발표자가 말하길, "사람들 대부분은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다. 단지 듣는 척만 할 뿐이다. 듣는 척만 할 뿐, 자신의 생각이나 견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난 뒤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것인가에만 골몰한다. 그만큼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듣기란 어렵고, 그것을 자신의 생각인양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정말 그런 것일까. 요즘 며칠 좀 어수선한 일에 휘말려 버렸다. 내가 자초한 일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시 그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똑같이 행동했을 가능성이 99% 이상이다. 오늘, 내일은 뭔가 해결책을 찾아야만 하는데, 그게 가능할 지 잘 모르겠다. 그냥 매몰차게 행동해야 되는 것이 방법인지, ... ... 딱히 해결..

내 심리적 경향, 혹은 당부

나는 종종 내가 정신병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확실히 누군가와 매우 특이할 정도로 공감을 하며 정신을 잃어버린다. 어제 퇴근 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어떤 사람들에겐 평생 일어나지도 않을 어떤 만남이 나에게 일어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그 어떤 선택도 최선의 선택이 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 놓여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 만남으로 인해 내 정신적 상태가 매우 좋지 않게 흘렀다는 점이다. 이런 경험은 아주 오래 전에 한 두 번 있었던 것같다. 유독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누군가의 말처럼, 겉으로는 부드럽고 차분해 보여도, 나는 매우 격한 인생을 살아오고 있었다. 어제 나는 내가 그런 인생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