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잠긴 이태원
요즘 있는 사무실 창을 내다 보면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호텔 앞 사거리가 다 보이고. 비가 내린다. 잔뜩 슬픈 물기 먹은 표정을 짓고는, 이건 봄비야, 라고 하얀 벽을 향해 지껄여댄다. 어젠 장충동 소피텔 엠버서더 호텔 1층에 있는 그랑-아라는 바에서 술을 마셨다. 아시는 분의 단골 술집인데, 혼자 와서 술을 마시기에 적당한 곳이다. 여기에도 필리핀 밴드가 와서 노래를 부른다. 남자 세 명과 여자 두 명. 키가 작은 여자 두 명 중 한 명은 앙큼하게 생겼고 한 명은 순하게 생겼다. 순하게 생긴 아이가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고 앙큼하게 생긴 아이보다 몸매도 낫다. 필리핀에 가면 일본이나 한국으로 노래부르러, 춤을 추러, 몸을 팔러 나올려는 여자아이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