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992

misc.

헨델의 사라반데를 듣고 있다. 무척 격정적인 음악이다. 실은 오늘 일을 봐주고 있는 친구의 사무실에서 영업직원 한 명을 짤랐다. 슬픈 일이다. 그런데 웃음만 나왔다. 몇 년 사이, 너무 많이 변한 내가 서있었다. 허무의 끄트머리에 서서 삶을 조롱하고 있는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날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 클래식 음악만 듣는다. 무척 좋다.

봄비에 잠긴 이태원

요즘 있는 사무실 창을 내다 보면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호텔 앞 사거리가 다 보이고. 비가 내린다. 잔뜩 슬픈 물기 먹은 표정을 짓고는, 이건 봄비야, 라고 하얀 벽을 향해 지껄여댄다. 어젠 장충동 소피텔 엠버서더 호텔 1층에 있는 그랑-아라는 바에서 술을 마셨다. 아시는 분의 단골 술집인데, 혼자 와서 술을 마시기에 적당한 곳이다. 여기에도 필리핀 밴드가 와서 노래를 부른다. 남자 세 명과 여자 두 명. 키가 작은 여자 두 명 중 한 명은 앙큼하게 생겼고 한 명은 순하게 생겼다. 순하게 생긴 아이가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고 앙큼하게 생긴 아이보다 몸매도 낫다. 필리핀에 가면 일본이나 한국으로 노래부르러, 춤을 추러, 몸을 팔러 나올려는 여자아이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밀레, 아라키

. 어제 밀레를 보았다. 하지만 광고와는 달리 세잔, 고흐, 피사로 등의 작품은 한 점씩 밖에 없었다. 밀레에게 영향을 주었거나 영향을 받은 미술가의 작품을 가지고 온 것이다. 그 중에서 무리요의 작품은 바로크의 이념이 어떤 것인가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밀레 전시에서 주목해야할 지점은 2층과 3층으로 나누어진 전시 공간의 차이이다. 즉 바르비종 이전과 이후 사이의 밀레가 얼마나, 확연하게 틀려지는가. 그리고 이렇게 틀려지는 동안 밀레가 삶이나 세계 속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인가. 부서지는 대기 속에서 밀레가 응시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일요일이라 사람들은 너무 많고 밀레의 작품을 보고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할 어린아이들까지 있었다는 점에서, 과연 미술 작품 감상은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가를 고..

글, 키취, 부시

1. 글쓰기 레지스 드브레의 말처럼 '테니스선수가 테니스를 연습하듯이 글도 그렇게 매일 꾸준히 쓰야' 하는데, 돈벌이는 종종 이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또한 의욕 넘치는 상사와 동료를 가지고 있을 경우 이는 더욱 힘들다(* 이 경우는 의욕이 없고 불성실한 상사와 동료를 가진 것보다는 훨씬 낫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 요즘 한 달간 계약직으로 프로젝트 하나를 수행 중이다. ㅡㅡ) 그런데 술을 마시다가 키취(Kitsch)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 단어에 대해 글을 쓴다고 했으니, 게으른 자에게 이런 약속보다 무서운 것도 없다. 더구나 혼란스럽기 그지 없는 단어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했으니. 학생으로서 글을 쓸 땐 요약 정리만 잘 하면 된다. 요약정리한 걸 보면서 나..

왜 모든 것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은 아래도 떨어지는 것일까? 10층 옥상에서 떨어지는 24살의 청년, 다리 난간을 부수고 떨어지는 스쿠프, 아니면 기력이 다한 봄 나무의 꽃잎. 과연 그것은 만유인력의 법칙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떨어지는 운동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로 밀어올리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다르게 생각해보자. 혹시 10층 옥상에서 떨어지는 24살의 청년은 땅에 부딪히는 순간, 그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발없는 새의 이야기. 그 새는 평생동안 땅에 닿지 못한다. 발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언제나 하늘에서 자고 하늘에서 먹고 하늘에서 산다. 그러나, 그러던 발없는 새도 생에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영원히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 죽음. 발없는 새와 반대로 우리는 ..

카드를 둘러싼...

