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36

프로이트, 그의 생애와 사상

프로이트, 그의 생애와 사상 - 마르트 르베르 지음, 이재형 옮김/문예출판사 프로이트의 삶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충실한 전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정신분석학을 알기에는 이 책은 너무 빈약하다. 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건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내 경우처럼. 그래서 별표를 세 개 밖에 주지 않았다. 전문 연구자들이나 프로이트의 생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 이들에겐 매우 좋은 책이다. 하지만 그의 사상에 대한 이해를 이 책에서 구하긴 어렵다. 프로이트의 저작을 구해 읽을 편이 더 낫다. ---- 아주 오래 전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을 읽었는데, 먼저 '꿈의 해석'부터 구해볼 생각이다. 아래 문장 꽤 좋았다. 그의 운명은 우리를 감동..

예술가처럼 일하라

예술가처럼 일하라 - 데이비드 매킨토시, 스탠 데이비스 지음/밀리언하우스 별표를 네 개를 매기긴 했지만, 이는 비즈니스를 예술에 은유한 것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은유를 제외한다면, 책 내용은 다소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예술가들을 만날 때, 어떻게 하면 자신의 순수함이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지키면서, 비즈니스적으로 성숙해지고 마케팅적 감각을 익힐 수 있을까에 대해선 많은 고민을 한다. 하지만 우선되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작품 활동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 그리고 혁신(낯설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추구와 도전)이다. 다시 말해 작품이 좋지 않으면, 예술가의 비즈니스 능력이나 마케팅 감각은 다 거짓말이다. 즉 본질적인 것에 대한 기본적인 역량이 탄탄해야 된다. 그런데 나는 사업..

이제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의 시대다

시나리오 플래닝 - 유정식 지음/지형(이루) 꽤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몇 년 동안 비즈니스 컨설팅 업무를 맡아, 고객사의 문제들을 해결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학 전공자였지만, 벤처에서의 경험, 빠른 업무 습득 속도와 이해, 잡다한 지식 등을 높게 평가받아 근무하게 된 직장이었다. 하지만 높게 평가받았다는 요소들은 바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5개월 정도는 맨땅에 헤딩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이 때도 시나리오 플래닝을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 경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삼성의 극적인 방향 전환이 한 일본인의 '삼성이 망하는 시나리오'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떠돌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내가 알던 시나리오 플래닝은 빙산의 일각이거나, 잘못된 생각에 기반해 있었..

1인 기업을 시작하라!

1인기업을 시작하라 - 브루스 저드슨 지음, 박범수 옮김/북폴리오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투잡 가이드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창업 가이드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가이드라기 보다는 1인 창업을 하기 위해 요구되는 마음 가짐과 사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지침들이 수록되어 있다. 가령 저자는 1인기업 성공의 10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잠재적인 실패요인을 줄여라 - 절대 고객보다 앞서지 마라 - 융통성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혁신하라 - 성장능력을 갖춰라 - 끊임없이 실험하라 - 시간의 지배를 벗어나라 - 신기술의 힘을 내 것으로 만들어라 - 일단 시작하라 - 열정을 갖고 매진하라 - 외부 서비스 환경을 적극 활용하라 하지만 구입하기에는 다소 망설여지는 책이기도 하다. 너무..

'달러', 겨우 다 읽다

달러 - 엘렌 호지슨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이른아침 “내게 이것은 조직범죄나 마약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잭슨 시장은 클리블랜드 신문 ‘플레인딜러’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것은 주민들에게 마약과 똑 같은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여러 측면에서 우연히 합법의 요소를 지닌 일종의 조직범죄다.” 그는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 소송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다.” (707쪽) 클리블랜드 시장 프랭크 잭슨(Frank Jackson)은 도이체뱅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웰스파고, 아메리카 은행, 시티그룹 등 21 개 주요 투자 은행을 상대로 2008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우리는 이 소송 결과에 대해선 알지 못하고,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

