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정전을 무척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꽤 오래 전에 디자인을 전공하던, 나보다 세 살 많은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꿈에서 만나자를 이용했지만, 특별하지 않았나 보다. 따지고 보면 난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 그냥 한 번 그런 걸 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집트의 벽화를 보면 얼굴은 옆모습을 그려져 있으면서 몸은 정면을 향하고 있는데, 이를 '정면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면성의 법칙은 권위에 대한 인정이라는 함축적 의미를 지닌다. 주인공들의 대사는 운문으로 처리되던 근대 초기의 희곡도 정면성의 법칙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말을 머뭇거리고 등에서 땀을 흘리는 것도 이러한 정면성의 법칙이다. 그 때를 생각해보면 난 정면성의 법칙 속에 있지 않았다.(정면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