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936

빅씽크전략(Big Think Strategy) , 번트 슈미트

빅 씽크 전략 - 번트 H. 슈미트 지음, 권영설 옮김/세종서적 빅씽크전략(Big Think Strategy) , 번트 슈미트(지음), 권영설(옮김), 세종서적 ‘수사修辭적 표현’에 가깝지만, 많은 사람들은 큰 생각이라는 단어와 전략이라는 단어에 솔깃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 읽고 난 지금, 솔깃한 만큼의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책과는 다른 내용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시장, 경쟁, 고객, 기술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전략 과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료, 스프레드시트, 분석표는 주로 과거를 밝혀주는 수단일 뿐이다. 그 자료들을 가지고는 미래의 전략을 그릴 수 없다. 단지 이 자료들은 과거의 문제를 진단하는 데 쓸모가 있을 뿐, 빅 아이..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에드워드 사이드

말년의 양식에 관하여 -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장호연 옮김/마티 에드워드 사이드(지음), 장호연(옮김), 마티, 2008년 자네는 새로운 나라를, 또 다른 고향을 결코 발견하지 못할 거네. 이 도시가 항상 자네를 따라다닐 테니까. 자네는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동네에 살다가 나이를 먹고, 결국은 같은 집에서 늙어갈 테지. 자네는 이 도시에서 벗어나지 못하네. 그러니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펼칠 희망은 버리게. 자네를 실어다 줄 배는 없네, 자네에게 열린 길은 없어. 여기 이 좁은 모퉁이에서 이제까지 삶을 낭비했듯이, 세상 어디에 가든 마찬가지로 삶을 망칠 것이네. - 그리스 시인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중에서(205쪽 재인용) 이 시처럼, 어쩌면,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내 삶을 망쳐..

서양문화의 역사2, 로버트 램

그림과 함께 읽는 서양 문화의 역사 2 - 로버트 램 지음, 이희재 옮김/사군자 깔끔하게 요약된 이 책은 혼자 읽기에는 다소 적당하지 않다. 나같은 독자는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될 것이고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많은 정보에 비해 짧은 설명이 서양 문화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내가 빠져든 서양 문화사는 너무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가슴 아프고 현대 사회나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와 통찰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로버트 램의 이 시리즈는 혼자 읽기 보다는 대학 교양 수업의 교재로 적당하다. '후기 중세: 확장과 종합'라는 챕터 제목을 단어 그대로 이해하면 일종의 발전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문화사의 측면에서 보자면, '종교의 위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적 보상으로서의 확장과 종합'..

페스트, 알베르 카뮈

페스트 -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페스트 알베르 카뮈(지음), 김화영(옮김), 책세상 이 주었던 그 강렬한 충격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리고 카뮈의 를 읽었다.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주제 사라마구의 를 읽고 난 후였다. 도시에서 일어난 어떤 질병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이 두 소설은 흥미롭게 교차되었다. 주제 사라마구의 가 의사 아내의 눈을 통해 묘사되듯, 카뮈의 에서는 의사인 리유를 통해 보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는 와 비교해,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고 사변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질병으로 인해 폐쇄된 도시의 풍경을 묘사하지만, 그 속에는 극적인 사건보다는 질병과 죽음이 일상이 되어가는, 우울한 도시 풍경 뿐이다. 젊은 카뮈에게 '어떤 절망적 위기 앞에서 인간은 어떤 행..

生은 다른 곳에, 밀란 쿤데라

생은 다른 곳에 - 밀란 쿤데라 지음, 안정효 옮김/까치글방 生은 다른 곳에 밀란 쿤데라(지음), 안정효(옮김), 까치 이 소설은 ‘봄을 사랑하는 남자’ 뿐 아니라 ‘봄의 사랑을 받는 남자’라는 의미도 되는 야로밀(Jaromil)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것은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것일 뿐. 이 소설은 젊음과 그 젊음이 염원하고 갈구하는 혁명에 대한 알레고리이며 모호한 관찰이며, 작가와 허구적 목소리의 뒤섞임이다. ‘생은 다른 곳에’. 프랑스 학생들이 소르본느의 벽에다 이렇게 낙서를 했다. (… …) 그 까닭은 참된 삶이 다른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길바닥에 깐 돌들을 뜯어내고, 자동차들을 뒤집어엎고, 바리케이드를 일으켜 세우며, 그들이 세상에 등장하는 방법은 시끄..