달러, 엘렌 호지슨 브라운

달러 - 엘렌 호지슨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이른아침 베르나르 리에테르(Bernard Lietaer)는 단일 통화 시스템(유로)을 설계하는 데 조언을 하고 통화 개혁에 관한 책도 몇 권 썼다. 그는 이자 문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은행이 당신에게 담보 대출로 10만 달러를 주었다면 거기서는 원금만 발행한다. 그 돈을 당신이 소비하면 사회 안에서 유통된다. 은행은 당신에게 앞으로 20년에 걸쳐 20만 달러를 갚으라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10만 달러, 즉 이자 부분은 은행이 발행하지 않는다. 대신 은행은 당신을 각박한 세상으로 내보내 다른 모든 사람과 싸우라고 한다. 나머지 10만 달러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주화를 제외한 모든 돈이 은행의 대출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먼저의 대출..

요즘 읽고 있는 책 '달러' 중에서.

베르나르 리에테르(Bernard Lietaer)는 단일 통화 시스템(유로)을 설계하는 데 조언을 하고 통화 개혁에 관한 책도 몇 권 썼다. 그는 이자 문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은행이 당신에게 담보 대출로 10만 달러를 주었다면 거기서는 원금만 발행한다. 그 돈을 당신이 소비하면 사회 안에서 유통된다. 은행은 당신에게 앞으로 20년에 걸쳐 20만 달러를 갚으라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10만 달러, 즉 이자 부분은 은행이 발행하지 않는다. 대신 은행은 당신을 각박한 세상으로 내보내 다른 모든 사람과 싸우라고 한다. 나머지 10만 달러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주화를 제외한 모든 돈이 은행의 대출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먼저의 대출에 대한 이잣돈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대출을 받는..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앙투안 콩파뇽

모더니티의 다섯 개 역설 - 앙투안 콩파뇽 지음, 이재룡 옮김/현대문학 지난 가을에 두 번이나 정독한 책이다. 국내에 출판된 책들 중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가장 훌륭한 참고서로 읽힐 이 책은, 불행하게도 아무런 주목도 못 받은 것처럼 보인다(일일이 신문이나 잡지 서평을 찾아보지 못했지만). 두 번이나 읽었지만, 그간 서평을 쓰지 못했던 것은, 서평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도리어 서평이라는 낯익은 접근방식은 이 책이 가지는 유용함을 깎아 먹을 가능성이 더 높다.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서문 - 현대적 전통, 현대적 배반 새로운 것의 권위: 베르나르 드 샤르트르, 보들레르, 마네 미래에 대한 종교: 전위주의자들과 정통주의 이론과 공포: 추상파와 초현실주의 바보들의 시장: 추상표현주의와 ..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 로베르 브레송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 - 로베르 브레송 지음, 오일환 외 옮김/동문선 너의 관객은 책의 독자도, 공연극의 관객도, 전시회의 관람객도, 콘서트의 청중도 아니다. 너는 그들의 문학적 안목과, 연극적 취향과 회화적 기호와, 음악적 센스의 욕구에 부응할 필요가 없다.(120쪽) 책은 얇고 문장들은 짧다. 로베르 브레송은 영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긴 호흡 대신 짧은 입맞춤, 달콤한 향기보다는 스산한 조명빛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책은 권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데이비드 린치의 (상대적으로 형편없는) '빨간 방'이 낫다. 적어도 '빨간 방'을 읽는다는 것은 트렌디한 어떤 삶에 들어간다는 것을 뜻하며(서점에 깔린 '빨간 방'들을 본다면 린치가 이토록 인기가 많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트윈픽스에..

무인도를 위하여

서가에서 오래된 시집 한 권을 꺼내 소리내어 읽는다. 박꽃 신대철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소리 내는 사이사이로 생의 거친 바람과 서늘한 도시 풍경이 밀려온다. 일주일 내내 목 염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젠 두통까지 생기는 느낌이다. 몸은 너무 피곤하고 음악 소리는 귀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햇살은 부드럽지만, 늘 그렇듯,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늘 따로따로 움직일 뿐,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신대철의 시를 끼고 살았다. 딱 한 권만 나와있던 그의 시집. 몇 년 전에 새로 시집이 나왔으나, 읽히진 않았다. 첫 시집 내고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