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92

젊음이라는 이름의 병

기괴하면서 어쩐지 슬픈 기분에 나는 젖어 있었다. 인생은 나를 구름 속에 머물게 하는 일종의 대좌(臺座) 위에서 내 눈에 비치고 있었다. 대지에 닿고 싶다고 강력히 바라고 있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대지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젊었다 - 는 것은 결국 내가 자신의 착오를 사랑했으며, 그 주제에 남으로부터 그것을 지적당하는 것을 싫어하고 피했었다는 뜻이다.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그것을 바란다는 그 청춘기의 병(病), 그 병이 솔직히 말해서 나의 내부에서는 거의 미친 듯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을 피로하게 하고, 벌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며, 그리고 달아나고 있었다, 모든 것으로부터.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일찌기 없었던 나..

일과 인생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나에게 일이 있다는 건, 글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아침에 일어나 티브이를 보는데,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소세지들이 나왔다. 뉘른베르크라고 하면 뒤러의 고향이었던 것같은데. 뒤러와 소세지라. 많은 소세지들을 보면서 침을 삼켰다. 오늘 저녁에는 집에서 소세지를 구워먹어야겠다. 12월, 올 1월,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있다. 뭐, 그렇게, 슬픈 일이 있다고, 뭐, 그렇게, 꿀꿀하다고, 술을 마셔대는 걸까. 술 마시고 노래하면 그렇게 우울해지면서 말이다, ... 술 마시고 날카로운 면도날 하나 가슴 주머니께에다 숨기고 거리를 걸으면서 ... 세상은 너무 끔찍해서 눈을 뜨고 볼 수 없다. 저녁, 소세지를 먹으면서 하나비를 빌려다 봐야 겠다. 요즘 통 옛날 영화만 보는 것이, 나도 ..

My Way

Yen Town Bend의 "My Way"를 듣고 있다. 들으면서 손가락을 접으며 몇 시간 잠을 잤나 세어본다. 아직 의식이 희미하고 창은 어둡고 날은 춥다. 심야의 TV에서 중국 '샹그리라'가 소개된 것을 보았다. 해발 3천미터 고원 지대에 있는 푸른 평원. 요즘 무척 많은 생각을 하지만, 늘 결론이 없다. 결론없는 걸 왜 생각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푸른 평원을 보면서 저런 곳에서 아무 생각하지 않고 혼자 살았으면 했다.

술. 일. 인생

1. 술 술 마시고 난 다음 전화질 하는 게 버릇이 된 것같다. 매번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고 있는데. 어제 여기저기 전화기를 돌렸다. 다음부터 그러지 말아야지. 2. 일 제안서 하나를 써야한다. 대강 써서 내일 오전 완성해야한다. 그리고 내일 비즈니스 수다를 떨어야한다. 3. 인생 인생이 뭔지 나도 모른다. 너도 모르지. 그런데 왜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일까? 생명이란 가치있다고 믿는 것일까?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죽는다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혹시 죽음에 대한 공포, 두려움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불면증, 혹은 리듬의 파괴

아침 7시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그리고 12시가 막 지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마디로 '폐인'처럼 지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생활 이면에 드리워진 경제적 공포가 그 무게를 더하고 있다. 역시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새벽에 서준식 선생의 편지들을 읽었다. 감동적이었다.

1월 3일 스터디

간단하게 공부한 바를 정리하였습니다. 틀린 부분을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 정신현상학 부분은 설명할 자신이 없어 헤겔과 장 이뽈리트를 인용하였습니다.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Vorlesungen uber die Philosophie der Geschichte, Suhrkamp 35쪽 강독 부분 한글로 옮김 : 우리는 저 결과를 웅변조의 과장 없이 민족 형태와 국가 형태 및 개인적 덕에 있어서 가장 화려한 것이 감당했던 불행의 적절한 총합을 가장 끔찍하고 가장 무서운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고 그 그림으로 인해 그 어떤 위로의 결과로부터 보상받을 수 없는 가장 심각하고 억누를 길 없는 극한 비탄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될 때에야 비로..

12월 31일

역삼역에서 내려 8번출구로 나와 조금 걸어 올라가면 스타벅스가 눈에 보인다. 스타벅스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나와 M 모텔을 지나고 룸싸롱인 Basic을 지나 입구 계단으로 올라가면 내 책상이 있다. 이제 정기적인 수입은 없고 힘들어하는 친구 사업을 정상 궤도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밤에 눈이 내린다. 생각해보니 내가 이번 겨울에 본 첫 눈이었다. 이번 겨울, 참 눈이 없다. 대학로의 따뜻한 난로가 있는 찻집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압구정동의 고급스러운 일식 집에서 정종에 차가운 요리를 먹을 약속을 만들어두었다면 무척 좋았을 텐데. Basic에 들어가는 아가씨들을 보니, 저절로 젊어지는 느낌이다. 영혼은 이미 늙었고 육체는 늙어가고 물질적인 부는 포기한 지 오래되었으니, 젊어진다는 느낌은 거짓이며 허상일..

밀란 쿤데라, 불멸

1. 불멸을 다 읽었다. 하지만 불멸에 대한 글을 쓰기란 까다롭기 이를 데가 없다. 문제는 쿤데라가 인용하였듯이, 랭보의 말처럼 '현대적인 작품'이 되기 위해 꽤나 노력한 작품이며 이전의 소설들과 비교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2. 현대적인 소설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 소설 양식의 특징은 무엇이며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3. 후기 하이데거적 문제 의식, 은 소설 에서는 어떤 식으로 구현되고 있는 것일까? 4. 현대의 개인주의와 에서 나타나는 인물들과는 어떤 연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5. 예술 양식 상 은 여러가지 특징을 보여주는데, 이는 무엇을 위한 것이며 이러한 특징들은 다른 양식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6. 인간 소외의 문제는 쿤데라에게 와서도..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일요일에 낯선 사람들과 술을 마셨는데, 썩 행복하지 못했다. 그들이 날 낯설게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들이 낯설었다. 내가 누군가를 낯설어하듯이 누군가도 나를 낯설어할 것이다. 낯설다는 느낌은 '근대'에 새롭게 발견되어 주목한 느낌이다. 낯설다는 건 우리의 삶이 모험 속에 있다는 것을 뜻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도시는 난리다. 거리는 사람으로 넘쳐나고 차들은 거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영풍 문고에서 몇 권의 책을 샀고 밤 늦게 통닭과 케익과 맥주 한 잔을 마실 계획이다. 아주 조금만 먹어야지.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건 따뜻해진다는 걸 의미하는 것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낯설게 느낀다는 건 스산하거나 쌀쌀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같기도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