명화경제토그, 이명옥/정갑영

이명옥과 정갑영의 명화 경제 토크 - 이명옥.정갑영 지음/시공사 명화 경제 토크 이명옥, 정갑영(지음), 시공사 오프라인 서점에 가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책을 보고 고를 때, 이런 류의 책을 사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기대를 하고 이 책을 구입한 독자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주었을 이 책은 하나의 상품일 뿐, 우리에게 독서의 기쁨을 안겨주지 못한다. 나는 이 책을 1시간 만에 다 읽고 말았다. 하긴 나같은 독자를 대상으로 이 책을 기획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을 구입한 나의 실수다. 이 책을 읽고 몇몇 흥미로운 사실에 대해서 알게 되긴 했지만, 책 가격에 상응하는 사실은 아니다. 솔직히 이런 책을 기획할 수 있는 편집자가 부럽기도 하다. 나로선 이런 생각이 도통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나는 ..

복화술사들 - 소설로 읽는 식민지 조선, 김철

복화술사들 - 김철 지음/문학과지성사 복화술사들 - 소설로 읽는 식민지 조선 김철(지음), 문학과지성사 ‘애국가’의 작사자로 알려진 좌옹 윤치호(佐翁 尹致昊, 1865~1945)는 그의 나이 18세가 되던 1883년부터 1943년까지 무려 60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132쪽) 그의 일기는 순한문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사 년 후 순한글, ‘국문’으로 일기를 쓴다. 하지만 ‘순한글 문체로 사 년 남짓 일기를 쓴 후에, “Corean”은 어휘가 풍부하지 않아서 말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표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윤치호’(135쪽)는 영어로 일기를 쓴다. 그가 ‘처한 언어적 환경은, 근대 국민 국가의 수립 과정에서 이른바 ‘국어national language’, 혹은 ‘공..

캐비닛, 김언수

캐비닛 - 김언수 지음/문학동네 , 김언수(지음), 문학동네, 2006 쉽게, 아주 짧은 시간에, 힘을 거의 들이지 않고 다 읽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잘 읽히고 종종 흥미 있는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신기하고 낯선 스토리였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단지 이러한 스토리로 소설을 쓸 생각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확실히 나라면, 이런 소설을 쓰지도, 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책 뒤에 실린 심사평의 일부는 동의할 수 있었고 일부는 동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몇몇 이들의 높은 평가과 찬사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솔직히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평가들이 많았고, (심각하게)스스로 내가 이상한 독자나 평자가 아..

프랑스적인 삶, 장 폴 뒤부아

프랑스적인 삶 -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밝은세상 프랑스적인 삶 Une Vie Francaise 장 폴 뒤부아(Jean-Paul Dubois) 지음, 함유선 옮김, 밝은 세상 1. 한 치 앞 미래를 보이지 못한다. 그저 예측할 뿐이다. 과거시제 형 소설이 가지는 매력은 여기에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준다. 그러한 소설은 미래에 대한 숨겨진 공포를, 아찔함을, 내일을 향해 발을 내밀기가 무섭다고 독자를 향해 중얼거리는 양식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일의 삶을, 고통스럽고 미련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양식이다. 90년대 이후, 한국의 과거 시제 형 문학(후일담 소설/시)은 과거의 파란만장한 열정과 시행 착오에 대해서 끊임없이 합리화하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그것에 ..

라틴아메리카의 고독, 가브리엘 마르케스

가르시아 마르케스 - 송병선 엮어 옮김/문학과지성사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 , 문학과 지성사, p.187) (이 글은 수 년 전에 작성한 글이다. 외출하기 전에 다시 다듬어 올린다.) 최근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은 어느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의 모순이 현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며 시장은 인간을 사적인 고객으로 취급하지만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문제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공적 시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전면적 지배는 곧 민주주의의 붕괴를 초래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이 새로운 시대의 세계의 정치적 상황을 예리하게 지적해낸 이론으로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슬람문화권과 기독교문화권의 갈등은 이미 여러 전쟁을 통해 확인되었고, 지금..