핸드폰으로 오케이캐쉬백에서 전화가 왔다. 엔크린카드와 삼성카드랑 제휴해서 뭔가 만들었으니 사용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3만원권 주유권을 매달 우송해준다는 것이 아닌가. ㅡㅡ. 그리곤 그냥 신청했다. 하지만 현재 백수인 나로선, 이런저런 자격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보였다. 운전면허증도 없는데, ㅡㅡ. 괜히 신청했나. 그냥 하지 말 걸 그랬나. 이런 소심한 태도를... 빨리 운전면허을 획득해야겠다. 현재 역삼동에 나와 한국관광공사의 모 서비스의 유료화 전략 컨설팅을 하고 있다. 역시 일은 힘들다. 어젠 10시에 불이 켜진 채로 잠에 들고 말았다. 종일 긴장해있던 탓이다. 매일 풀어진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바뀐 환경이 나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었나 보다. 아침에 티브이에서 설렁탕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왜 모든 것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은 아래도 떨어지는 것일까? 10층 옥상에서 떨어지는 24살의 청년, 다리 난간을 부수고 떨어지는 스쿠프, 아니면 기력이 다한 봄 나무의 꽃잎. 과연 그것은 만유인력의 법칙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떨어지는 운동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로 밀어올리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다르게 생각해보자. 혹시 10층 옥상에서 떨어지는 24살의 청년은 땅에 부딪히는 순간, 그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아닐까? 발없는 새의 이야기. 그 새는 평생동안 땅에 닿지 못한다. 발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언제나 하늘에서 자고 하늘에서 먹고 하늘에서 산다. 그러나, 그러던 발없는 새도 생에 딱 한 번 땅에 내려앉는다. 그리고 영원히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다. 죽음. 발없는 새와 반대로 우리는 ..

오늘 아침

새벽 5시에 잠을 잤다. 그리고 힘들게 10시 40분에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1시. 무려 두 시간 넘게 씽크대 수도꼭지와 싸웠다. 물이 새면 기분이 나쁘다. 덕분에 스패너 하나를 사게 되었다. 이전 집에선 주로 보일러와 싸우고 여기에선 주로 수도꼭지와 싸운다. 그럼 다음 집에선 전기? 호.호. 그러면 전기 감전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 설마 전기 인간이 되는 건 아니겠지.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곧장 녹는다. 하지만 아스팔트나 시멘트를 뚫고 땅 속으로 스며드는 눈은 몇 되지 않을 게다. 도시의 흙은 죽어버렸고 숨 쉬는 대지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 전에 끊어져 버렸다. 간밤에 김현의 를 뒤적거렸는데, 그는 소설이나 시 읽기를 좋아했을 뿐, 사유의 명석함이나 문장의 정확함을 추구하지는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

너바나

Alternative Rock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원래 펄 잼은 꽤나 좋아했지만, ... 그러고 보면 사람은 자기가 보낸 20대를 계속 되새기면서 늙어가나보다. 음악도 그런 것같고 책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 ... 컴퓨터를 켜놓고 벅스뮤직에 들어가 너바나의 여러 앨범을 들었다. 그들의 앨범이 나왔을 때 그들의 음악을 자주 듣지 않았는데. 오후 두 시다. 오늘은 뭘 하지. 요즘 내가 하는 일은 잠자기 뿐이다. 지난 금요일부터 해서 하루에 12시간 이상 잠만 잤다. 잠은 잘수록 계속 잠이 온다. 이러다가 '잠자는 김용섭'이 되는 건 아닐까. '시끄러운 도시 속 잠자는 김용섭'이라는 동화가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동화? 아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잡화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또 잠을 자야..

방향

칼 포퍼의 를 읽고 있다. 그의 생각들이 지극히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베 코보의 도 읽고 있다. 이 소설이 실존주의적이지만, 그것보다 차라리 현대적 에로티시즘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아니 실존적 에로티시즘 말이다. 모래 언덕에 의해 갇혀있는 한 남자와 한 여자. 이 경우 에로티시즘보다 실존주의가 먼저이겠지만, 아베 코보가 인정하듯이 30대란 참 어정쩡한 나이다. 아베 코보의 단편집이 번역되어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을 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